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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13:32

정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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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직한 후보. 2019

인생의 나침반과 같은 이름, 할,머,니.(故 김옥희. 1936. 10-2012. 04) 일찍이 부모님을 여읜 제게, 할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살피고 정직하게 살아라.” 산나물을 팔아 모은 돈으로 산 황무지가 개발되면서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사회에 다 환원하시고(‘암투병’ 중 전 재산 기부한 김옥희 할머니), 아픈 몸을 끌고 시장에 가셨습니다. 당시 저는,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꼼수 약관 때문에, 할머니 앞으로 든 암보험을 보장받지 못한 겁니다. 모두 질 거라던 싸움에서 승리한 저는, 할머니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로 갔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자연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아름다운 뜻을 받들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달립니다. 약속을 지키는 진실한 정치인, 기호 1번 주상숙
 
주상숙은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4선 의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절에 가서는 108배를 하고, 개신교회에서는 권사로 활동하며, 수녀님 앞에서는 성호를 긋습니다. 선거 유세 나갈 때는 평소 차던 좋은 시계를 빼놓고, 구두도 허름한 것으로 바꿔 신습니다. “내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표다.”라는 신념으로 밖에서는 말 한마디도 조심합니다. 정치가로 살면서 얻게 된 고급(?)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떼돈을 법니다. 서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 목소리 높이지만, ‘말로는’입니다. 
 
그런데 사실 할머니는 살아계십니다. 깊은 산속 홀로 계신 할머니를, 고인이 되셨다고 ‘허위사실유포’를 하며, 주상숙은 자신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이용합니다. 
할머니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산속을 다녀오던 주상숙, 큰 비를 피해 잠시 머문 곳은, 할머니가 소원을 빌며 쌓아둔 돌탑 앞입니다. 
 
주상숙 : 4선 꼭 되게 해 주시고, 이참에 전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정치인 되게 해 주세요.
할머니 : 진짜로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저 전 재산 기부한 거 아시죠? 천당 안 가도 좋으니까, 우리 상숙이 정신 차리고 착하게, 거짓말 안 하고 살게 해 주세요. 제발.
 
동시에 드린 두 사람의 간절한 기도, 할머니의 진심이 통했습니다. 이후 주상숙은 거짓말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잘하던 ‘입에 발린 말’, ‘접대성 멘트’가 나오질 않습니다. 그렇게 지지율은 곤두박질칩니다. 정신과를 찾으니 못 고친단 얘기를 빙빙 돌려 거짓말하고, 무당을 찾았더니 할머니 귀신 씐 행세를 하며 거짓말을 합니다. 결국 병(?)은 고치지 못하고 선거 전략가를 모셔 선거판을 새로 짭니다. 그렇게 해서, 거짓말로 ‘쇼’를 하던 정치판에서, 정직함으로 ‘쇼’를 해서 지지를 다시 얻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셨다는 할머니의 기부로 만들어진 옥희재단 관련 비리가 밝혀지면서 궁지에 몰린 주상숙. 그 비리는 주상숙을 이용해 당 대표가 꾸민 짓이지만, 꼬리자르기로 도망가고 모든 화살은 주상숙을 향합니다. 그제야 주상숙은, 자신이 지금껏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한 것인지, 정치적 쇼를 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강제된 정직’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정직’한 인물이 되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제게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짧은 며칠이었지만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백합니다. 저는… 
 
할머니는 이제 진짜로 돌아가셨습니다. 후보에서 사퇴한 주상숙은, 재단 비리의 실세가 당 대표였음이 밝혀졌지만 검찰에 자진 출두했고, 본인이 지은 만큼의 죗값을 치렀으며, 「슬기로운 감빵일기」 책을 냈습니다. 
 
주상숙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합니다. 그에게 이제 서울시장은 ‘정치적’ 자리가 아닙니다. 평소 신는 구두와 사람들 앞에서 신는 구두가 더 이상 다르지 않습니다. 좌우명은 “꽃보다 정직이 아름다워.”입니다. 이제 주상숙은, ‘정치’를 하려 합니다.
 
‘정치’냐, ‘정치적’이냐
 
왕의 권력에 대한 유혹과 왕이신 분의 권위에 관한 질문이, 악마와 빌라도에게서 나옵니다.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 마태 4,8-9.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마태, 마르, 루카, 요한
 
악마는 사람을 권력욕으로 유혹합니다. 유혹에 빠져 죄의 상태에 들어간 사람은 이런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봅니다.
 
유다 지도자들과 빌라도 앞에서의 예수님 죄목은 각각 다릅니다. 한쪽은 하느님 모독, 한쪽은 왕 노릇 했다는 죄입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같습니다. 유다 지도자들이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 종교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정치적 문제, 권력의 문제였습니다. 정치적 반란의 주모자였던(마태 27,16) 바라빠와 예수님을 같이 옭아맨 것도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세상권력이, 어떤 공동체나 개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배제시킵니다. 교회도 과거 정치적으로 처신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교회 스스로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정치합시다
 
악마의 유혹과 빌라도의 질문에 대한 최종적 예수님의 대답은 법정에서 드러납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마태, 마르, 루카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 요한
 
이분은 임금이십니다. 당신의 백성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악마가 유혹한 것처럼, 유다 지도자들이나 빌라도가 생각한 것처럼, ‘힘’과 ‘속임’으로 ‘지배’하는 ‘정치적’ 임금이 아니라 ‘섬김’으로 다스리는 임금이십니다. 우리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국가적, 나아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잘 한 게 있다면, 그것은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보여준 투명성, 그리고 함께한 시민의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치권도, 개인도,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해야 할 정치에 대체적으로 충실했다는 의미입니다.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 - 요한 19,19
 
임금께서 수행하셨던 그 사명 그대로, 교회는 ‘왕직’을 수행합니다.
정치합시다.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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