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359일

posted Jan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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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덕아 아녜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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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 학년이 바뀔 무렵이면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이 있었다.
어느 선생님이 담임을 맡게 되실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각 교실에서는 환성과 침묵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런 설렘과 한숨도 잠시, 우리는 곧 학업과 우정에 골몰했다.


새로운 선생님을 맞듯 새해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기대와 각오로 혹은 담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을 수도 있다. 인내심이 부족한 이들은 작심삼일을 두 번씩 겪었을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 어떤가? 담담함이 아닌 덤덤한 마음으로 시큰둥한 것보단 역동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새해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선함은 잊고 익숙한 일상에 열중하게 될 터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하고 자칫 권태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상으로의 회귀다. 지난 팬데믹 현상은 그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그런 소중함을 우리는 벌써 잊은 건 아닐까? 밋밋한 일상이 지겹기만 하고 만사가 시들해 보인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일이 년 전으로 가보면 치유될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충무공 이순신의 명언이다. 우리에겐 아직 359일이나 남아 있다. 작심 하루를 삼백, 오십, 아홉 번이나 실행할 수 있는 기회다. 사족을 달자면 작심 하루보다는 이틀이나 사흘이, 그보다는 마음먹은 일을 마침내 이뤄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부지런히 작심들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올해 말쯤엔 그 작심이 이뤄낸 결과물로 흐뭇해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그리되기 위해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필수항목이 있다. 요즘 말로 ‘꿀팁’이다. 요한복음 15장 5절을 읽어 보자.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작심을 하고 꿀팁을 탐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사전에 ‘어쩔 수 없지 뭐’란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새해 벽두에 웬 황당한 소리냐고 허탈해 할 이유도 없다. 이사야서 46장 4절의 절절한 음성이 그 증거이다. 


“너희가 늙어 가도 나는 한결같다. 
너희가 백발이 되어도 나는 너희를 지고 간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안고 간다. 
내가 지고 가고 내가 구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