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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온통 초록으로 빛나는 배경 속에 자리한 역사적인 건축물의 끌림에 다가가다가 예수 성심의 반김을 받고 걸음을 멈춘다. 문산성당의 본당주보는 ‘예수 성심’이다. 성전으로 오르는 언덕 중앙에서 신자들을 반기며 마음을 쓰다듬는다. 성전에 들어서면 정면 십자가상에서 다시 예수 성심을 만난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깊게 새겨진 사랑의 징표다.


문산성당은 1905년 마산교구의 두 번째 본당으로 출발하여 역사가 매우 깊다. 1923년에 건축된 기와성전(현 강당)과 1937년 건축된 고딕성전이 동일한 공간에 여전히 자리하여, 한눈에 건축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국가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32년 루르드 성지를 모델로 하여 조성한 성모동굴은 본당의 자랑이며 신자들의 성모 신심을 키우는 데 한몫을 해내고 있다.

 

210912 문산본당 고딕성전(홈피용).jpg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닌
사목회장 김영조 요한, 직전 회장 임우택 바오로, 그 직전 회장 정성길 라우렌시오 3대 회장이 모여 앉아 서로의 노고를 격려한다. 말이 전임 회장이지 본당 사정을 환히 꿰고 있는 입장에서는 내몰라라 할 수 없단다. 일이 생기면 물론이거니와 잔디에 풀만 자라도 동원되어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일꾼들이다. 


본당 설립 100주년 즈음에 이곳으로 옮긴 김영조 요한은 그때의 놀라운 광경을 잊을 수 없다고 떠올린다. 준비과정이 힘들었지만 행사 당일 3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행사를 치르고 식사를 하는 동안 질서정연함은 그야말로 놀라움 자체였다. 문산읍 도로를 매운 차량과 사람들로 비신자들의 말문도 막히게 했다. 임우택 바오로는 6년 전 혁신도시로 이주하여 이 본당으로 전입하였다. 혁신도시로 인해 본당 신자수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기존 신자들과 혁신도시에서 온 신자들이 자칫하면 물과 기름처럼 겉돌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서로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정성길 라우렌시오는 이곳에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고 자랐으며, 문산성당 역사의 반은 지켜봐 왔다. 그는 100주년 당시 선교분과를 맡았고, 이듬해 교구의 선교 대상을 수상하여 상금을 두둑이 타서 본당의 요긴한 일에 썼던 일이 생생하단다.


회장 임기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성당에 거의 살아야 한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은다. 3천 평이나 되는 성당을 관리하는 일이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성당 뿐 아니라 정찬문 성지를 관리하는 일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사봉공소와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 순교성지
문산성당 신자들의 신앙에는 순교정신이 깊이 서려 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 정찬문도 그 해 가을 진주 포졸들에게 체포되었다. 진주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혹독한 고문과 형벌을 받았지만 결코 배교를 입에 담지 않고 굳건히 신앙을 고백했다. 그는 모진 매를 맞고 1867년 1월 25일(음력 1866년 12월 20일) 45세 나이로 순교했다. 정찬문 안토니오는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으므로, 순교복자성지는 마산교구의 순례지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전국적인 순례자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10912 본당순례 사봉공소(홈피용).jpg

사봉공소


문산성당은 본당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5년 4월 정찬문 순교자 묘소가 있는 사봉공소에 새 건물을 완공하고 축복식을 가졌다. 사봉공소는 전례공간뿐만 아니라, 순례자들을 위한 다용도실을 별도로 마련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국가등록문화재로 널리 알려져 아름다운 문산성당을 찾는 순례자들이 많다. 이 순례자들이 본당에서의 순례를 의미 있게 진행하고, 복자 정찬문 순교성지와 연결하여 순례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순례코스를 알려주며 배려하고 돕는 일에도 큰 몫을 해낸다. 

 

210912 본당순례 정찬문묘소(홈피용).jpg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 성지


지키고 완성해 나가야 할 아름다움
최동환 베드로 주임 신부는 이름난 문산성당에 부임하면서 조심스럽게 임했다. 본당 신자들만 사목하는 곳이 아니다. 외지에서 신자들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많이 찾고 드라마 촬영 같은 것도 이루어진 성당이다. 지역 언론 등에서도 관심과 문의가 많은 아름다운 성당이다. 본당 신자들의 자부심 또한 크다. 그래서 최동환 신부는 신자들에게 외적 아름다움도 좋지만 내적 아름다움이 커야 한다고 강조한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기존의 신자들과 혁신도시에서 오는 새로운 신자들이 잘 통합하여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이곳은 시골이지만 시골 같지 않은 곳이다. 다른 시골 성당과 달리 젊은이도 많고 아이들도 많다.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견진성사도 첫영성체도 무사히 결실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신자들의 기금을 모아 성모동굴 옆에 쉼터를 마련하게 되었다. 6월 초 토요일을 기해 사목위원들과 신자들이 힘을 모아 대나무를 정리하고 주변을 작업하여 쉼터 짓기에 들어갔다.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 산그늘이 드리우는 쉼터를 신자들도 주일학교 아이들도 잘 활용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공간이 채워졌다.


이처럼 넓고 아름다운 문산성당이 있기까지 많은 시간과 땀으로 다져졌다. 시골의 나대지 같았던 성당 부지는 역대 사제들의 노력으로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신자들의 수많은 땀과 손길이 촘촘한 잔디를 가꾸고 초록 환경을 만들었다.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다함께 지키고 완성해 나가야 할 아름다움이다.

 

210912 본당순례 문산본당첫영성체(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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