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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겨울이라 피지 않은 섬진강 꽃길을 따라 다다른 하동성당에서는 온통 꽃들을 만난다. 성전 입구 방에는 ‘작은꽃방’이라고 적혀 있다. 유아실이다. 내려오면 참꽃방, 벚꽃방, 목련방, 철쭉방, 매화방이라고 회합실들을 예쁜 꽃이름으로 정해 놓고 있다. 봄꽃축제로 명성을 날리는 하동지역답게 성당에도 방글방글 꽃들이 피어나는 듯하다. 신자들의 의견을 받아서 꽃이름을 선정하고 목판에 정성껏 서각을 하여 방패를 달았단다. 


서로를 마주한 진솔한 이야기들
이수호 다미아노 주임 신부를 비롯하여 김수태 바르톨로메오 사목회장, 김춘식 힐라리오 전 회장, 최문열 가브리엘 전 회장, 김정태 안토니오 사무장이 한자리에 앉았다. 하동성당의 역사와 현황을 꿰고 있는 전·현직 활동가들은 조용하면서도 무게를 담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고 공감하여 나눈다. 직전까지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하다 새로 부임하여 거리두기 사회에서 겨우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수호 신부는 신자들의 역사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최문열 가브리엘은 하동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30년이 되었다. 14대, 15대 회장을 맡아 본당 일에 밀착했다. 김춘식 힐라리오는 전남 진도에서 세례와 견진을 받고 고향 하동으로 돌아와 50년이 되었다. 내내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16대 회장을 맡아 역할을 다했다. 김정태 안토니오는 부산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하동으로 옮겨 왔다. 재경부장, 총무부장 등 사목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사무장 업무를 맡아 17년이 되었다. 현 20대 회장 김수태 바르톨로메오는 사목위원들과 함께 앞서 일했던 분들을 본보기로 삼아 본당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형제로서 같은 일에 추임새를 넣으며 서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220116 하동본당야경(홈피용).jpg


50여 년 잊지 못할 이야기들 
하동본당은 1965년 12월에 설립되었다. 1990년에 진교본당이 분리되어 나가고, 본당설립 25주년을 지나면서 새로운 도약을 설계했다. 이듬해, 읍내 중심지에 새 성전 부지를 매입했다. 그 후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나, 여러 가지 의견에 부딪쳐 쉽사리 진행되지는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결국 성전 건립 방향에 대한 신자총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성전 신축이 아닌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성전 철거와 리모델링 공사로 하동군 문화예술복지회관 소강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이 있었다. 오래 끌어왔던 새 성전의 꿈이기에 신자들은 기꺼이 성전 기금 마련을 위한 여정에 동참했다. 성전 리모델링과 더불어 사제관과 수녀원 신축공사를 끝내고 2006년 5월 본당설립 40주년 기념 및 새 성전 봉헌미사를 거행했다. 이 기쁨을 누리며 가을에는 전체 신자들이 대구 한티성지순례를 다녀왔다. 2009년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하동성당 음악회’를 하동군예술회관에서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했다. 재능을 지닌 분들의 출연과 신자들의 단합으로 지역의 기관장들도 초대하여 문화예술에 희망을 더했다. 


매입해 놓고도 사용하지 못했던 성당 부지는 여러 과정을 거쳤다가 본당설립 50주년을 맞은 2015년에 교구로 명의이전을 완료했다. 그리고 <본당50년사 자료집>을 엮었다. 완벽한 책자는 아니지만, 역사를 남겨 둘 목적으로 A4용지 컬러로 11부를 만들어 소중하게 보관하게 되었다. 가을에는 안명옥 주교와 많은 사제들의 집전으로 기념미사를 봉헌하며 50주년을 축하했다. 이렇게 하동성당은 열심히 걸어, 이제 60년의 길을 향하고 있다.


‘우정과 영원한 사랑’ 이야기들
하동성당의 본당주보는 소화 데레사 성녀이다. 성전에 들어서면 제대 오른쪽에는 성모님, 왼쪽에는 데레사 성녀가 자리하고 있다. 소화, 즉 ‘작은 꽃’의 이미지가 이 본당의 분위기로 물씬 풍겨난다. 성모님의 ‘겸손’에다 성녀의 ‘작음’을 본받아, 대단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조용히 솔선수범하는 신자들의 공동체이다. 어떤 일이라도 본당 신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모아 나아간다. 그러다보니 낙후한 읍이라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이지만, 본당은 코로나 속에서도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극복하며 여전히 건재하다. 

 

220116 하동본당성전 (홈피용).jpg


이수호 신부는 맡겨주신 신자들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한몫을 하려고 애쓴다. 여행하는 외부 사람이 많은 하동의 특성을 파악하고, 성당에서 안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숙고했다. 무엇보다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미사 시간을 늘려 거리를 두어 마음 놓고 전례에 참여하게 한다. 사회현상에 위축되는 신자들을 위로하려고 부활대축일에는 전신자들에게 노란 장미를 선물했다. ‘우정과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장미는 신자들의 마음속을 어루만졌다. 성모성월 행사도 네 번에 나누어 신자들에게 골고루 은혜의 시간이 되게 배려했다. 손 씻는 비누를 나누어 주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기쁨이 되기를 원했다.

 

220116 하동성당 부활선물(홈피용).jpg


50여 년 모든 사제들의 자리가 적재적소에 있었기에 하동 신자들의 믿음이 잘 영글어졌다고 이수호 신부는 말한다. 건물을 세우고, 재능을 살리는 자랑거리도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진심인 신자들이 고맙다고 덧붙인다. 김수태 회장은 10월 1일 소화 데레사 성녀 축일을 전후로 열리는 본당의 날에 대해 소개한다. 3년을 단위로 하여 전체 신자들을 대상으로 체육대회, 성지순례, 야유회를 번갈아 개최했었는데 지난해도 선물만 나누고 행사 없이 지나갔다.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 그런 기쁨의 날들이 오기를 고대한단다.

 

220116 하동본당순례 성서주간(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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