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교구장 사목교서-봉사하는 가정의 해

by admin posted Nov 19,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94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4년 교구장 사목교서

봉사하는 가정의 해

“나는 봉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하러 왔다”

(마태 20,28).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 속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여러분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새해는 우리 교회와 사회가 하느님께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한 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류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사회 안에서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다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입니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사회가 혼란하고 가치관의 변화가 심할 때는, 가정이 사회 안에서 수행해야 할 책임이 한층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교회는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가정 공동체 3항)하고, 그 실현을 위해 가정들을 돕고 보호하며, 빛을 비추어 줘야 할 사명을 절감하게 됩니다. 지난 1980년, 가정문제를 주제로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가 개최되고, 이듬해에 교황 요한 바오고 2세께서 ‘가정 공동체’(1981.11.22 반포)라는 회칙을 반포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교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사회와 신자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교황님께서 1994년을 ‘가정의 해’로 선포하시고, 국제연합(UN) 역시 ‘가정의 해로 정한 것은 현대 가정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산교구도 지난 한 해를 ’선교하는 가정의 해‘로 정하여, 교구내 모든 가정이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저는 금년을 ‘봉사하는 가정의 해’로 정하면서, 우리 교구 모든 가정들이 전 세계 교회는 물론,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한뜻이 되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1) 사회에 열려있는 가정
하느님께서는 남녀의 혼인을 “인간 사회의 원천과 기초”(평신도 사도직 교령 11항; 사목헌장 52항)로 삼으시어, 가정 안에서 사회 구성원인 인간이 태어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워 익히게 하셨습니다. 곧 가정은 자녀를 낳아 인류사회를 번성하게 하고, 자녀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양육하여 사회발전에 이바 해야 할 본분을 부여받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정이 사회와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가지며 사회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가정들이 이기주의에 빠져 사회를 도외시하고 자기 가정의 이익과 안일만을 생각한다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 고용선이 유지될 수 없고, 결국 그 안에서는 행복한 가정생활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가정은 자신을 개방하여 다른 가정들과 서로 관계를 맺고 협력함으로써만, 사회 전체의 발전과 함RP 자신의 이익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쾌락주의적 생활풍토와 사치 및 과소비의 만연, 특히 핵가족제도의 확산 등으로 인해 가정 이기주의가 급속히 퍼져가고 있습니다. 내 가족의 무사안일만을 생각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 이기주의, 가정 이기주의, 각종 집단 이기주의적 병폐의 근원이 됩니다. 우리 사회와 세계 도처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빈부의 격차, 핵무기를 비롯한 국가간의 무기 경쟁, 자기 이익 추구에 눈이 어두워 저지르는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 등은 모두 이러한 이기주의의 결과들입니다. 바로 사회와 인류의 공동선이 외면당한 결과인 것입니다.

각 가정이 이기주의를 버리고 이웃과 협력하여 사회 공동선을 위해 헌신할 때에 우리 사회는 건전한 사회로 변화될 것입니다.

2) 사회교육의 터전인 가정
가정은 인간이 처음으로 대인관계를 체험하며 사회 생활에 필요한 사회적 덕성들을 배우는 “첫번째 학교”(가정 공동체 42항)입니다. 이 “첫번째 학교”에서 배워 익힌 사회 교육의 기초가 사회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체험과 사회교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 안에서 가장 먼저 “거저 줌”(Free giving; 가정 공동체 43항)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거저 줌”의 사랑은 부부간의 완전한 자기증여(自己贈與)와 부모와 자녀, 형제 자매 간에 흐르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됩니다. 가정이야말로 사랑을 배우고 가르치는 특전적 교실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거저 줌”의 사랑은 그리스도께서 몸소 실천하시고 우리에게 명하신 “사랑의 계명”으로서, 가족관계 뿐 아니라 보다 넓은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본보기”(상동)가 되어야 합니다. 이 사랑은 상대방의 인격적 존엄성을 “가치의 유일한 기초”(상동)로 받아들일 때에 비로소 가능하며, 거기에서부터 건전한 인간관계 즉, 상대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임, 참 만남과 대화, 이해를 따지지 않는 협조, 관대한 봉사, 깊은 유대관계”(상동) 등이 또한 가능하게 됩니다.

교육에 있어서 삶의 표양은 매우 중요하며, 가정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부모들은 열마디의 가르침보다 자신들의 사랑의 실천, 이웃에 대한 관용, 협동심, 정의감, 봉사 등의 실천이 자녀교육에 가장 좋은 표양이 되며 평생의 삶에 지침이 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가정은 인간관계를 체험하는 최초의 장소이며, 학교나 일반 다른 교육기관으로 대치될 수 없는 중요한 사회교육의 터전인 것입니다.

3) 봉사를 실천하는 가정
예수님께서는 “나는 봉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하러 왔다”(마태 20,28)고 하시며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시기까지 몸소 봉사의 일생을 사셨습니다. 수난하시기 전날 저녁에는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 주시면서,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산 13,14)고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봉사의 길을 따르라고 명하셨습니다. “남의 발을 씻어 주는”행위는 겸손하고 희생적인 봉사자세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행위는 모든 봉사의 모범이 됩니다.

