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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주님부활대축일 담화문 "부활신앙의 생활화"

posted Aug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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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의 생활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영광스럽게 부활(復活)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각자와 가정, 그리고 여러분의 공동체에 충만하시길 빕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절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었고, 허리케인(hurricane)이나 쓰나미(tsunami)가 휩쓸고 간 뒤의 아수라장(阿修羅場)과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예수님께 걸었던 모든 기대와 희망이 갑자기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셨습니다. 예수님의 빈 무덤을 확인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자들은 모두 놀라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주님께 대한 믿음을 키워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삶을 살았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사람들에게 힘차게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영원한 생명의 주님으로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교회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이 확실하게 드러나면서 유다 지도자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초대 교회의 부활 신앙은 불길처럼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새판 짜기와 같이 인류 역사의 흐름이 크게 변해갔습니다.

 

첫째, 안식일(安息日)이 주일(主日)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만 해도 사람들은 구약의 관습대로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켰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부활 이후에는 일요일을 주일, 즉 주님이 승리하여 부활하신 날로 정하여 공식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안식일 대신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게 되었고, 주일의 미사성제는 모든 전례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둘째, 십자가 경배(敬拜)입니다.

십자가는 그 당시 사형 도구로 사용되어, 고통과 죽음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로 십자가는 경배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구원과 생명을 주는 것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곳곳에 여러 가지 형태의 십자가를 모시는데, 이것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셋째, 역사(歷史)의 시대적 구분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구약(舊約)과 신약(新約), 기원전(紀元前)과 기원후(紀元後)는 예수님을 기준으로 정해졌습니다. 예수님 탄생 이전의 약속을 구약이라 하고, 그 이후의 약속을 신약이라고 합니다. 또 기원전은 B.C, before Christ라고 하며, 기원후인 A.D.anno Domini라 한다.

 

넷째, 그리스도교 사상(思想)입니다.

예수님 부활 후부터는 예술과 문화, 정치와 교육, 경제와 법률 등 모든 분야의 바탕에는 그리스도교 사상이 깔려있습니다. 또 인생관과 가치관, 윤리 도덕의 기준도 대체로 그리스도교 사상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리스도교 사상이 인류의 정신세계를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죽음 후의 영생에 대한 확신(確信)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러한 이유는 죽음의 의미와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 우리의 부활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과정(過程)임을 확신시켜 주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에게 가장 큰 사건이었고, 동시에 성탄과 함께 두 개의 축을 이루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神祕)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리는 죽음을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죽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에로의 부활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며, 결국 승리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는 살고 너는 죽어야 하는 세속적인 논리보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신앙적인 논리로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가 갈라 2,20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이 내 안에 사시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바오로는 박해자였지만, 주님을 만나고서는 과거의 삶을 회개(悔改)하고 새롭게 살아갔습니다.

 

신자 여러분!

그러므로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 구원 사업의 절정(絶頂)이었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는 신앙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실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부활의 선포자가 되었듯이, 또 바오로가 박해자에서 복음 전파의 사도가 된 것처럼 우리도 부활 신앙을 생활화하여 더욱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한 번 더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드리면서, 부활하여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의 은총을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2022417

총대리 최봉원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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