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교구장 사목교서-‘성체와 교회의 해’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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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교구장 사목교서

1987년도 마산 교구장 사목지침

‘성체와 교회의 해’


머리말
한국 천주교회는 1987년을 「성체와 교회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이제 103위의 성인을 모신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1985년을 「증거의 해」로 순교선열들의 신앙과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을 우리의 생활로 증거하고자 하였고 ‘86년은 「성체와 가정의 해」로 성체성사를 통한 가정의 성화와 성체신심 앙양에 노력하였습니다. 한국 주교단은 1987년을 「성체와 교회의 해」로 전하고 성체의 신비를 그대로 사는 교회가 되어 교회 공동체가 쇄신될 수 있는 게기로 삼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본인은 다음 몇가지 점을 ’87년도 교구 사목의 지표로 제시하면서 교구내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과 교구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망하는 바입니다.

1. 성체신심은 신앙의 근본이다.
최근들어 왜 교회에서 성체께 대한 신심을 특별히 강조하는가 하고 이상하게 여기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교회의 내적 쇄신과 현대 세계에의 적응을 추구한 제2차 바티칸 공회의(1961-1965)가 폐막 된지도 2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공의회 정신이 어떻게 구현되어 가고 있는지 한번 반성하며 점검해볼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됩니다.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교회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할 만큼 전례, 선교활동, 교육, 심신운동 등 여러 면에서 확실히 활발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적인 활동에 비해 내적인 면에서 기도 생활이나 성체심신 등은 퇴색된 점도 없지 않습니다. 이는 물론 공의회의 근본정신이 잘못 받아들여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자수도 불어났고 본당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각 단체의 여러 가지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참된 신앙적인 깊이를 지닌 신자들을 만나기는 힘들어 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꾸르실료, 성령묵상회, 공동체 묵상회, 화해와 쇄신 연수회, M․E 등 여러 가지 신심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교육이나 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때로는 대단한 열성을 보이지만 얼마 안가서 쉽게 식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꾸르실료 냉담자, 성령묵상회 냉담자란 말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되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머릿속의 지식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신념이 되기 위해서는 묵상과 기도를 통해 내적인 반추(反芻)로 정리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육이나 피정을 통해 붙여진 열성이 실천적인 신앙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머릿속의 지식이나 감정적인 느낌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큰 성사」「모든 은총의 샘」「신앙생활의 중심」인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을 새로이 하며 내면적인 신앙의 자세를 다질 수 있도록 미사, 영성체, 성체조배, 성시간 등을 통해 성체신심을 강화해야 함은 너무나 절실하고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 성체성사는 교회의 생명이다.
교회의 본질을 나타내는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몸」「하느님의 백성」「그리스도의 신부」「구원의 성사」등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교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모든 표현은 서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성서에서 보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하느님께서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켰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이루어집니다.」(에페 1,22-23) 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도는 당신 몸이 교회의 머리이시고」(골로 1,18) 우리는 그 지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모든 생명력은 바로 머리이신 그리스도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의 신비는 바로 교회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성체의 신비를 사는 공동체여야 하는 것입니다. 성체의 신비를 산다함은 무슨 뜻입니까?

가. 성체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영성체로 주님을 모시고 주님과 일치하며 사는 생활이 신앙생활의 기초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 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6)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목적이 잘 표현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갈라 2,20)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와 내가 일치하여 살도록 하기 위해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성체 안에 참으로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믿는다면 영성체로 우리가 주님과 하나됨을 깨닫게 됩니다. 성체성사로 실제로 우리 안에 오시는 주님은 우리와 당하는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우리와 함께 사시고자 하십니다. 마음에 모신 주님과 함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내가 원하고, 주님께서 싫어하시는 것은 나도 싫어하는 인격적인 일치를 통해 포도나무와 그 가지처럼 하나가 되는 삶, 이것이 신자 생활의 사장 깊은 차원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살 때 하루를 성인으로 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바탕이 되어 있을 때 모든 활동과 다른 신심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나. 성체를 모시는 신자들이 서로 일치하는 공동체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1고린 10,17)
모든 신자들이 영성체로 주님과 일치한다면, 같은 주님을 모신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 안에 일치해야 하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며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다고 하면서 서로 반목하고 일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님과의 진정한 일치가 없는 증거입니다. 성체를 통해 내가 주님과 일치하고 가정이 일치하고 본당 공동체가 하나되고 온 교회가 주님 안에 하나되는 것이 교회의 이상이며 참 모습입니다. 일치를 깨뜨리는 개인이나 단체는 교회의 참 지체가 될 수 없습니다. 주님 안에 하나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건설해야 하겠습니다.

