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사목부

희년을 맞아 삶의 자리를 돌아보며!

posted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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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교구 성경교육봉사자 / 정복희 루시아

희년이 밝았습니다.

희년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에 힘입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를 우리에게 줍니다. 무언가는 크게 바꿀 수 없다고 실망하거나 미리 포기할 때가 많지만 희년의 은총 속에서 용기를 내어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도움이 필요 한 이웃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누고, 절망과 고통에 빠진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기도할 때, 주님께서는 희망의 빛을 더 밝게 비춰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나는 지금 무엇을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희년을 의미있게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인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저는 십여년 전, 남편의 고향 통영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삶의 자리가 새롭게 바뀌어 평일미사도 자주 드리고 남편과 통영 곳곳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에는 가지지 못했던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교구에서 파견된 수녀님을 통해 성경공부를 하게 되면서 구역 반장을 비롯해 전례봉사와 함께 다양한 성당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신앙체험을 하게 되었고 추천을 받아 교구 성경교육봉사자가 되기 위한 교육반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는 신자들과 성경공부를 함께 하고, 오후에는 양성을 위한 교육반에서 수녀님으로부터 특별교육을 받았습니다. 준비 없이 뛰어든 봉사자 교육 과정이 어찌 쉬웠겠습니까? 무엇보다 부담이 커서 3년 과정의 마지막 학기에 수녀님과 면담을 하며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부족함이 느껴질 때마다 내가 왜 이 봉사자의 길을 가야 하는지 마음 속에서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봉사자들과 저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하느님께 도와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고 남보다 잘하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수녀님께서는 성경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니 파견에 대한 두려움은 내려놓고 일단 끝까지 공부해 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그 조언에 따라 계속 성경을 공부하면서 제 안에 채워지는 뭔가를 느끼게 되었는데, 그것은 성경공부 봉사는 저의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저와 함께 해주신다는 깨달음이었고, 힘든 고비마다 기도하며 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저는 교구 성경교육봉사자로 파견되어 말씀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성경과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하느님의 이끄심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있습니다. 말씀을 배우고 전달하고 나누는 일들이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성경을 공부하면서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은 성경 안에서 만나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통해서 살아갈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늦게 시작한 봉사자의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봉사하기 위해 말씀을 공부하고 준비 하는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많은 시간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머문다는 것이 참 행복임을 깨닫습니다.

 

요즈음은 혼자서도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요. 선택한 방법으로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가능한 한 성경을 중심으로 교회가 인준한 교재로 운영되는 교구 성경 공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각 본당에 파견된 교구 성경교육봉사자의 길잡이와 함께 교우들과 말씀을 통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가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구 성경부는 신자들을 위해 일반여정, 지혜여정, 통독여정 그리고 어르신을 위한 은빛여정 등 다양한 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저는 희년의 기쁨 안에서 부족하지만 큰 희망을 품고 힘 닿는 데까지 더욱 말씀을 공부하면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주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삶 안에서 복음대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성경교육봉사자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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