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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훈 엠마누엘 신부

오늘날 새로운 ‘시대의 징표’는 자신의 조국보다는 더욱더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엄청난 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은 이주자들과 난민들의 역경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어떠한 형태의 강제적 힘으로부터 자유롭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더욱더 따뜻한 연민의 정을 가지고 다가가기를 요청합니다.


국경을 넘는 여행자들이 레저를 위한 것이라면, 소비 지향적이기에 당사국에서는 언제든지 환영받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경을 넘는 이들은 대부분 난민이나, 이민이나 망명자이거나 적어도 자신의 모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한 약자들입니다. 그들은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새롭고 더 나은 안정된 삶을 찾아 모국을 떠납니다. 


지난 10년, 국제 난민은 배로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2천6백만 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이웃 나라에서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습니다. 세계의 난민들은 대륙 간 이동이 아니라, 근접한 이웃 나라로 이동합니다. 그렇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유한 나라는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요새’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이주민을 막기 위해 설치하고 있는 미국 남부의 ‘벽’이 그 분명한 예일 것입니다. 난민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나라보다는 조금 나은 지역이나 이민이 더 손쉬운 곳으로 먼저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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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동은 국제 사회의 일명 ‘세계화’라는 현상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일례로,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는 폭력적인 ‘박해의 세계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경제적으로 발전한 사회는 극심한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과 연관되어, 인간은 실용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어, 실용과 비 실용, 가치와 무가치로 양분되는 ‘차별의 세계화’로 내달리고 있으며, 이는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는 ‘공감의 지속성’에 회의를 느끼는 ‘공감 피로’를 재촉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이나, 불법 거래의 희생자들은 의심과 배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은 그저 난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라고 공동의 연대와 연민을 강조하였습니다.


유럽 연합(EU) 창립의 아버지 ‘가경자’ 로베르 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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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 연합(EU)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 정치가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 1886~1963)을 교회 반열의 ‘가경자’로 선언하였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의 총리, 외무 장관, 재무 장관으로 봉사한 로베르 쉬망은 매일의 성찬례에 의해 양육되고, 일상의 기도 안에서 살아감으로써 정치를 “하느님의 구원 의지에 대한 순명 행위로서, 하나의 사명이자 봉사”로 이해하였습니다. 전쟁 중 게쉬타포(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구금되는 역경을 겪었지만, 전쟁 후 정치인으로서 프랑스의 윤리적 회복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 경제적 성장을 위한 유럽 공동체 건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쉬망 선언’(1950)에 담겨 있으며, 이는 현 ‘유럽 연합’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1951)를 출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쉬망의 ‘가경자’ 선포와 함께 “쉬망은 정치적인 이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앙에 따라 행동한 정치인”이었으며, 그를 통해 “유럽 전체가 모든 이들을 위한 연대와 존중을 희망”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로베르 쉬망의 가경자 선포는 현대 정치의 모범으로서, 전 인류 공동체가 신앙에 기초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인류애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교회의 메시지입니다.

 

※‘세계 교회와 시대의 소리’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김종훈 엠마누엘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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