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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주차장은 비좁지만, 안온한 햇살이 가득한 남성동성당을 찾았다. 성전으로 오르는 계단과 발코니에 걸린 잘 손질된 정갈한 화초들이 방글거리며 만남을 반긴다. 왼쪽 뜰로 눈길을 보내니 큰 나무와 어우러진 성모동산이 보인다. 작은 뜰이라 성모님을 마주한 신자들이 더 평화롭게 느껴지고,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함이 묻어나며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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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로 빛을 보다
남성동성당에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어쭙잖게 성전 창문의 시트지를 교체할까 만지다가 대공사가 벌어지게 되었다. 남경철 루도비코 신부가 부임한 2019년이었다. 역사가 오래되고 건물도 오래되어 거무튀튀한 성전 분위기에 마음이 쓰였다. 홑창을 이중창으로 하고, 어두운 색 사시와 우중충한 시트지를 어찌해 볼까 궁리를 하다가 약간의 교류가 있던 손승희 유리조형작가의 조언을 구했다.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자 빛을 본 계기가 되었다. 


손승희는 경기도 파주시에 스튜디오가 있고, KBS ‘다큐 공감’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알려진 작가이다. 고향이 마산이고 남성동 근처에서 자란 가톨릭신자로 막달레나이며, 국내외에서 많은 성당의 유리 작품을 남긴 아티스트이다. 전화 통화로 예산이 적어서 시트지를 사용하겠다는 전후 사정을 들은 작가는 시트지는 안 된다며 유리로 밀었다. 자신이 작업하고 남은 색유리 쪼가리들이 스튜디오에 많이 쌓였으니 주겠다는 바람에 솔깃했다. 그것이 발목을 잡았다. 쪼가리로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손 작가도 실제로 성전에 와서 보고는 유리창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파주에서 쪼가리 색유리를 실어 오고, 통유리를 독일에서 수입해야 했다. 


재능기부를 받다 보니 유리조형작가는 밑그림만 그려주고 모든 작업은 신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초보자들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한 땀 한 땀 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중에서도 유리를 잘 자르는 사람은 자르는 것을 맡고, 아닌 사람은 쪼가리를 찾아 붙이는 일에 힘을 보탰다. 죽자고 애써 붙인 것들을 두 번이나 뒤엎고 세 번 만에 성공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김정수 베네딕다 자매는 “신부님이 공대 출신이라 꼼꼼하게 챙기고 총감독이 되어 지휘하셨기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그때의 난감했던 일을 기억했다. 레지오 쁘레시디움과 신심단체 별로 창문의 줄 수대로 14조로 나누어 작업을 맡겼다. 그렇다고 모든 조가 한꺼번에 작업을 할 수도 없었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3조씩 돌아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세심한 계획 아래 진행되었다. 추가 비용도 만만찮았다. “이 일을 왜 시작했던가!” 하는 한탄과 “시작한 것이니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격려가 엎치락뒤치락했다. 바쁘고 멀리 있는 손승희 작가를 기다려 실리콘 작업을 하고 매듭을 짓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19년 가을에 시작한 일이 넉 달이 지나고 2020년이 되어서야 완성되었다.

 

210613 남성동성당 유리작업1(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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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이 색유리로 빛나게 되었다. 유리 작업에 매달렸던 신자들은 손수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사로이 보일 리가 없다. 40년이 넘도록 남성동신자로 살아온 김춘자 미카엘라 자매는 쪼가리를 찾던 그 시간을 잊을 수 없다며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너도나도 자기 조에 속한 유리창에 더 애착이 가고, 내가 붙인 색유리를 찾는 것도 낙이 되었다. ‘고진감래’란 말처럼 고생 끝에 달콤한 즐거움이 왔다. 환하고 따스한 기운이 가득한 성전에 앉으면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머리를 맞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떠올리게 된다.

 

창1(홈피용).jpg


설립 70주년, 예전의 영화를 되살리기보다
남성동본당은 1951년 7월 설립되어 1966년 마산교구가 설정되면서 주교좌성당으로 지정되었다. 마산의 번화가며 중심지여서 청년들도 모여드는 곳이었고 신자수도 많았으며 살림살이도 넉넉하여 잘나가는 성당이었다. 안명옥 주교를 비롯한 본당 출신 사제가 8명, 수도자도 많이 배출되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예전 말이다. 양덕동성당을 설립하고 1979년 2월 주교좌성당은 그리로 이관되었다. 마산의 도심지가 쇠락하고 주거지역이 아닌 상가지역이라 신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신자들도 ‘구역외 신자’가 절반이 넘으니 일반적인 본당의 구조가 아니다. 학생이 없고 젊은이가 없으니 2001년 이진수 신부 이후 서품 사제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교 수녀도 철수하여 더 허전한 구석이 생겼다.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는 남성동성당이다. 본당주보 성 바오로 사도 축일을 앞두고 있는 6월이다. 외형적으로는 성전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새 단장했고 음향시설을 흡족하게 보완하여 전례에도 안정을 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는 시대 상황은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신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몸과 마음을 모두 닿아 놓을 수는 없다. 남경철 신부는 이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 주 2회 이상 평일 미사 참여하기, 어려운 이웃 돌보기, 용서와 화해의 삶 실천하기를 주문하고 당부한다.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 잘해 주고, 오는 사람과 더불어 재미있게” 사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뿌리가 깊은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생활을 북돋우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요즘 성당은 더욱 조용하지만, 밝음을 잃지 않고 이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소중하게 자리를 가꾸고 있어 힘이 된다. 레지오도 2개의 꾸리아로 활동하던 전성기 때와는 달리 쁘레시디움 수가 현저히 줄었지만 여전히 신심생활의 중심이다. 화요일과 수요일 미사 후에 합동주회를 하며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성동성당 신자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스며드는 다채로운 빛으로 감동을 안으며 주님께 영광을 드린다. 색유리 쪼가리를 찾아 붙였던 그때의 하나 된 공동체 정신이 오래오래 살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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