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교구장 사목교서-“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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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교구장 사목 교서

1997년 교구장 사목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 5,13-14)

- 도덕성 회복운동을 제창(提唱)하며 -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구세주 탄생 2000년의 대희년이 3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교회는 교황님의 호소에 호응하여 교회 쇄신과 「2000년 새 복음화」운동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맞이하는 1997년 새해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대희년 준비 제2단계(제1단계 1994-196: 제2단계 197-1999)의 첫 해로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 그리스도”(제3천년기 40항)께 초점(焦點)을 맞추어 교회생활을 반성하고 쇄신하는데 바치는 해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교구도 세계교회와 보조를 같이하여 이 세기적 「새 복음화 운동」에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신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새해의 나아갈 바를 밝히고자 합니다.

1. 교회의 내적 쇄신과 기구, 제도, 조직의 개편과 효율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루가 5,37-38 참조).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으면 부대도 못 쓰게 되고, 포도주도 쏟아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20세기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다가오는 21세기는 그보다도 더 크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변화가 있으리라는 예측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세상을 복음화해야 하는 교회도 새로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교회의 내적(內的) 쇄신과 제반 기구, 제도, 조직의 개편 및 효율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교회 자신의 쇄신없이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복음화」를 수행해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바로 지금이야말로 현대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깊이 명심하고 살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 사회 도덕성 회복 운동
우리나라는 그동안 갖가지 국내, 외적 어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룩하였고, 지금도 선진국 대열에 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겉으로 나타나는 경제, 사회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과 도덕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정부가 펴 온 경제 제일주의의 무리한 발전시책에서 파생된 필연적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오늘날 매일같이 신문지상을 메우고 있는 각종 폭력사태와 경제사범의 범람, 찰나적 쾌락주의와 성도덕의 문란 등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회의 도덕성과 미풍양속을 드높이는 것은 종교의 첫째가는 사회적 기능입니다. 이 사회적 기능은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사회 복음화의 사명으로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종교가 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종교의 궁극 목적인 인간 구원도 이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마태 5,13-14 참조)고 하신 말씀은 종교의 이 사회적 기능 수행을 두고 하신 말씀으로 받아 들여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성당이나 가정 안에서 기도하고 착하게 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법과 뜻을 따라 올바르게 살며, 사회의 제반 질서와 풍속 등을 복음 정신에 맞게(교회법 225조) 개선하고 완성시키는 노력까지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사회의 복음화를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적 어두운 현실과 교회의 사회적 기능 수행을 감안할 때 「사회 도덕성 회복」은 우리 교회가 직면한 시대적 요청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금년도 우리 교구의 사목 목표를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맞추고자 합니다. 교구민 모두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됨으로써 사회를 정화하고 우리 고장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역군이 되어 주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

3. 소공동체 운동의 지속적 전개

우리 교구는 작년에 「소공동체의 해」를 지내면서 소공동체 운동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새해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운동이 지속되고 생활화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강조하는 바이지만, 소공동체는 생활 공동체로서 그 안에서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이루어지는 장(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금년도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도덕성 회복 운동」 중 많은 부분이 소공동체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즉, 소공동체 구성원인 신자들은 자기 지역과 직장 안에서 도덕적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를 정화하고 복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우리의 도덕성 회복 운동은 한낱 구호(口號)가 아니고 실제로 사회를 정화하고 개선하는 생활운동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자 여러분!

2000년 대희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희년이 우리 모두를 위해 축복의 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우리 모두 “성령의 촉구에 마음을 열고”(제3천년기 59항) 성령께서 “우리의 열심을 불러일으켜 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가 금년에 실천하고자 하는 「도덕성 회복 운동」도 성령께서 비추어 주시고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하여 열심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하느님의 강복이 따를 것입니다.

새해에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은총이 풍부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1996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실천을 위한 참고사항>

1) 일반교육
1. 대희년과 200년대 새 복음화에 대한 신자교육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특히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 등에 관한 교육

2) 교회의 내적 쇄신과 기구, 조직 등의 개편 및 효율화 작업 추진
1. 내적 쇄신을 위하여: 피정, 세미나, 성서공부, 교리공부등 실시
2. 기구, 조직 등의 개편 및 효율화를 위하여: 교구, 지구, 본당, 사도직 단체, 기구 차원에서 기존의 회칙 규약 등을 개정 또는 효율화 작업 추진

3) 도덕성 회복 운동
1. 교육: 도덕성 회복 운동 및 신자들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교육 실시
2. 구체적 실천사항:
- 도덕성 회복 및 신자들의 영성을 위한 각종 세미나, 강좌, 피정 등 실시
- 도덕성 회복을 위한 각종 행사(강연회, 가두 캠페인, 홍보활동 등) 개최
- 도덕성 회복을 지향하는 일반 시민 단체들과 연계하여 운동 추진

4) 소공동체 운동의 지속적 전개
- 반모임의 정착과 활성화
- 모든 직장에 신자 소공동체 형성하기
- 도덕성 회복 운동을 소공동체 안에서, 소공동체를 통하여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