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21.01.28 16:26

나를 살리는 우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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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수진 이야기-진, 진. 이동은. 정이용 만화
수진은 친언니와 함께 식당을 하며 살아갑니다. 몸이 안 좋아 갱년기려니 하고 병원을 찾았다 임신이란 말을 듣습니다. 사귄다고 하긴 애매한 임소장과의 사이에서 생긴 앱니다. 수진의 아들은 여섯 살 연상녀를 사귀고 있습니다. 말 못하고 고민하는 수진에게, 뭐든 마음대로 하는 임소장이나, 이성 사귀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아들이나 못마땅해 보입니다.


진아 이야기
진아는 여성전용 고시원에 기거하며, 낮에는 청소용역, 밤에는 여성전용 대리기사로 악착같이 일합니다. 하나 있는 가족인 여동생의 대학공부를 꼭 시키리라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대입 특별전형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망신고를 하려 해도 밀린 병원비 때문에 사망진단서를 못 떼 어렵습니다. 딸들이 어릴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홀로 돌아가신 뒤 무연고 처리된 것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수진 이야기
견뎌온 내 청춘아, 그 누가 알아주나.


어렵게 수진은 임소장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만, 그는 수진에 대한 염려보다 자기 걱정을 먼저 합니다. 가장 힘든 순간, 애인만 신경 쓰는 아들, 그 나이에 무슨 임신이냐며 타박하는 언니, 책임 회피하는 임소장, 아무도 의지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한 고비만 넘기면 진짜 내 인생 나올 거라며 청춘을 다 보내고 보니,
그 고비가 그냥 내 인생이었다.
참 열심히 살았는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진아 이야기
고시원 옆방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 진아가 사망신고를 하려고 동사무소를 찾습니다. 가족이 아니지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더불어, 이전에 하지 못했던 아버지 사망신고도, 동장 직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진아는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받게 되고, 동생은 특별전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어렵지만 삶은 그렇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동생과 같이 노래방을 찾은 수진, “다시 만난 세계” 노래를, 둘이 함께,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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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이야기
아들은 엄마 눈치를 보며 결혼 얘기를 꺼냅니다. 아들의 애인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수진은 마음이 답답합니다. 아직은 결혼을 받아들이기가 이르다고 여깁니다. 결혼을 쉽게 생각하고 급하게 하려 하지 말라는 수진에게 아들은, 애인의 임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그냥 살아가면 돼. 그럼 저절로 다 살게 돼 있어.


모르겠다. 누구는 그냥 살라 하고, 누구는 대비하라 하고. 
대비하면서 하루하루 그냥 살면, 끝인가…?
사는 의미는 뭔지 모르겠고, 산 만큼의 세월은 더 남아 있는데,
그 세월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수진은 행여 임신 때문에 결혼하려는 게 아닌가 염려스러워 미래의 며느리를 더 챙깁니다. 그리고 임신 때문에 결혼을 결정하진 말라고 진지하게 조언합니다. 젊을 때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라고도 얘기해줍니다. 수진도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서예를 배우러 다니고, 새로운 인생을 다짐하며 마음속 생각을 글로 옮깁니다.


盡(진)
進(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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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과 정이용 이야기

「진,진」은 삶의 ‘다함(盡)’과 ‘나아감(進)’을 담은 이야기다. 진아와 수진 두 여성이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삶이 다하는 순간들, 그 뒤에 남겨진 생, 그리고 그 속에서 또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작품이다. 작품 속 진아와 수진은 나이와 직업이 다르지만 각자의 생활에서 겪는 생(生)과 사(死)의 무게는 어쩌면 비슷하다. 
삶은 고통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태어날 때도, 죽을 때도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를 빌려 태어나고 죽는다. 어머니의 고통 가운데 태어나야 하고,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며 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삶은 노래한다. 아니, 그래서 삶은 노래한다. 어차피 고통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나와 당신의 삶은 노래한다. 지금, 이곳에서. -이동은 


우리는 첫 단행본부터 지금까지 책 표지에 이름을 표기할 때 글, 그림을 구분 짓지 않고 나란히 병기했다. 무 자르듯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출간 미팅 중 편집자님으로부터 오랜 파트너십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는 자주 싸우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오히려 그 싸움이 없었다면 계속해서 공동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협력과 싸움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정이용


수‘진’과 ‘진’아 이야기-盡해도(다되어도), 盡하며(다해서), 進하는(나아가는)
수진과 진아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진아가 대리기사 일을 하고 서울로 들어갈 때 우연히 수진과 그 언니의 차를 얻어 탄 적이 있습니다. 둘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갔으며, 모르는 사이 서로의 연결점이 생겼습니다. 이후에도 둘은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끝일 듯 힘들어도(盡) 각자의 삶을 다해(盡), 그 삶을 계속 살아나갈(進) 때, 삶은 각자의 삶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나 사랑’은 ‘이웃 사랑’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 사랑’을 사는 이는 ‘이웃 사랑’을 살게 되고, ‘이웃 사랑’을 살고자 하는 이는 ‘나 사랑’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우리 사랑’을 삽니다. 


진짜 내 인생이 지금의 고비 뒤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고비가, 지금 이 고비도, 진짜 내 인생입니다. 지금 삶을 노래하세요. 내 곁의 수많은 이들도 삶을 노래할 것입니다. 나의 노래가 나와 그들을 살게 하고, 그들의 노래가 그들과 나를 살게 합니다. 우리는, 각자, 그리고 함께, 삶을 노래합니다. 함께,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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