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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4 10:55

신학생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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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영화, 2010

여기는 버크. 북쪽으로 12일 가면 나타나는 얼어붙은 희망처럼 추운 섬. 이곳 삶은 참담하고 참혹하다. 마을은 척박함 그 자체. 7대째 살아가고 있지만, 남아난 옛 건물이 거의 없다. 낚시, 사냥으로 겨우겨우 살아가지만, 석양의 풍경은 완전 최고다. 유일한 골칫거리는 빌어먹을 해충이다. 딴 데선 쥐나 모기가 해충이지만 이곳 해충은, 드래곤이다.

 

족장의 아들 히컵, 괴물조차 두려워할 바이킹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입니다. 그러나 히컵은 영리한 반면 왜소하고 겁쟁입니다. 그도 용맹한 바이킹이 되고 싶습니다. 인정도 받고, 짝사랑 아스트리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강 드래곤인 나이트 퓨어리를 잡고 싶어 합니다. 

 

내가 어렸을 땐 아버지가 나에게 바위에 박치기를 시켰고 난 무조건 복종했어. 난 바이킹의 실력을 갈고 닦았어. 태산을 쪼개고 숲을 밀고 바다를 길들이는!

 

아버지는 바이킹 싹수가 노란 히컵이 걱정이지만, 히컵은 자신이 고안한 밧줄작살로 어둠속 나이트 퓨어리를 한방 멋지게 먹입니다. 그리고 숲을 뒤져 추락한 놈을 찾아냅니다.

 

드래곤, 너를 죽이고 심장을 꺼내 아빠한테 가져가겠어. 난 바이킹, 바이킹이란 말이야.

 

그러나 애처로운 놈의 눈빛을 본 히컵은 칼을 거두고 풀어줍니다. 죽이는 일은 못한다는 걸 깨달은 히컵이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도끼를 건내며 용 대적 훈련을 하게 합니다.

 

이 도끼를 지니면 바이킹 정신과 용맹을 지니는 거야. 바이킹처럼 걷고 말하고 생각하게 되지. 더 이상 나약함이란 없는 거다. / 믿는다면서 왜 이러는 건데요? / 어허, 얘기 끝났지? / 이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거잖아요. / 끝났지? / …끝. / 좋아. 열심히 연마해라.

 

다시 숲을 찾은 히컵은 꼬리날개가 부러져 날아가지 못한 나이트 퓨어리를 발견합니다. 배고픈 용에게 물고기를 건네고, 이빨이 없는겨?(투슬리스toothless?)라고 외친 게 그 용의 이름이 됩니다. 서로를 경계하며 조심조심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 둘, 서로를 지켜보고, 서로를 따라하며, 서로를 길들입니다. 히컵은 꼬리날개를 만들어 투슬리스에게 달아줍니다. 자연날개가 아니라 히컵의 조종이 필요했고, 그렇게 둘은 한 팀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오늘은 아들이 바이킹이 되는 날, 진정한 바이킹(one of us, 우리 중 하나)이 되는 날이다!

 

용 대적 훈련에서, 잘 싸워서가 아니라, 용을 잘 다뤄서 최고용사로 뽑힌 히컵은 이제, 아버지와 모든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용맹하게 용을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칼과 방패를 내려놓고 심지어, 아버지가 선물한 자랑스런 바이킹 투구를 벗어던져 버립니다.

 

드래곤 학살을 끝낼 거야. 난 남들이랑 달라(I’m not one of them).

 

하지만 주변의 위협적 분위기에 겁을 먹은 용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뜻대로 하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히컵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투슬리스와의 관계도 들통납니다.

 

넌 놈들과 어울렸어. 넌 바이킹이 아니다. 내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와 바이킹들은 투슬리스를 볼모로 용들 소굴로 진격합니다. 아스트리드가 묻습니다.

 

숲에서 발견했을 때 왜 안 죽인 거니? / 난 겁쟁이고 약해빠져 못 죽인거지. / 용과 함께 날아오른 것도 최초지. 솔직히 말해봐. / 녀석이 나만큼 겁먹었기에 안 죽였어. / 지금도 네 친구가 무척 겁먹은 것 같던데. 어쩔 생각이야? / 아마 난, 멍청한 짓을 하겠지. / 멍청한 짓은 이미 했잖아. / 그럼, 미친 짓이라도 해야지? /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용들의 소굴에 쳐들어간 바이킹들, 그러나 조무래기 용들은 도망치고 어마무시 괴수요괴 대빵마왕 용에게 혼쭐이 납니다. 이때 히컵과 또래들이 용을 타고 구하러 왔습니다.

 

자네가 낳은 아들 맞나? 완전 용감하잖아.

 

또래 대부분이 용 대적 훈련에선 낙방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괴수용을 잘 대적해 냅니다. 

 

그거야! 너흰 바이킹이야!

 

도끼와 칼을 잘 휘두르지 못해도 진짜 바이킹이란 소리에 모두가 신이 납니다.

아들아, 사과할게. 그간의 일 모두. 그리고, 공중전은 위험해. / 위험하니까 바이킹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무사히 동네 사람들과, 괴수용에게 노예 살던 용들까지 모두 구해낸 히컵,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투슬리스가 곁에 있습니다. 나아가 마을 전체가, 바이킹과 용이 함께 사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늘 바라왔던 평화의 나라, 천국이 지금 여기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신학생이란 이름을 컬러풀하게

바이킹, 전통에 따른 교육 방식으로, 시키는 대로만 따라 하며, 원수인 용을 죽여야만 용맹하고 제대로 된 바이킹 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이 마을과 양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바이킹이란 이름에 걸맞은 하나의 틀이 존재해서, 그 틀에 나를 끼워 맞추면 성공, 못 맞추면 실패입니다. 바이킹이 세상을 길들인다는 것은, 정복하고 소유하며 지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바이킹, 유별나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힘없고, 겁 많고, 죽일 줄 몰랐던 그가, 멍청한 짓, 미친 짓으로, 살리고, 친구 맺고, 목숨 걸고 용감히 뛰어들어 해방시켰습니다. 

 

“넌 놈들과 어울렸어. 넌 바이킹이 아니다. 내 아들이 아니다.” 이런 말을 듣던 그가, “넌 우리와 다른 모두를 어울리게 했어. 넌 진정한 바이킹이다. 너는 자랑스러운 내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런 말을 들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너는 너무 엉망이야”, “너는 숫기가 없어”, “그래서 신부 되겠어?”, ……

전통을 굳건히 지켜줄 신학생도 필요하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이해할 줄 아는 -세상 골칫거리를 최고로 탈바꿈시킬 줄 아는- 신학생은 더더욱 필요합니다.

 

여긴 버크섬이다. 9개월간 눈 오고 3개월간 우박이 떨어진다. 

음식은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맛도 거지같다. 이곳 사람들은 더 무뚝뚝하고 재미없다.

그래도 마음에 든다면 드래곤 때문.

딴 세상에선 말이랑 앵무새를 자랑한다지만, 여기선 당연, 드래곤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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