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가 금강을 휘휘 돌아 나래를 편다
푸른 하늘에 새하얀 무희의 춤판
관객처럼 고도古都를 내려다보고
황새바위에 이름 없이 피운
천상의 하얀 꽃들
그 오래전의 행렬
오라줄에 묶인 손 기도손 되고
칼끝에 찔리며 끌려가는 십자가
돌계단 하나하나에
피로 눈물로
여기 제가 있음을 찍었을 뿐인데
안식은 먼 곳에 있어도
가는 길 멀지 않은
여기
그 출발점에 섰을 뿐인데
항쇄의 사슬
피
뚝
뚝
흐르는 계단
오르고 또 오르면
한없이 편안한 숲길
고통의 신비여 영광이여
금강은 묵도하듯 묵도하듯
흐르는데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충청남도 공주시 왕릉로에 있다. 조선시대에 충청도의 감영이 있던 공주는 압송된 천주교 신자 수백 명(사료를 통한 공식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만 337위)이 순교를 당한 곳이다. 공개 처형지였던 이곳 황새바위는 황새가 서식했던 곳이기에 황새바위라고도 하고, 이곳에 있던 바위가 사학 죄수들의 목에 채워진 항쇄 때문에 항쇄바위라 불리던 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황새바위 순교성지 기념관에는 손자선 토마스 성인과 이존창 루도비코 순교자, 복자 이국승 바오로, 김현중 스테파노, 이도기 바오로 등 충청남도 순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황새바위 성지는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길, 빛의 길이 있고 순교탑과 무덤경당, 부활성당이 있으며 성모광장과 순교자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충청남도 문화재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순교탑
무덤경당
민창홍 요한 시인(시, 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