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21.08.19 13:51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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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양궁, 김우진
누가 쏴준 화살이 아니고 제가 쏜 화살이기 때문에, 미련이 남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빨리 털어버리는 게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높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죠. 그런데 아쉬운 감정들을 어떻게 잘 연료로 삼아서, 다른 것들을 활용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가 될 것이냐가 더 관건일 것 같아요. 개인전이 아쉽지만 그게 또 삶이 아니겠어요?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어요.

 

210822 렛문화렛신앙 김우진(홈피용).jpg


김우진 선수가 개인전 8강에서 탈락 후에 한 말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남녀 혼성 경기가 새롭게 추가되어, 양궁은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었습니다. 이미 남녀 혼성과 여자 단체, 남자 단체, 여자 개인까지 4개의 금메달을 딴 상태에서, 과연 최초 5개의 금메달 싹쓸이가 실현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었기에, 다른 2명의 한국 선수들은 탈락하고 마지막 남은 김우진 선수는 많은 부담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우진 선수는 그런 싹쓸이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은 듯합니다. 오직, 자신의 이름으로 출전한 개인전에서 자신의 부족함으로 진 것에 대해 깨끗하게 받아들이며, 이 아쉬움이 앞으로의 더 높은 비상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되기를 소망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합니다. 


사격, 김민정
음… 슛오프 들어갈 때, 저 살짝 웃었어요, 재밌어서. 내가 오늘 진짜 열심히 해서, 준비한 거 다 보여주고 다 쏟아내야겠다 생각하고 사대에 들어갔었거든요. 들어가서는 막상, 메달, 뭐 그런 생각보다는, 한국에서 정말 너무 열심히 하고 왔기 때문에, 그냥 제가 해야 될 것들에 대한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은메달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아직 어리니까 다음이 있어요.

 

210822 렛문화렛신앙 김민정(홈피용).jpg


신학생 시절 기숙사 원장 신부님은, 자신은 학생 때 시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는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성적 부담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마음이 컸답니다. 그러니 시험은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었습니다. 여기 그런 선수가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해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닌,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즐거움으로 경기에 임했고, 그런 마음이었기에 또한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어리고 아직도 기회가 있으니, 새롭게 열심히 준비하는 만큼, 더 멋진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의 기대에 또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체조, 시몬 바일스 
세계 최고의 체조 선수로 꼽히던 시몬 바일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잇달아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체조 마지막 날인 오늘, 바일스가 다시 무대 위에 섰습니다.
수많은 취재진이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돌아온 바일스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평균대에 선 바일스, 중압감을 이겨내고 연기를 마친 바일스는 환한 웃음을 되찾으며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했습니다. 최종 성적은 3위, 하지만 메달 색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메달을 따고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건강과  진솔한 대화는 제가 땄던 그 어떤 메달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바일스의 ‘용감한 포기’는, 성적이 우선이라는 과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상징합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 명언은 옛말이 됐습니다. 세상은 이제 즐길 줄 아는 선수에게도 박수칠 준비가 됐습니다. -KBS 9시뉴스, 210803.

 

210822 렛문화렛신앙 시몬 바일스(홈피용).jpg


시몬 바일스 선수가 포기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요된 건 아니지만 은연중 자신을 압박하고 있던, 나라를 대표해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습니다. 책임감이라 이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도, 책임감도, 나를 잃어버린다면 의미 없고, 내가 없는 내 나라는 있을 수 없습니다. 시몬 바일스 선수는 대외적 영광을 포기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권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출전을 기권하던 그는 오히려 부담감을 덜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출전해 또한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근대 5종, 정진화, 전웅태
제가 근대 5종을 사랑하듯, 다른 사람한테 이걸, 너 근대 5종 사랑해라, 이건 강요이기 때문에 (비인기 종목 감수하라는 게)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좀 더 근대 5종 종목이 매력적으로,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제가 (고민을)…
-전웅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200427. E58. 


헛되지 않았단 생각이 들어서, 정말 흐뭇하구요. 제가 지금 흘린 눈물은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라, 그동안 준비했던 기간들이 갑자기 생각나고… 이번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근대 5종을 알아주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진화

 

210822 렛문화렛신앙 정진화 전웅태(홈피용).jpg


진화 형이랑 같이 메달 따지 못해 너무 아쉬운데, 그래도, 뭔가, 끊임없이 벽을 두드리고, 솔직히 얼마나 두꺼운 벽인지 모르는데, 그걸 계속 두드리고, 또 그런 결과가 오늘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건 저의 동메달이 아니라, 저희 대한민국 근대 5종의 동메달이라 생각해서 너무 값집니다. 이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전웅태 선수 덕분에 근대 5종이라는 멋있는 종목을 알게 돼서 ‘정말 고맙다’ 이 말을 들으면 진짜 눈물 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메달 맛을 봤기 때문에 이제 효자종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근대 5종은 이제 시작입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파이팅! -전웅태


전웅태 선수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운동도 너무 사랑합니다. 그가 속한 나라, ‘우리나라’도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따로따로이지 않고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런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하루에 열다섯 시간, 다섯 종목을 훈련하며, 얼마나 두꺼울지 모를 세계의 벽을 끊임없이 두드렸습니다. 자신과, 자신이 하는 운동과,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기 만큼.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지만 정녕 ‘그의 멍에는 편하고 그의 짐은 가벼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당신 생명을 함께 나누는 삶으로 부르시고, 우리는 그런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삶을 만들어갑니다. 나 자신을 실현하고 나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지금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히 수용하며 또다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그런 걸음 하나하나를, 때론 삐걱대며 때론 랄랄라 나아가며 모두 즐기고,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진실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랑하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태도, 매 순간 새로워지는 시대에, 매 순간 새로워야 할 세대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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