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담화

2000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posted Jun 11,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2000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루가 24,34 참조)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은혜로운 2000년 대희년에 맞이하는 부활 대축일에 부활하는 예수님께서 여러분 가정에 풍부히 은총에 내려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뜻깊은 대축일에 저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 믿음의 기초가 되는 부활의 신비를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복음선포의 내용은 다음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시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1고린 15,14)
예수께서 죽으셨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배척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리스도를 위대한 성인으로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도 예수님의 죽음은 확신하지만 부활은 믿지 않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교 신자들만이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다는 것을 사실로 믿고 고백합니다.
부활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 이렇게 믿음과 불신이 교차하는 것은 부활이 지니는 역사성 때문입니다. 즉, 부활은 역사의 경계선상에 있는 독특한 사건으로서 역사적 증명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부활은 마치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해안선과 같습니다. 해안선은 육지의 끝이면서 동시에 바다의 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안선은 육지라고도 할 수 있고 동시에 바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서 해안선은 육지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바다에도 속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부활 사건도 동시에 ‘역사의 안과 밖에’ 있습니다. 즉, 부활은 역사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역사의 저편에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활은 역사적 사건임과 동시에 역사의 단절이고 역사의 초월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증명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신앙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동원해야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자들은 어떻게 그분의 부활을 이해했는지 살펴봅시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내가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서에 기록된 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과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성서에 기록된 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과 그 후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입니다”(1고린 15,3-5). 사도 바오로는 ‘죽으셨던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셔서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수의 발현은 제자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이어서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사도 4,20)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현을 본 사람은 그분의 유령을 본 것이 아니라 나자렛의 예수를 만났다고 말합니다. 즉, 제자들은 그들의 눈으로 부활하신 분을 보았고, 그들의 귀로 그분의 말씀을 들었으며 그분을 만지기도 하여(마태 28,9: 루가 24,39-40: 요한 20,27 참조), 발현한 그분이 이전에 함께 생활했던 그분과 똑같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 앞에는 또 한가지 넘어야 할 걸림돌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활하신 주님이 이전에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 바로 그분이었지만, 그 존재 양식은 너무나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닫혀진 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드시며(요한 20,19-20 참조), 나타나시기도 하고 사라지시기도 하여 전혀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직 당신 자신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주신 사람들만이 그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루가 24,13이하 참조).
이렇게 역사의 경계선상을 넘나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제자들을 당혹케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바닷가까지 달려갔을 때, 거기서 머물 수 밖에 없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은 육지에서처럼 바다 이를 내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님의 부활 역시 인간의 경험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신앙의 배를 타야만 다다를 수 있는 세계입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들어가신 하느님의 세계, 미래 세계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자들도 처음에는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완고하여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루가 24,25; 마르 16,14 참조).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과 있었던 일들을 뒤로 한 채 다시 예전에 했던 고기잡이를 하러 떠납니다(요한 21,1-4; 루가 24,13 이하 참조). 그러나 그들이 마음을 바꾸어 부활을 증언하고 교회를 세우며, 예수님을 이해 목숨을 바쳤던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발현과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활 사건을 하나의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역사적 증명(빈 무덤, 발현 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분은 ‘만나 뵈올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역사는 이것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가 없습니다. 오직 신앙만이 이것을 가능케 합니다. 당시의 증인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에게도 도약이 필요했습니다. 발현과 빈 무덤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하느님께서 그분을 살리셨다’는 신앙의 확신에로의 도약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뜻에서 부활신앙은 ‘쟁취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사실 복음서를 보면 모든 이가 부활하신 분을 뵙지는 못했습니다. 오직 예수님께서 당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주신 자들만이 예수님을 알아 뵈올 수 있었습니다. 엠마오의 제자들도 예수께서 ‘그들의 눈을 뜨게 하여 당신을 알아보도록 해 주실 때까지’(루가 24,30-35 참조)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면서 함께 걸어가지 않았습니까?
부활신앙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가 깊은 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도 필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되이 신앙의 은총을 간구해야합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나눌 때’(상동)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눈을 뜨게 해 주셨음 같이 이번 부활절에 주님께서 우리의 눈을 뜨게 하여 당신을 알아 뵈올 수 있는 선물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도 사도들처럼 형제들에게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음’을 증언하도록 합시다. 선교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는 한층 더 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예수님의 부활을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며 주님의 강복을 빕니다.

2000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1. 200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주님’

    2004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주님’ (요한 20,9 참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는 이 계절에 우리 신앙 공동체는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시어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Date2012.06.11 Category부활담화 Views1089
    Read More
  2. 2004년 사순절 담화문(발표 되지 않음)

    2004년 사순절 담화문(발표 되지 않음)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589
    Read More
  3. 200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생명 그리고 빛이신 말씀’

    2003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생명 그리고 빛이신 말씀’ (요한 1,1-10)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기다림의 시간 대림절을 마치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고 거처를 정하시는 성탄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성탄 대축일은 한 아기의 ...
    Date2012.06.11 Category성탄담화 Views546
    Read More
  4. 200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그분께서는 부활하시어>

    2003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그분께서는 부활하시어> (마르 16,6) 사랑하는 교우, 지도자, 성직자 여러분! 곳곳에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는 계절입니다. 죽어있던 것처럼 보였던 생명은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이 ...
    Date2012.06.11 Category부활담화 Views503
    Read More
  5. 2003년 사순절 담화문(발표 되지 않음)

    2003년 사순절 담화문(발표 되지 않음)
    Date2012.06.11 Category사순담화 Views612
    Read More
  6. 200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말씀은 생명과 빛’

    2002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말씀은 생명과 빛’ (요한 1,4. 9.) 사랑하는 교우 여러부! 생명과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에서 내리시는 풍성한 축복을 충만하게 받으시고 그로 말미암아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우리는 희망과 소망의 씨앗을 ...
    Date2012.06.11 Category성탄담화 Views5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5 Next
/ 2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