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20.01.23 10:33

아픔살기

조회 수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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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이야기: 190827. EBS 부모와 다른 아이들2. 장애를 극복하진 않았습니다만.
안녕하세요. 저는 ‘굴러라 구르님’ 채널을 운영하는 ‘구르님’, 김지우입니다.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이고요. 사실은 ‘구르리’였는데, ‘님’자를 붙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구르님’이 됐습니다. 그런데 잘 지은 거 같아요.

 

지우 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지우(모니카)는 제 고향 거창의 학교, 성당 친구 김태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딸입니다.
지우는 뇌병변장애로 인해 다리뿐 아니라 온몸이 불편합니다.

지우는 그런 몸을 콤플렉스라 여기지 않고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구른다는 말에 ‘님’자를 붙여 자신의 별명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집과 차 등을 꾸미듯, 자신의 휠체어를 예쁘게 꾸밉니다.

지우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잘 지은 것 같아요. ‘님’을 붙이니까 저한테 반말을 못하잖아요.”

그러나 단지 ‘님’자를 붙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함부로 못하는 게 아니라,

지우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고 그래서 ‘님’자를 붙였기에, 다른 사람도 존중해 주는 겁니다.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을 봅니다.

내가 나를 부끄럽고 초라하게 여기면 사람들도 나를 초라한 존재로 봅니다.

내가 나를 멋있게 자랑스럽게 여기면 사람들도 나를 멋있게 봅니다.
이웃을 ‘장애인’으로 보는 시선은 절대 배려가 아닙니다.

‘극단적 혐오’와 ‘극단적 배려’는 같은 시선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참 배려는, 있는 그대로를 나와 똑같은 존재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개인 채널에 올릴 영상 찍는 건데, 채널에 악플을 단 사람이 있어요.
근데 뭐 악플은 워낙 있으니까 괜찮은데 그런 건 한번 말하고 싶었거든요.
‘장애인들이 밖에 나오는 게 민폐다.’ 이런 말이 워낙 많으니까.


악플(악성댓글)은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글로 하는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이지요.

하지만 지우는 그런 악플에 위축되거나 분노하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긍정적 소통을 시도합니다.

친구와 함께 영상을 만들어 무엇이 진짜 ‘민폐’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김지우가 민폐라고 생각하세요? -(친구)당연하죠. 김지우 진짜, XX 민폐예요.
매운 것도 못 먹으면서 맨날맨날 매운맛을 고집하고, 그리고 배 아프다 그러고, 화장실에 계속 들락거리고, 야! 김지우, 문 닫고 싸!
결론, ‘김지우의 장애가 민폐다.’가 아니고, ‘김지우의 성격이 민폐다.’ ㅋㅋㅋ.


물론 지우의 성격도 민폐가 될 만한 게 아닙니다.

몸의 장애가 민폐가 될 수가 없다는 유쾌한 표현일 뿐이죠. 지우는, ‘장애인 김지우’가 아닌 ‘김지우’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것은, 사랑
엄마 김현미(베로니카)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날 낳은 걸 후회 안해?”라고 묻더라고요.
“아니”, 우리한텐 소중한 딸인데, 그런 얘기를 묻는다는 거 자체가 저는 그랬어요.
“엄마, 아빠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엄마 딸인 게 엄마는 좋고, 네 동생(김지원)이 엄마 딸인 게 엄마는 좋다.”

 

이런 부모의 생각과 마음가짐도 지우를 스스로 당당하게, 그리고 삶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만든 힘이 되었을 겁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 비싼 것 먹이고, 비싼 옷 입히고, 비싼 집에 살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자녀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그래서 자녀도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지금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행복은 거기에 있습니다. “풍족해 좋지?”, “부족해 미안하다” 말하지 말고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아픔을, 아픔이 아닌 삶으로 살기
장애가 있음에도 잘 사는 모습에 눈물이 난다는 건, 내가 저런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는 걸 다행이라 여기고 열심히 살겠다는 건,

그 장애를 삶의 아픔으로 여기는 겁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삶의 수많은 다른 조건들도 아픔이라 여기며 괴로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우는 장애를 아파하는 게 아닙니다.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게 자신의 모습임을 당연시 여기고 자신의 삶으로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새처럼 하늘을 날지 못한다고, 호랑이처럼 강한 힘을 가지지 못했다고,

은행나무처럼 수백년을 살지 못한다고 그것을 아픔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당연하고 평범한’ 내 모습이라 여기고 기쁘게 살고자 합니다.
‘아픔살기’는 ‘아파도 참고 산다’, ‘아프지 않기만 기대하며 버텨낸다’가 아닙니다. 지금의 아픔을 아픔이 아닌 ‘삶’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프기에 오히려 더 은총이 된다는 것을 알고 기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 요즘 논문을 하나 쓰고 있는데, 의문점이 생겼어. ‘장애 극복’, 이 말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나는, 장애를 극복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극복이라는 말은 보통 ‘역경을 극복했다’,

‘고난을 극복했다’처럼 되게 안 좋은 상황에서 좋은 상황으로 바뀌었을 때 쓰는 말이잖아.

그렇다면, 이 말을 쓰는 사람은, 장애를 고난이나 역경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말 아닐까?

예를 들어, 장애를 극복했다, 라고 하면, 장애인이 갑자기 비장애인이 된다는 말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이거지.

이런 말을 쓰는 자체가 굉장히 아이러니한데, 심지어,

장애이해교육을 주관하는 교육청에서 이런 자료를 보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뭔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

비장애인이 만들고 비장애인만을 위한 장애이해교육 아닐까 싶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장애극복이라는 말, 맞는 말일까? - 1분 구르님.


삶을 극복한다, 맞는 말일까요? 삶은, 삶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겠죠.
지금 이대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안 아파도, 더 가져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한 사람은, 더 아파도, 덜 가져도 행복합니다.

 

“보시니 좋았다.”(창세)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당연하고 평범한’, 있는 그대로, 지금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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