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늘 깨어 있어라

posted Jun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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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희 세레나 시조시인/ 가톨릭문인회

“오늘, 말씀 듣는 태도가 제일 좋은 사람은 상을 줄 거예요.”


어릴 적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목사님의 성경 이야기는 너무 신비스럽게 들렸다. 생각해 보면 아마 모세의 이야기인 것 같다. 매 주일마다 교회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마룻바닥에서 꿇어앉아 듣는 목사님 설교가 그리 가슴에 와닿을 리 없었을 것이다. 반쯤 누운 채로 있는 아이, 장난을 치며 등에 낙서하는 아이, 소곤거리는 아이들로 산만한 주위 분위기는 집중해서 들어야만 했다. 아무튼 그날, 목사님의 성경 이야기에 나는 거의 푹 빠져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 자세가 좋은 아이에게 상까지 준다니…. 예수님 얼굴이 그려진 사진 3장을 처음 받았을 때 큰 보물인 양 안방 벽에 풀칠을 해서 딱 붙여 놓았다. 


부모님은 당시 절에 가끔 다니며 경을 외우기도 하시는 분들로 벽에 붙여진 사진을 보고 크게 야단치셨다. 내가 신앙을 이해하기는 아직 어린 나이라 부모님의 태도에 실망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믿음의 첫 순간이 그날 교회 목사님의 설교인 것 같다. 그 후 중학교 때 교회를 다니며 성경읽기에 온 시간을 보냈다. 


젊은 날 종교와는 먼 거리에서 지내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가톨릭에 입문하여 성사를 보았다. 집을 떠나 부모님을 멀리하고 돌아온 탕자처럼 십자가를 볼 때면 죄스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가난한 내 믿음은 불안하고 부족하였다. 


“늘 깨어 있어라.”


일상이 되풀이되고 나태해지는 마음에 게으름을 피우면 머릿속을 맴도는 말씀이다. 마음이 깨어 있으면 남을 배려하게 되고 상대를 먼저 살피게 된다. 그렇게 영적 깨우침을 다지며 늘 깨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나는 성사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자주 울컥해진다. 어떤 날은 감정이 격해져서 말도 잇지 못하고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기도 한다. 성사 후,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하여 성사를 보는 것이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한다. 언제쯤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내겐 숙제였다.


‘긴장하며 늘 깨어있는 삶을 살기엔 너무 힘들어.’ ‘다 그렇게 풀어져 사는 거야.’ ‘이젠 하느님을 마주하며 당당하게 살아도 돼.’ 이런 속마음이 작용했는지 언제부턴가 예민한 감정이 서서히 무뎌지고 있었다. 성사를 볼 때, 거리낌 없는 나를 보며 의심스러울 정도로 태연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영적으로 깨어 있지도 않으며 말씀 속에 살아가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두꺼운 철판이 깔린 강심장이 되어가는 듯하다. 


순수한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물들던 그 믿음과 정신을 다잡으며 나는 오늘도 되뇌어 본다. 


“늘 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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