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구장 사목 교서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

by admin posted Nov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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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교구장 사목 교서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총과 평화를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코린 1,3) 그동안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구 설정 40주년을 전후로 하여 성경 읽기와 쓰기, 개인과 가정의 성화, 생명 사랑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신원을 새롭게 자각하고, 모두가 그분의 살아계신 말씀 안에 스며들고자 애를 써왔습니다. 아울러 우리 안에 가득해진 하느님 말씀의 힘과 은총은 우리로 하여금 개인의 차원을 넘어 각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에 세상의 구원과 복음화를 위해 굳은 신앙심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구 내 모든 분들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경의를 표하고 목자적인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순교 영성의 근원 - 순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3년 동안 교구 사목의 정신과 방향의 지표를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이라 정하고자 합니다.

순교영성은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적인 영성입니다. 순교영성은 일차적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순종입니다. 그것은 승복이고 의탁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하는 순교는 행복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자 결단입니다. 이 선택 이외에 또 다른 선택으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그래서 순교의 피가 흐르면 그 피는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탄생시키기 때문에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떼르툴리아노)입니다. 그러므로 순교는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선택하는 가장 숭고하고 자유로운 증거 행위입니다.

 

순교 영성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강생, 철저한 순종, 십자가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순교 영성의 핵심입니다. 수난 전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자신을 내어 맡기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3-8)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 비움은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사랑의 증거요, 우리로 하여금 순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겸손과 봉사의 삶을 살게 하는 영성으로 작용합니다.

 

순교 영성의 정점인 예수님의 삶은 철저한 이타적인 사랑의 삶입니다. 나를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전적으로 너를 위한 사랑과 희생의 삶으로 옮아감으로써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요한 12,24) 빠스카적인 삶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그리고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고 말씀하시고 직접 그대로 사셨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우리는 순교 영성의 원형을 배웁니다.

 

순교 영성과 ‘예수 살이’

모든 교구민, 수도자 그리고 형제 사제 여러분 모두는 순교자들의 후예입니다. 항상 주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고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는 우리가 어떠한 영성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방향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그동안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 우리들입니다. 이제 더 한층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 바치는 순교자적인 사랑과 영성을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합니다. 고통 그 자체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우리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로 삼는다면 고통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주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말씀하십니다(마태 11,28-30). 하느님과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통의 의미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직접 체험하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 살이’ 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수많은 유혹이 존재합니다. 유혹은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세상의 혼란스러운 가치관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 39b) 하고 기도하시면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순교영성에 바탕한 ‘예수 살이’의 모습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가치관을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두는 것(콜로 3,2)을 의미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님을 따라 진실하게 살아가는 삶, 바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예수 살이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처럼 피 흘려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 하느님을 증거하고 진리를 증거하는 시대를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극도로 세속화된 세상 안에서 신앙의 참 진리를 수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소명과 책임은 막중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취미’가 아니며, ‘사상’도 아니며 ‘이데올로기’도 아닙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리스도가 사시는 것이다”(갈라 2,20)라는 고백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다운 행동과 말은 하느님의 눈으로 이 세상과 사물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데에서 순교 영성과 연결 됩니다.

하느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거슬러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과 세상의 시류에 맞는 흐름을 거슬러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일상생활에서 증거하고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교 영성과 세상의 복음화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교구 설정 40주년을 전후하여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그분의 말씀을 중심으로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아온 우리들이, 앞으로 3년 동안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이라는 교구의 사목 지표에 따라 살아가기를 결심하고 다짐합니다.

 

올해 우리는 1984년 세계 보편 교회의 성인 성녀로 선포된 한국 순교 성인 103위의 시성 25돌을 기념하고, 아울러 현재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순교자들의 후예들인 우리로서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사목 지표라 생각합니다.

우리 마산교구 역시 다섯 분의 시복 시성 대상 순교자(구한선 타대오, 신석복 마르코, 정찬문 안토니오, 박대식 빅토리노, 윤봉문 요셉)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을 보다 더 깊이 증거하는 순교의 영성으로 충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해 줍니다.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에 맞갖은 삶으로 응답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순교 영성의 실천은 바로 생활 속에 내 자신을 끊임없이 내어 바치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 세상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 복음의 빛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순교 영성을 다시금 새롭게 일깨우고, 끝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했던 순교자의 삶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교구 내에 순교 영성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세상과 인간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깊은 사랑으로 순교의 전형을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이 널리 확산되어,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의 복음화에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 결과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온전하게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키웁니다.

 

 

<실천사항>

순교 영성을 통해 세상의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순교하는 마음으로 성경 쓰기와 읽기에 모두가 동참합니다.

2. 순교 영성의 고취를 위한 교육과 피정에 적극 동참합니다.

3. 교구 내의 다섯 순교자 묘소를 자주 방문하고, 가능하다면 도보로 순례합니다.

4. 순교자 현양 사업을 위한 후원회의 조직과 활성화에 뜨겁게 동참합니다.

 

 

 

2009년 11월 29일

대림절을 시작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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