“자녀의 출산과 교육은 가정의 사회적 역할의 기본”(가정 공동체 44항)입니다. 그러나 이 기본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가정의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가정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안에서 체험한 “거저 줌”의 사랑을 이웃을 향해 펼쳐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가정들이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에,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정부 복지 조직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처지와 안녕을 위해서 헌신”(상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버림 받은 어린들을 양자로 받아들이는 일, 나그네를 친절히 접대하는 일...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정은 도와 주는 일, 노인을 보살피는 일”(평신도 사도직 교령 11항; 가정 공동체 47항) 등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사회적 봉사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사회적 관심 42항; 가정공동체 47항)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은 각자의 처지와 능력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개혁과 발전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사회 공동선(사목헌장 30항)의 증진과, 정의로운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차원높은 가정의 사회적 봉사입니다.

가정들이 사회에 열려있고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반면에, 사회와 국가는 사람들이 가정 안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가정의 권리”(가정 공동체 46항; 가정 권리 헌장, 1983.11.24 교황청 반호)를 보장하고 보호해 줄 책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의 전달과 자녀 교육에 관한 책임을 이행할 권리, 각자의 신앙을 가지며 전파할 권리, 적당한 가정 생활에 필요한 주택의 권리”(가정 공동체 46항)등 가정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모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여러나라에서 이러한 가정의 권리를 부당하게 무시하거나 소홀히 취급하는 제도와 법률들이 비일비재하여 가정들이 많은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상동). 자연법을 위배하는 모자 보건법,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마련을 효과적으로 돕지 못하는 주택 관련 법령들, 자유로운 신앙과 윤리도덕 교육을 보장하지 않는 사립학교법 등이 모두 그것입니다. 모든 가정은 이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서로 연대하여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가정의 존귀한 권리를 지키고 되찾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사회발전을 위해 가정의 봉사는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신자 가정에게 있어서 봉사는 복음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모든 가정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를 향해 열린 자세로 봉사에 나설 때에, 그 사회는 하느님의 뜻대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봉사는 사랑의 실천이며, 그리스도 신자들이 지녀야 할 중요한 사회적 덕성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봉사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도리어 그 반대인 이기주의가 날로 성해가고 있는 것은 매우 염려스런 일입니다. 인류 사회가 진정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남의 발을 씻어주는” 봉사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이 솔선하여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자 가정들이 “나는 봉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하러 왔다”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봉사를 실천할 때, 세상 안에는 이기주의가 사라지고 평화로운 사회가 건설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봉사하는 사람들, 봉사하는 가정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봉사하는 삶으로 주님을 따르는 여러분 모든 가정에 하느님께서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1993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실천을 위한 참고사항>

가. 사회에 열려 있는 가정
목표: 가정 이기주의 극복
- 이웃과의 대화 및 친교를 나누기 위한 노력 (이웃방문, 길 흉가에 참여)
- 반상회, 반 기도회 등에 적극 참여
- 동네 공동일에 관심 가지고 참여, 협력하지

나. 사회 교육의 터전인 가정
목표; 자녀들의 사회 교육
- 기도의 범위를 넓히기 (이웃과 사회를 위한 기도 바치기)
- 자녀들의 사회 윤리 도덕 교육 강화
-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재 지키기 (금육재, 단식재), 희생하기

다. 봉사를 실천하는 가정
목표: 가족 단위로 실제적인 봉사 활동 전개
- 동네 안에서 봉사활동 (청소, 기타)
- 본당 안에서 봉사활동 (청소, 본당 행사시 노력 봉사, 기타)
- 복지시설 방문, 봉사 (각 가정이 1년에 2,3차 급식소, 장애자시설, 고아원, 양로원, 기타)
-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각종 국민의식화 운동, 생명운동, 낙태법 반대운동, 기타)


  1. 2000년 교구장 사목교서- 선교의 해

    2000년 교구장 사목교서 2000년 교구장 사목교서 - 선교의 해 -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 (루가 10,2)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구세주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의대희년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게 ...
    Date2020.11.19 Views108
    Read More
  2. 1999년 교구장 사목교서-사랑 실천의 해

    1999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9년 교구장 사목교서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35) - 사랑 실천의 해-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1998년을 보내고 1999년 새해...
    Date2020.11.19 Views114
    Read More
  3. 1998년 교구장 사목교서-“사회정의 실천의 해”

    1998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8년 교구장 사목교서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 (로마 14,17) “사회정의 실천의 해”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2000년 대희년을 가까이 바라보며 1998년 새해를...
    Date2020.11.19 Views156
    Read More
  4. 1997년 교구장 사목교서-“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1997년 교구장 사목 교서 1997년 교구장 사목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 5,13-14) - 도덕성 회복운동을 제창(提唱)하며 -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구세주 탄생 2000년의 대희년이 3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
    Date2020.11.19 Views235
    Read More
  5. 1996년 교구장 사목교서-소공동체의 해

    1996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6년 교구장 사목교서 소공동체의 해 (선교하는 소공동체) 친애하는 마산교구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기원 2000년의 대희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1996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고...
    Date2020.11.19 Views101
    Read More
  6. 1995년 교구장 사목교서-생명을 보호하는 가정

    1995년 교구장 사목교서 1995년 교구장 사목교서 생명을 보호하는 가정 친애하는 마산교구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기원 2000년이 가까이 다가오는 가운데 1995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 그리고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축...
    Date2020.11.19 Views11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