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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220710 장평본당 순례-성전2(홈피용).jpg

빼곡한 자동차 사이로 화관 쓰신 성모님의 미소가 보인다. 평일 낮미사에도 주차하기가 난감한 작은 성당마당이다. 음식점과 주점으로 둘러싸인 장평성당은 밤낮으로 밀려드는 소음의 바닷속에서도 반짝이는 별이다. 본당주보 ‘바다의 별’을 모신 값을 다하며 성심껏 복음을 전하는 보금자리이다.

 

220710 장평본당순례-성모님1(홈피용).jpg


작은 마음 조각 하나라도 나누면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요한 6,12)


성전에 들어서면 제대 왼쪽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장병욱 베네딕토 주임 신부의 중요한 사목 지향을 말해 주는 구절이다. 지난해 부임하여 신자들과 사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본당에 스며들 신심생활을 조성하고자 했다. 남은 조각을 모아 열두 광주리가 된 기적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기를 희망했다. 힘들게 살아가는 신자들이라도 쓰고 남는 것이 ‘조금은’ 있을 것이니, 버리지 말고 나누자고 했다. 기도도 나누고, 재능도 나누고, 물질도 나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전화로 안부도 나눈다.


성탄카드를 본당에서 제작하여 신자들에게 배부해, 손편지를 쓰고 나누도록 했다. 쉬는 교우든 가족이든 누구에게든 마음 한 조각 전하라고 했다. 산다고 지친 신자들도 작은 것이나마 남을 돌아보는 힘을 모으고, 나눌 수 있게 했다. 코로나시기를 겪으며 피폐해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지만 소중한 기회가 되게 했다. 손편지 쓰기는 올해 부활카드로도 이어져 따뜻한 정서를 남겼다. 열두 사도의 이름을 붙인 회합실도 나눔의 공간이다. 특히 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 ‘요한’이름을 붙인 접견실은 사제와 신자들, 신자들과 신자들 간의 소통이 정답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고비마다 그나마 순조로웠던 행보
미사를 마친 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역부장 소순연 안젤라, 여성부 총무 전승희 막달레나, 모니카회장 조무연 마리아, 홍보부장 옥영배 펠릭스, 전 구역부장 옥춘희 엘리사벳은 현직이든 전직이든 1인 몇 역할을 하면서 발을 담가 있다고 한다. 3년 전쯤부터 수녀원 분원도 철수하여 모든 일들을 신자들이 맡아야 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년pr.과 소년복사단 관리도 신자들이 맡아 한다. 그래도 이 본당에 이어져온 ‘단결·화합’의 분위기가 자리 잡아 무슨 일이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994년 고현성당에서 분가할 때부터 기금을 마련하려고 소매를 걷고 허리를 동여맨 노력이 2014년 하청성당을 분가시킬 때는 더 탄력이 붙었다. 좋은 아이디어로 물꼬를 트면, 물건을 파는 데는 이력이 났다. 


특히 장평성당 메이커 ‘한차’는 소문난 차라고 함께한 사람들이 한소리로 자랑한다. 대추 등 재료를 집집마다 분담해서 썰고, 한차를 만들어 파는 과정 속에는 신바람이 일었다. 10년 정도 한차로 인해 의기투합했던 시절이 큰 기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반찬을 만들어 팔고, 공소 물품을 팔며 공동체를 키우려 땀 흘리는 시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 펠릭스는 사목위원으로 오래 일하면서 여성부의 활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단다.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재건축을 하고, 하자보수를 하는 일련의 고비마다 신자들의 단합과 주축이 되는 여성부의 일사불란 행보가 빛을 발했단다.


새바람 속에 희망 솟는 발돋움
올해로 첫 본당출신 신승혁 요한 사제가 탄생했다. 모든 신자들의 설렘 속에서 사제서품과 첫미사가 이루어졌다. 이제 출발이다. 현재 신학생이 두 명 더 있으니 계속 참다운 결실로 이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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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코로나이지만, 조선업의 쇠락으로 거제지역은 어두운 터널을 겪었다. 여기는 조선업의 변화에 따라 본당 상황도 명암을 달리한다. 이제 조선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어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5월초에는 주일학교 개학미사를 했고, 레지오 쁘레시디움 별로 주회를 시작했다. 교중미사에는 5분 교리도 실시하여 가라앉은 영성생활의 맛을 찾아가고자 한다. 성모의 밤을 통해 공동체의 별이 되시는 성모님의 신심을 되새기고, 매 미사 전에 묵주기도를 바치며 쉬는 교우들의 안녕도 빌었다. 그동안 미루었던 건물외벽 방수와 도색 등 보수공사도 올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마무리했다.  


장병욱 신부는 찬찬히 촘촘하게 앞으로의 사목을 바라본다. 지난 2,3년간 신심단체가 거의 활동을 멈추었기에 성급히 한꺼번에 가동하기에는 무리다. 우선 올 하반기에는 레지오를 정비하려 한다. 2개 꾸리아에 20개 쁘레시디움으로 되어 있었지만, 몇 개를 정리하여 알찬 모습을 갖춰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구역부와 사회복지부의 활동이 건실하게 이루어지도록 살펴 나가려 한다.

 

220710 장평본당 순례 사목회의(홈피용).jpg


거제도의 중앙, 진들(장평)지역에는 1934년에 첫 공소가 생기고 일찍부터 복음이 전파되었다. 1975년 고현본당이 먼저 설립되고, 1994년 장평본당이 분가하였다. 본당이 설립되어 30년에 이르는 한순간도 조용하거나 편안한 날이 없었다. 새 성당을 지어 이사하고, 빚 갚고 숨 돌리면 새 성당을 지어 내 보내느라 허리 펼 날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다. 소중한 역사라 할지라도 그냥 지나면 잊히게 되므로 자료를 정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신자들도 안정을 찾아가고, 설립 30년 준비 속에서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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