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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11:43

신학생이란 이름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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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 2017

양만춘, 그가 어떤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 한때는, 젊은 나이에 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전장의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역자라 불리고 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 너를 부른 것은 그 때문이다. 안시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너를 태학 생도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네가 양만춘과는 달리, 나에게 충성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물, 안시성으로 가라. 안시성으로 들어가 양만춘을 죽여라. 어차피 안시성으로 당군을 상대할 수 없어. 그보다 더 큰 성들도 이세민을 당해내지 못했다. 안시성은 버린다. 성민들, 양만춘을 따르는 한, 그들도 반역자다. /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 속 이야기입니다. 양만춘은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이자 장수입니다. 그런 그에게 반역자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안시성 출신으로 태학 생도의 수장인 사물은, 연개소문의 명을 받아 반역자 양만춘을 죽이러 안시성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수렁에 빠진 성민의 수레를 진흙투성이인 채 빼내주고 길 잃은 치매 할머니를 찾아 모셔가는 양만춘을 만납니다. 분명 수상한 면이 있지만, 양만춘은 사물을 받아들여 옆에서 대장기를 드는 임무를 부여합니다. 사물은 호시탐탐 양만춘을 해할 기회를 노립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주. / 성안에 새 생명이 탄생했는데 안 올 수 없지. 아이의 이름은 지었나? / 늦봄이라 지었습니다. 그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습니까? / 늦봄이면, 만춘인데? 하하하.

 

한밤중 그를 미행한 사물은, 성안 백성들이 그를 진정 존경하고 따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성주는 어떤 인물입니까? 안시성 사람들에게 성주는, 어떤 인물입니까?

모두가 성주를, 안시성 그 자체로 생각하고 있지. 성주가 없는 안시성은, 안시성이 아니다.

 

‘성주’ 양만춘, 그러나 그의 실제 역할과 삶은 권력자가 아닌 마당쇠이자 아버지였습니다.

 

어이 사물, 네 단검을 보자. 좋은 칼이구나. 이걸로, 내 수염을 잘라라. 전투에 나가기 전에, 수염을 자르는 법이지. …뭐하냐? 어서 잘라라.

 

드디어 당 대군이 안시성을 치러왔습니다. 결전을 앞둔 양만춘, 자신을 죽이러 온 사물에게 오히려 목을 맡깁니다. 칼을 든 사물은, 자신의 임무가 양만춘을 죽이는 일인지, 고구려를 살리는 일인지 번뇌합니다. 그런 사물의 번뇌를, 양만춘이 풀어줍니다.

지금은 하지 마라. 언제든지 기회는 있다. 그러니 지금은 하지 마라.

 

괜찮으십니까? 연개소문이 보낸 거 맞죠? 없애야 됩니다. 전투 중에 뒤에서 치기라도 하면…

저 아이도, 안시성 사람이다.

 

‘안시성 사람’, 그것이 양만춘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자기 목을 따러 온 자일지언정 그는 안시성 사람, 고구려인입니다. 그 또한 양만춘이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안시성 사람이며, 사물 또한 자기 목숨을 바쳐 백성을 지킬 수 있는 안시성 사람입니다.

 

당나라 군대가 오고 있다고 얘기가 들려왔을 때, 모두들 나에게 물었다. 성주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나는, 싸울 거라고 말했다. 어쩌겠냐? 내가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걸. 나는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항복이란 걸 배우지 못했다. 내가 배운 건,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는 거다. 어느 놈이 나의 소중한 것을 짓밟고 빼앗으려고 할 땐,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저 뒤를 돌아봐라. 안시성 사람들, 우리에게 소중한 건, 바로 저들이다. 저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

 

20만 대 5천, 어마어마한 대군을 눈앞에 둔 안시성의 군사들은 두려움에 떱니다. 그러나 ‘숫자’를 초월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왕의 허락을 입고, 당 군사들은 정복욕을 불태우며 성을 약탈하고 욕망을 채우려 덤비지만, 고구려 군사들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려는 사랑으로 자신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지켜냅니다. 나를 위한 걱정 앞에서는 떨게 되지만, 나의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능력이 드러납니다. 

 

누구를 따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성주로서, 이 성을 지킬 뿐이다. 

 

사물은 원병을 요청하기 위해 연개소문에게 돌아갑니다. 목숨을 바쳐 양만춘을 죽이겠다던 사물이, 목숨을 걸고 그와 성민들을 살리려 길을 갑니다.

 

그는 절대 반역자가 아닙니다. 그는 그저, 한 명의 고구려 사람일 뿐입니다. / 반역자를 고구려인이라고? 이제는 너도 항명하겠다는 것이냐? 너를 안시성에 보낸 것은 그따위 말을 듣고자 보낸 것이 아니었을 텐데. / 비록 갑파를 따르지는 않았으나, 그는 목숨을 내걸고 당군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가 왜 싸우겠습니까? 그것은 그가 고구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반역자라 함에도, 성주와 성민들은 당군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싸우고 있는 건, 그들 또한 고구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들을 외면하십니까? 제발 안시성을 도와주십시오. 그들을 살려주십시오. 그들도, 그들도 고구려입니다.

 

연개소문에게 충성의 의미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양만춘에게 충성은 백성을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연개소문은, 백성을 구하려 안시성으로 떠납니다. 

 

백성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과 헌신, 자신을 죽이러 온 이를 동지로 만들었고, 자신을 반역자라 여긴 이를 변화시켰으며, 백성과 나라를 구했습니다. 

 

백성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다.

백성을 편안하게 기르는 일에 힘쓰도록 하라.

감사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여 백성들의 삶을 도와라.

백성을 사랑하고 기르는 일에 마음을 다하라. 

백성을 구제 못 하는 죄는 진실로 나에게 있다. - 세종대왕실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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