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20.03.19 16:46

나는 주님께 노래하리라(탈출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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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전례 음악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접한 내용 중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에 남은 바는 다음과 같다.

소리로 표현되는 말에는 세기나 높낮이, 빠르기 등의 음악적 요소가 녹아있는데,

이 특성을 살려 전례문이나 기도문 등을 더욱 아름답고 정성스레 표현해내려는 노력 가운데에서 우리가 성가라고 부르는 것이 태동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단 성가만 그러할까.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장르의 노래는 말의 음악적 요소를 활용하는 가운데에서 생겨났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람의 신비로움이 새삼 느껴진다.

음악적 요소를 표현하고 들을 줄 알기에 단순한 표현보다 노래로 더욱 깊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고,

한편 노래를 넘어 기악이나 자연의 소리를 듣는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마음이 변화무쌍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 신비를 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대니얼 J. 레비틴의 『호모 무지쿠스』라는 책도 있다고 하니 여유가 생긴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심금을 울리는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았을 것인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신학교 시절, 한창 학기말 시험을 준비할 때이다.

여러 과목을 동시에, 거기다 각 과목마다 방대한 분량을 볼라 치면 넋을 놓기 일쑤였다.

이때 위안이 되었던 노래는 그 당시 유행했던 IU(아이유)의 ‘너랑 나’였다.

시계를 더 보채서라도 만나고픈 미래가 있다는 가사 내용과 그 기대를 발랄한 느낌으로 드러내는 멜로디가

방학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어루만졌기 때문이었을까. 손가락으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안무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는 가사가 없는 피아노 연주곡인데, Ludovico Einaudi(루도비코 에이나우디)라는 음악가의 ‘Nuvole Bianche(흰 구름)’라는 곡이다.

처음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의 배경음으로 접했는데,

그 곡이 궁금하여 애타게 찾다 알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네 개의 화음을 기본으로 잔잔함에서 점차 격정적 멜로디로, 이내 소강되는 흐름과 변화를 주는 형식이다.

원작자의 의도는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제목을 안 이후론 구름처럼 흘러가는 일상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힘든 시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다독여주는 느낌 때문인지 종종 듣곤 했다.

 

요새는 가톨릭성가들을 자주 흥얼거린다.

성경 구절과 더불어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표현하는 내용들의 심오함과 이를 표현하는 선율의 맛을 깊이 느껴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쉬이 흥얼거릴 수라도 있기에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모를 마음을 대변해줘서일까.

해서 최근엔 예비자교리의 기도에 대한 부분에서 어떻게 기도할지 모를 때에는 기억나는 성가를 부르는 것도 좋으리라 설명한 적도 있다.

 

여하튼 사람이라면, 특별히 하느님 백성이라면 음악과 떨어져 살 순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 민족이 처음으로 노래를 했다고 표현된 장면(탈출 15,1-19)은 이집트를 탈출한 후, 곧 하느님의 강한 손을 체험한 이후이다.

한편 이를 바탕으로 손북을 들고 노래를 매겼던 미르얌(탈출 15,20-21)이 죽으니(민수 20,1)

곧바로 공동체에 마실 물이 없어졌다는 상황(민수 20,2)은 우연의 일치일까.

하느님을 노래로써 찬미하는 일은 성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자 하느님 백성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처럼 보인다.

해서 나는 음 이탈(소위 삑사리)이 자주 나는 편임에도, 언제부턴 미사 때 부르는 성가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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