다. 자신을 우리의 음식(밥)으로 내어주시는 성체의 사랑을 사는 「나눔의 공동체」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속죄의 제물로 내놓으셨을 뿐 아니라 성체성사로 자신을 무한히 낮추시어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완전히 주십니다.
우리가 참으로 성체 안에 주님의 현존하심을 믿고 성체를 모신다면, 우리는 우리의 밥(양식)이 되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교회는 바로 성체의 신비를 사는 「나눔의 공동체」여야 합니다. 희망과, 밥과, 말과, 기쁨과, 고통의 나눔을 통해 참된 「사귐의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는 밥의 독점이며, 언론통제는 말의 독점이 아니겠습니까. 나눔을 통한 진정한 사귐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될 때 교회는 하느님께 참 예배를 드리는 「섬김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성체의 _비를 사는 나눔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각 가정 간에, 시골 본당과 도시 본당 간에, 교구 간에, 그리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서로의 가진 바를 나누는 정신을 갖고 그 정신을 살 수 있도록 모든 사목적 노력을 경_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밥(양식)이 되어 주시듯이 우리도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는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 교회는 진정한 나눔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3. 반기도회는 교회가 나눔의 공동체가 되는 지름길이다.
극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군중처럼 아무런 횡적인 유대도 관심도 없이 미사 후에 뿔뿔이 흩어지는 현_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합니까? 기쁨과 고통과 가진 바를 나누는 공동체 의식없는 교회는 이 신앙의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성체의 신비는 우리의 삶 안에 실현되어야 합니다. 직장과 자녀교육 등으로 인한 빈번한 이주, 핵가족화, 아파트의 대량보급 등으로 극도로 단절된 산업사회는 모든 나눔을 차단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팽배케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뚜껑을 열고 보면 모든 사람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독과 초조속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초대교회의 공동체처럼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가 되고 아파트 벽속에 고립되고 계층간 갈등속에 단절된 모든 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 반기도회의 활성화는 더없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미 조직되고 기초가 잡힌 반기도회를 성숙시키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4. 성체의 신비를 사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다음 몇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사목에 반영해야 하겠습니다.
1) 지구별 성체대회 개최: 공적으로 성체를 흠숭하는 기회를 통해 신자들의 성체께 대한 신심을 앙양시키고자 합니다. 전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합시다.
2) 미사와 성체성사에 대한 재교육 및 교리 경시 대회
모든 신심의 기초이며 바탕인 미사와 성체께 대한 재교육과 이에 대한 교리 경시대회를 개최함으로서 전 신자의 교육과 내적인 쇄신을 꾀하기로 합시다.
3) 각 가정, 구역, 신심단체별로 평일미사 참예를 통한 미사의 생활화를 실현합시다.
4) 성체조배를 생활화하기 위해 가정, 구역, 신심단체별로 월1회 철야 성체조배를 권장 합시다.
5) 각 본당은 매월 첫 목요일을 성시간과 성체 현시의 날로 정하고 전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합시다.
6) 성체의 신심을 사는 교회가 되기 위해 본당 안팎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실천적인 사랑 나눔을 제도적 실현할 수 있도록 빈첸시오 활성화는 물론 본당 예산에 복지기금을 반영함이 좋겠습니다.
7) 성가정의 원리가 바로 성체신심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혼인할 젊은이들이 혼인의 참뜻을 깨닫고 가정을 이루도록 혼인교리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행복한 가정운동] 센터를 통해 혼인 교리를 배우도록 모든 혼인 대상자를 「행가운」에 보내주십시오.
8) 성체의 신비를 사는 것이야 말로 가장 힘있는 신앙의 증거입니다. 이를 통해 주변의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노력을 배가하여 ‘1990년에 신자 300만 돌파’라는 레지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합시다.

맺음말
「성체와 교회의 해」에 모든 본당과 단체는 재교육과 피정을 통해 성체신심 앙양에 최선을 다하고 성체 신심의 바탕위에 모든 교회의 활동이 진정한 내적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성체의 사랑을 사는 실천적인 나눔이 교구내 본당과 단체간에 그리고 교회와 사회간에 더욱 활발해지도록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은 제 위치에서 배전의 노력으로 협조하며 스스로 모범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87년은 참으로 우리 교구가 성체신심의 생활화를 통해 새로워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1986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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