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교구장 사목교서-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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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교구장 사목교서

1989년 마산교구장 사목지침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머리말

우리는 지난 수 년 동안 올해 서울에서 개최될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의 신비를 기도와 묵상으로 깨닫고 깨달은 바를 실천하며 살아왔습니다. 1986년 ‘성체와 가정의 해’로, 1987년 ‘성체와 교회의 해’로, 1988년엔 ‘성체 안에 하나되어’란 사목지침에 따라 성체의 신비가 우리 모두에게 드러남으로써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심는데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주님 안에 하나됨을 드러내고 성체의 신비가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세계 성체대회의 여명을 알리는 1989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상과 이념의 장벽이 두껍게 가로놓여 조국분단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서울에서 인류의 평화와 일치를 지향하는 세계 성체대회가 열리게 됨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한국 주교단에서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란 주제로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교육, 전례, 나눔의 사목교서를 실천요강으로 제시하며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맞이할 채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한국 주교단 사목교서를 바탕으로 인류의 일치와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심는데 노력함으로써 명실공히 알찬 신앙의 열매를 맺는 세계 성체대회가 되도록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1. 회개의 삶을 통하여

그리스도가 참으로 우리의 평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들의 회개의 삶이 요청됩니다. 회개는 단순히 죄를 아파하고 뉘우치며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생활 전체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과 친교를 맺도록 인간을 부르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로마 5,12), 인간은 날 때부터 죄인이며(시편 51,7), 죄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나‘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로마 7.20). 인간은 또 각자가 개별적으로 죄의 종으로 팔려갔고(로마 7,14), 죄스런 욕정의 멍에를 자발적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에(로마 7,5) 개별적 범죄에 의한 죄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회개해야 하고 참회의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죄가 물들어 있는 곳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빛 보다는 어둠이, 사랑보다는 미움이, 신뢰보다는 불신이, 진실 보다는 거짓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사회에서만 이 폐쇄와 억압과 착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도 분명히 자행되고 있고 인권유린과 인간 존엄성이 권력에 의해 침해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 성장과 물질의 팽배로 인해 가치관과 혼돈과 향락주의가 범람하고 이기주의가 극대화되어 이웃이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선 삶의 좌표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재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어느 누가 만약 공동선에 위배되는 잘못이 있다면 그 과오나 죄스런 일을 겸손되이 고백하며 용서를 빌고 또 그것을 받아 들이는 측은 이해와 사랑으로 관대함을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과오나 죄스런 일로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청할 때 그리스도적 사랑으로 풀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는 용서 받을 사람이지 용서할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미움과 증오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이며 교회의 참 모습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남을 질책하고 남의 허물을 들추기 이전에 자신의 허물을 헤아릴 줄 아는 겸손의 삶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가 참으로 우리의 평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의 높은 벽을 허물고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회개의 삶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2. 나눔을 통하여

회개가 삶의 변화 내지 하느님께 귀의라고 한다면 이것은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삶, 그것은 바로 나눔의 삶인 거십니다. 예수님이 신의 모습을 버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신 강생의 신비가 그렇고 가난하고 고통 당하는 자들의 벗으로, 죄인들의 벗으로써의 삶이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나눔의 삶은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사를 세우심으로 그 절정에 달합니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하시고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마태 28,26-27).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우리 영혼의 음식으로, 당신의 피를 우리 영혼의 음료수로 나누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우리를 위해 흘리신 철저한 나눔의 삶을 사셨습니다. 회개의 삶은 바로 예수님이 이 나눔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세계 성체대회를 여는 한국 천주교회는 성체의 신비를 우리 모두를 통해 드러내어 신앙의 알찬 결실을 거두기 위해 ‘한 마음 한 몸 운동’으로 나눔의 삶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 마음 한 몸」운동은 세계 성체대회를 맞아 성체성사의 깊은 뜻을 실제 삶과 연결시켜 생활로써 실천하려는 운동입니다. 이론이나 말이 아니라 나눔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하는 ‘한 마음 한 몸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능력, 돈, 권력, 재산, 시간 등을 어떻게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예수님은 나눔 때문에 자신의 죽음을 가져왔다면 우리는 나눔 때문에 어떤 희생과 아픔을 가져왔습니까?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 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은 갚아 주겠습니다”(루가 19,8). 회개의 삶은 바로 나눔을 통해 드러남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있는 자와 없는 자, 도시와 농촌, 기업주와 노동자, 지역과 지역 간의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위에 놓여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실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참된 나눔이 없는데서 생긴 결과입니다. 우리 교회내에서도 이런 참된 나눔이 부족한데서 여러 가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보이지 않는 장벽, 도시본당과 농촌본당, 공소간의 지나친 격차가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다방면에 균형와 조화가 깨어지는데서 갈등과 불신이 생기게 되므로 교회는 이런 각계각층의 갈등과 반목 등을 일치와 화합의 자리를 만드는데 그 몫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나의 평화, 나의 본당의 평화가 아니라, 참으로 그리스도가 우리의 평화가 되도록 방문과 초대, 관심과 격려의 나눔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질적 단순한 나눔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 안에 형제적 사랑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 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리라 봅니다.

3.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

“나를 떠나서는 너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요한 15,5).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 안에서, 예수님이 없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을 떠난 교회 안에서의 일은 인간의 일이지 하느님의 일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 성체대회를 갖는 것도, 그것을 통해 ‘한 마음 한 몸’의 나눔의 운동을 갖는 것도, 예수님을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내가 그리스도 안에 살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삶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 사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신심 단체별 혹은 구역 별 성체조배를 정기적으로 실시합시다.
2. 세계 성체대회를 맞아 성체의 신비를 일깨우는 교육이나 피정을 갖도록 합시다.
3. 평일 미사 참례를 적극 권유하여 영성체로서 그리스도와의 합일을 체험하도록 합시다.
4. 매월 1번 성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5. 성서모임이나 성서를 가까이 함으로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더 잘 인식토록 배려합시다.

맺는말

평화는 모든 인간의 바람이요 염원입니다. 또한 그것은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쟁과 폭력이 종식되는 것만이 평화의 길은 아닙니다. 참된 평화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즉 이웃과 화목하고 화합하는 것으로, 이웃과 사이좋게, 친하게, 반갑게 만나는 관계 속에 평화가 있고 참 행복이 있습니다.
‘88 서울 올림픽과 장애자 올림픽 개최로 우리나라는 동서화합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사상과 이념의 장벽을 깨고 인류평화와 공존의 큰 물결에 교회가 담당해야 할 사명과 역할은 다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우리 조국이 상대국으로 인해 깊은 상처와 아픔의 역사를 가졌다 하더라도, 사상적 대립으로 불신과 갈등의 역사를 가졌다 하더라도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 화합과 일치를 이루는데 그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독선과 아집의 껍질을 깨고, 미움과 증오의 불길을 이해와 사랑, 용서의 물로 꺼버리고 하느님 안에 우리 모두가 한 자녀임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체성사의 신비가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신앙적인 노력이 있어야 될 줄 믿습니다.
1989년 한 해가 참으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합시다. 일선 본당에서 사목을 담당하신 모든 신부님들께서는 한국 주교단에서 발표한 사목교서와 교구 사목지침서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계획하셔서 사목에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천주교 마산 교구장 주교 장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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