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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230312 팔용동본당 성전(홈피용).jpg

 

상가가 즐비한 도로에서 팔용에이스 빌딩을 발견하고도 팔용동성당 입구를 찾으려면 조금은 기웃거려야 한다. 대형마트를 1층으로 둔 빌딩 근처에서 차 세울 곳을 조금은 고민하며 머뭇거려야 한다. 하지만 어찌어찌 차를 세우고 이 빌딩 4층에 올라 승강기 문이 열리면 그때부터 요새에 든 것처럼, 평화로운 울타리에 든 것처럼 한눈에 보이는 공간이 펼쳐진다.

 

230312 팔용동본당 봉헌초(홈피용).jpg


통짜 구조물 정다운 공간
강당이자 중앙 로비인 벽면에는 본당의 현황이 속속들이 게시되어 있다. <기도해 주세요> 메모판에는 ‘신부님 놀아 주세요’란 어린이의 글씨가 눈에 뜨인다. 성전이 있고, 성모상과 잃은 양을 찾은 예수님 성화 사이에 놓인 초봉헌 기도의 자리가 있다. 무대가 있고, 회합실이 여럿 있다. 사무실이 있고 해뜨랑 카페도 있다. 


요새라고 했지만 열린 공간이다. 한곳에 서서 몸만 돌리면 성당의 면면을 모두 볼 수 있는 통짜 구조물이다. 성전 외에는 모두 유리로 된 공간이라 회합실이나 카페에서의 움직임이 자연스레 열려 있다.


수요일 낮미사를 마치고 난 후, 세 개의 회합실에 나뉘어 성경반이 열린다. 레지오 주회는 금요일 낮과 화요일 밤으로 모으고, 수요일 시간에 성경통독을 진행하게 되었다. 마침 방학 중인 귀한 신학생 이창우 요한은 바리스타 앞치마를 두르고, 카페 자매와 매상 올리기에 바쁘다. 회합실을 둘러본 주임 사제는 커피 로스팅으로 자리를 옮겨, 팔용동 요새에 구수한 냄새를 자아낸다. ‘세계의 커피를 탐구하는 정신’으로 로스팅을 한다는 김길상 안드레아 신부는 자신의 진심이 신자들과 나누는 진심이 되고, 그것이 공동체를 뭉치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 성모상 초봉헌금과  해뜨랑 카페 수익금의 많은 부분은 주일학교를 위해 사용된다.

 

230312 팔용동본당 커피로스팅(홈피용).jpg

230312 팔용동본당 바리스타(홈피용).jpg

 

230312 팔용동본당 해뜨랑(홈피용).jpg

 


이제 16년차, 역사의 벽돌은 차곡차곡    
팔용동본당은 2007년 1월 중동성당에서 분리하여 설립하였기에, 많은 신자들이 중동성당에 바탕을 두었다가 여기서 새살림을 일구었다. 신자들은 처음에 찜질방이었던 이 4층에서 벽을 깨고 청소하느라 제정신이 아닌 시간을 보냈다. 성전을 지을 동안 지하를 임대해서 또 청소하고 임시 성전을 마련하여 지냈던 어두웠던 시간도 있었다. 15년 남짓한 시간이니 아직도 그 광경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최금희 데레사는 중동성당에서 꾸리아 단장을 하다가 이리로 와서 꾸리아 단장, 부회장, 현재 다섯 번째 꾸리아 단장을 맡고 있다. 초창기에 꾸리아 단장으로 와서 사목회가 구성되자 부회장을 맡아, 하나에서 열까지 제대와 살림을 마련했던 때가 너무나도 생생하다. 모든 것을 사고, 바느질을 하고, 만들어 장만했다. 몇몇 자매들이 의기투합하여, 가족들에게 양해를 얻고 밤낮으로 뛰어다녔던 숨가쁜 시간이었다. 새 성당을 이루는 자부심이 컸지만, 되돌아보면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도 많았다. 이권자 루치아도 중동에서 왔다. 10여 년 전 이 성당 1호로 딸의 혼배미사를 치르게 되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집안의 대사를 치른 성전과 강당이 언제나 예사롭지 않다. 남편은 이미 사목회장을 역임했고, 이제 부회장을 맡아 본당에 보탬이 되려고 한다. 윤효숙 엘리아도 중동에서 세례를 받고 여기로 와서 어영부영 다니다가, 신자들이 안부를 묻고 챙기는 가족적인 분위기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장이 된 지는 10년이 되었다. 아기 때부터 지켜보던 청소년들의 성장이 참 흐뭇하고, 대면하는 어른들에게는 피붙이처럼 뭐든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  


기쁜 주님의 집이 되기를    
친절한 <팔용주보>다. 1면 ‘사진 묵상’란은 사진 한 컷과 짧고 정다운 주임 사제의 글이 쓰여 있다. 2면 ‘복음 묵상’란도 말씀을 쉽게 풀어 신자들에게 다가가게 하고 있다. 공지하는 ‘용의 소식’란은 신자들을 대면하듯 소상하고 친절한 말투다. 교황님의 월기도 지향과 올해 본당 사목 표어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시편 122,1)를 매주 게재하여 되새기고 잊지 않게 한다. 공동체의 사람들을 가까이 끌어당기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 노력들은 본당 처음부터 여기저기에서 이어왔다. 성가대 모집 일화도 재미있다. “아” 소리만 낼 수 있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모이자고 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런 용기 있는 성가대에 힘입어 평일에는 아예 반주가 없이도 모두들 ‘성가 잘하는 성당’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부부 복사단을 최근에 운영하게 되었다. 아직은 두 팀이지만 성가정을 이루려는 신앙인에게는 상징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 교중미사에서 한 달에 두 번은 부부 복사로 미사를 올린다. 외짝 신자들 중에는 조금 소외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김길상 신부는 가족이 함께하는 신앙생활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다. 주일학교에 참석한 자녀들을 기다리며 쉴 수 있는 부모들의 온돌자리도 마련해 놓았다.

 

230312 팔용동본당 성경통독반(홈피용).jpg

성경통독반


지난해 본당 설립 15주년이었지만 별다른 기념행사를 치르지도 못했다. 후반기에는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되자, 소년레지오 ‘천사들의 모후’도 다시 개최하게 되어, 명례성지에 순례도 다녀왔다. 여름신앙학교도 열었고, 초중고 20명가량 되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잘 돌보고 이끌어 더 확대하려고 고심하고 있다. 위령 성월에는 이화공원묘지 미사를 마치고 지세포 윤봉문성지를 순례하며 닫혀 있던 가슴을 펴고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 
본당주보성인이 ‘노동자의 수호자 성 요셉’이라 본당의 날은 5월 1일 즈음에 치르게 된다. 올해는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로 사랑을 외치는 공동체의 잔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빌딩 4층에 갇힌 공간 같지만 하늘을 향해서는 열려 있는 팔용동성당이다.

 

230312 팔용동본당 로비인 강당에서 사목총회(홈피용).jpg

로비인 강당에서의 사목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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