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19.12.26 09:47

SKY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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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그 제목은 SKY 캐슬이다.

그다지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신기했다.

한 회, 한 회가 진행될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었고,

드라마에 나왔던 배우들이 여러 TV 프로그램에 초대손님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대사가 유행어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그 중에,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감수하시겠습니까?”라는

명대사를 남긴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의 모습은 여전히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드라마 내용은 우리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 소개한다.

다시 말해, 드라마는 SKY 캐슬이라는 공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특권을 자녀들에게도 물려주려고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삭막해지는 오늘날의 현실도 함께 비춰준다.

이웃 주민이라 하지만 서로의 마음은 멀고,

서로를 화려하고 격식있게 대하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탐욕과 경쟁상대로 바라보는 현실을 잘 그려낸 것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모상이 나왔을 때였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성모자상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초반에, 영재의 어머니(이명주 역)가 여행 후 이웃 주민들에게 성모자상을 선물한다.

그리고 어렴풋하게 등장했지만 광장 같은 곳에 서있던 상도 성모자상이었다. 이 모습을 보니 여러 의문들이 생겨났다.

‘종교적인 드라마도 아닌데 왜 성모자상을 보여주는 것일까?’ ‘드라마 감독은 무엇을 의도했기에 이 장면을 넣었던 것일까?’

 

성모자상은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계시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성모자상은 자녀를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자,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품을 내어주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SKY 캐슬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이웃 뿐만 아니라 가족들 마저 제대로 자신의 품에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의 모습을 보면,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입시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자녀들을 자신의 품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밀어낸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웃들과의 관계를 보면, 사람들이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자신의 상처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른 척하고 헐뜯는다(자신의 품을 내어 주지 않는다).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앞에 성모자상은 하나의 길잡이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지옥 같은 현실에 가톨릭이 방향을 설정해주고 있는 것이다(현실에 대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의 후반부로 갈수록 성모자상의 모습은 등장 인물들의 모습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드라마의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들끼리 서로 안아주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품에 안는다.

이웃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품에 안는다.

그리하여, 주인공들은 우리의 현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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