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담화

2001년 사순절 담화문-“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고린 5,20)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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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사순절 담화문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고린 5,20)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은총의 대희년을 보내고 새로운 천년기를 시작하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금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시기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창세 3,19)는 재의 예절의 말씀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 말씀에는 인간의 실존이 안고 있는 깊은 아픔과 상처가 스며있고, 인간의 고뇌와 신음이 새겨져있습니다. 이렇게 인류는 그 첫 출발부터 일그러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명을 거역한 결과이고,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품위와 존엄성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간 실존의 실태를 익히 알고 있는 우리는 회개의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아버지의 집을 떠나 타향살이에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한 작은 아들이 온갖 고초를 겪은 후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 집으로 되돌아간 것처럼(루가 15,11-24 참조), 현세적 허황된 망상과 환상을 떨쳐 버리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사는 새로운 삶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사순시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모습에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회심과 화해의 삶
새로운 삶의 시작은 회심과 하느님과의 화해로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그분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길만이 생명의 길이요 구원의 길임을 어김없이 받아들이는 굳은 믿음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그러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회심과 화해는 인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우리 신앙인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잘못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문제의 해법 역시 우리들의 회개와 하느님과의 화해에서부터 찾아야 함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과의 화해만이 인간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를 해결살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뿌리를 두지 않은 인간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명을 거역하는 불순종과 반역은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회심과 화해는 죽음을 뛰어넘어 생명으로 건너가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시기는 죽음으로부터 생명으로 건너가는 현실극복을 준비하고 체험하는 시기이고, 잃어버린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회복하는 시기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금 태어나 새 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우리의 다짐 - 선교의 일꾼
선교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을 세상에 선포하는 일이며 교회에 맡겨진 본연의 사명입니다. 따라서 선교의 사명으로부터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처지가 어떠하든 우리는 모두 선교에로 불리움 받았고 또한 선교사로부터 파견되었습니다.
우리 마산교구는 앞으로 5년 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40주년을 바라보면서 작년부터 2005년까지를 ‘선교의 해’로 정하고 교회 본연의 사명인 선교에 교구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기로 하였습니다. 그 사목지표 아래 올해는 ‘가족과 가까운 이웃’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목표를 정한바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다짐하는 이 사순시기에,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회심자로서의 다짐을 선교에로 연결시켜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회심하여 하느님과 화해하는 증거를 선교를 통해 드러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신자 여러분의 성의 있는 선교 노력을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은 우리 삶의 의미이며 중심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러한 하느님을 겨레에 알리고 증거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교회 최초의 신유박해(1801년) 순교 20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생명을 바쳐 하느님을 정거하신 순교 신조들의 헌신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유서깊은 해에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들이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선조들이 목숨바쳐 지킨 신앙을 이웃들에게 전하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느님을 정거하기 위해 생명을 내어놓아야 하는 피의 순교 시대를 살고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세상에 알리는 사명에 헌신해야 하는 선교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구원의 하느님 아버지를 세상에 알리고 증거하기 위해 헌신하시는 모든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하면서 선교를 통하여 거룩한 사순시기에 걸맞는 회심과 화해의 삶을 살도록 권고합니다.


2001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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