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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정자 이사벨라

230326 북신동본당 입구(홈피용).jpg

기도하고 기도하고 기도하는
“우리는 기도만 했습니다.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사목회장을 지낸 5대 김경호 빈첸시오, 11·12·13대 이화수 다미아노, 16대 강진열 발렌티노 그리고 현재 여성부회장을 맡은 최귀정 실비아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계단식 밭이었던 이곳이 거룩한 성전으로 변모되기까지를 이 한마디로 함축해버렸다. 어떻게 기도하였는지 묻는 물음에 돌아오는 답도 여느 성당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실천이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기도가 필요한 신자들이 스스로 혹은 주변의 권유로 주보에 이름을 게재하면 사제는 공지 때마다 강조하고 신자들은 기도 속에 그 이름을 새겼다. 일이 해결되거나 향상되면 기도 덕분이라고 화답한다. 주고받음을 확실히 나타냄으로써 기도가 나눔의 토대가 되었다.

 

230326 북신동본당 성모동산(홈피용).jpg

성모 동산


두드렸다, 힘차게 열렸다    
성당 입구에 선 커다란 예수성심상이 북신동 벌판을 내려다보신다. ‘나, 여기 있다.’ 마치 별빛을 따라가는 동방박사들처럼 신자들은 이 성상을 향해 산중턱을 헉헉거리며 오른다. 26년 전 성당을 지을 무렵에는 허허벌판이었던 저 아래가 북신만과 죽림만 매립으로 신도시로 형성되면서 지금은 통영시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다. 


교구 내에서 버스 노선이 없는 성당은 북신동성당이 유일하다. 매주 270여 명이 미사참례를 오지만 주차공간은 10여 대 남짓, 승합차가 두 대 있으나 미사 시간 앞두고 한계가 있고 성당 마당을 나서면 바로 4차선 산복도로가 가로질러 크고 작은 차들이 휙휙 달린다. 안전과 접근성에 있어 최악의 조건이다. 이런 성당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북신동 신자들이다. 상황을 직면하려는 용기와 고통을 내 몸에서 떼어 놓지 않겠다는 의지리라.


마산교구에서는 이런 불편을 잘 알고 낮은 평지에 새 성전 부지를 마련해 두었으나 회장단에서 그것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주차장 확보 협의회를 구성했다. 주차장만 확보하면 어떠한 명당과도 견주지 못하리라, 이화수 다미아노가 성당 옆 부지를 불하받아 이 중에서 400평을 주차장 부지로 기부했다. 신자들이 한술 더 떠 아예 주차장을 만들어서 주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그리하기로 하였다. 대략 250대를 가정하면 혼배미사는 물론이고 장례미사도 거뜬히 치를 수 있다. 한쪽에 셀프 찻집을 마련해 만남의 장소도 마련할 계획이다.   

 

230326 북신동본당 세례식(홈피용).jpg

세례식


척박한 땅에서 퍼 올린 풍성한 결실    
북신동본당은 1991년 한명조 라우렌시오가 땅을 기증함으로써 1993년 통영에서 세 번째로 설립되었다. 외벽을 암적색 벽돌로 두른 현대식 건축물로 예쁘고 단아하다. 성전 안으로 들어서면 장궤틀이 신자들의 손때로 반질반질하다. 이곳에서 무려 다섯 명의 사제가 탄생했다. 1997년 정진국 바오로 신부에 이어 하춘수 레오, 정연동 세바스찬, 한주인 마태오, 이슬기 안토니오 신부가 그 주인공이다. 14처가 끝나는 지점에서 돌계단을 올라가면 성모동산이다. 앞에는 긴 의자가 두 줄로 나란히 놓여 있고 여기에 무려 200명이 앉을 수 있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이 의자가 꽉 찬다. 미사 한 시간 전부터 미리 와 이곳에서 묵주기도를 하기 때문이다. 나이 든 신자들은 경사가 다소 위험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개의치 않고 올라와 기도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대지의 풀들이 바짝 마른 2월에도 성모동산 주변은 푸르다. 식물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오색의 꽃들에 둘러싸여 그때에는 기도에서 향기가 나겠다.


줄기찬 기도, 너울지는 성령    
북신동성당은 밝고 활기차다. 기도는 묵직하고 생활은 가볍다. 이화수 다미아노는 그 비결이 ‘다가감’이라고 표현했다. 세 번의 연임을 하는 동안 모든 레지오 회합실을 돌아가면서 참관하고 식사 자리도 함께하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서 신자들의 고민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사제와도 공유하였다. 좀처럼 일치되기가 어려운 게 인간사이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성과 지혜가 총체적으로 발동되어야 닿을 수 있는 이 다가감, 북신동 신자들은 여기에 매료되어 있다.


그 사제에 그 신자, 풍격風格이 있다     
현재 사목을 맡고 있는 허철수 미카엘 주임 신부는 본당 사목에 특별한 중점을 두기보다 신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그저 으샤으샤 신명만 불어넣어 준다고 한다. 입구 게시판에는 외부 사제들을 초청한 사순 특강 일정표가 눈에 띈다. 겉으로는 유유자적해 보이나 안으로 부단한 노력이 게시판을 통해 알 수 있다. 


북신동성당은 ‘남성 신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는 가정에서부터 기틀을 견고하게 만들어 성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자매들은 마음 놓고 교회 봉사를 하게 된다고 하자 역대 사목회장들도 이구동성으로 공감했다. 최귀정 부회장은 뒤질세라 ‘여성 신자들의 노고’와 찬사를 조목조목 이어갔다. 아름다운 실랑이다. 김경호 빈첸시오는 이 성당에 25년째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주임 사제만 바뀌었지 똑같다고 한다. 그들은 뿌리가 어디이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으로 물들어 있다. 

 

230326 북신동본당 사목위원이취임(홈피용).jpg

사목위원이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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