문학과 신앙
2023.05.18 11:10

따스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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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예성 바울라 수필가

230521 문학과 신앙-홍예성책(홈피용).jpg

 

마산교구 가톨릭문인회 회원이 된 다음 해인 2018년 3인신앙수필집 발간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졌다. 수필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에 겁 없이 응답하여, 아무런 숨김없이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아야 하는 집필의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필집의 제목 『한 번만 멈추면 아름다워진다』처럼 내 삶도 한 번만 멈추면 아름다워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몇 번이나 마주했다. 세 명이 함께 글을 쓰면서 자아와 세속의 삶 안에 갇힌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스스로 해결해 왔고, 또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뻣뻣한 자존심으로만 버티며 내려놓지 못하여 주님을 내 마음의 중심에 모시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좋으신 주님께서는 내 삶의 여정에 늘 함께하심을, 이웃들은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님께 부끄러운 삶을 긴 고백처럼 여지없이 쏟아놓은 소중한 여정인 긴 봄을 지나고 여름에 드디어 책을 내놓았다. 이 수필집에는 나의 수필 열두 편이 실렸다.


그중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악수를>이란 수필의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요한 신부님은 당부를 하고 또 했다. 교황님 앞으로 나아가 인장 반지에 친구하라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생애 최고 환희의 순간이었다. 허리 굽혀 인사하자 그분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순간 내 역사에서 아픈 기억들이 사라지고 주님의 평화만 오롯이 남았다. 그분 앞을 물러 나오자 직원이 선물로 하얀 묵주를 건네주었다. 더 오래 그분을 뵙고 싶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유달리 정이 많은 여동생 가족은 나를 위해 크로아티아 여행을 함께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로마로 넘어가 베드로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게 되는 한국인 부제 다미아노의 가족과 그의 본당 신자들로 꾸려진 순례단에 합류하였다. 수품 사제 가족에게 배정된 초청장 덕분에 우리는 베드로 광장의 수많은 인파를 통과하여 성전 안 사제석 뒤에 배정된 수품 사제 가족석에 자리할 수 있었다. 다음날 새 신부 가족의 교황님 알현에도 순례단 40명 모두가 참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지금도 그날의 사진을 꺼내어 본다. 교황님 알현의 순간 차마 바라보지 못했던 교황님의 따스한 눈길을 사진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따스함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날마다 영성체 후 묵상을 할 때면 내 마음은 감사함으로 안온해진다. ‘아, 신앙은 불길처럼 뜨겁다기보다 햇살처럼 따스한 것이구나!’ 


봄날의 햇살 같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포한 「찬미 받으소서」 회칙 87항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를 가슴 깊이 새기고 한 울안에 살고 있는 나의 가족들인 닭들과 개, 정원의 소나무들, 그리고 텃밭의 채소들과 마당 잔디밭의 야생화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길을 걸으며 한 번씩 멈추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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