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01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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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구라 2,41)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또 다시 기쁜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사회에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올해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평화를 바라며 기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것은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특히 뉴욕의 9.11 테러 사건 이후 아프칸 전쟁으로 인하여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때에 ‘평화의 왕’(이사 9,5)이신 예수님의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열심한 마음으로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나아가 평화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사명감을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원수되었던 모든 요소를 없이 하셨고(에페 2,16),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으며(골로 1,20-22), 당신 교회를 인간과 인간이 일치하고 또한 하느님과 인류가 하나 되는 일치의 성사로 세우셨습니다.’(교회헌장 1장 참조) 그리스도야말로 ‘평화의 왕’이시며 평화의 씨를 세상에 뿌리고 가신 ‘평화의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떠나실 때에도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는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요한 14,27) 하시며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셨습니다.
평화는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조건이며 사회 “공동선이 지향하는 궁극 목표”(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3편 1909항)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현세적 욕구가 충족된다 할 지라도 평화가 없을 때는 행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바입니다. 평화가 행복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화는 우리에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노력하고 간절히 구할 때에 주어지는 ‘성령의 열매’(갈라 5,22)입니다. 그래서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와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때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여러 기회에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할 것과 전세계 모든 이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특히 지난 11월 25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는 성 베드로 대광장에 운집한 순레자들에게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끊임없이 바칠 것을 당부하시고, 아울러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한 단식과 구호를 호소하기도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교황님의 이러한 호소에 귀기울이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사회적 관심](AAS 80-1988년) 회칙 안에서 신자들이 “그리스도인다운 열정으로 현세적인 일들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평화와 정의의 일꾼으로 행동하는 것”([사회적 관심] 47항, 42항 참조)은 평신도의 의모라고 못박으신 바 있습니다. 저도, 평화가 그 어느때보다도 아쉽고, 21세기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 뜻깊은 성탄절에, 우리 교구민 모두가 참 평화의 일꾼으로 새로 태어나기를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모두 평화의 일꾼이 될 때에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 5,9).”하시는 축복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평화를 사랑하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마치 부모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효도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평화의 일꾼은 자신의 욕심을 억제하여 이기심을 버리며, 악으로 기우는 자신의 경향을 노르고 깨끗한 양심의 평화를 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평화의 필수조건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의와 사랑을 지닌 사람이어야 합니다.(사목헌장 78항 참조)
마음의 평화, 양심의 평화를 누리는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은 평화롭고, 이러한 가정이 모인 사회는 평화로울 것입니다.

다음으로, 평화의 일꾼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사회 안에 불평등이 존재할 때에는 진정한 평화가 이룩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빈부나 학식, 계층, 문화, 인종, 종교 등의 차이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 그 사회는 평화로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제도와 법, 그리고 사랑입니다. 그래서 평화는 ‘정의의 실현’(사목헌장 78항)이며 ‘사랑의 열매’(갈라 5,22)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아직 여러 가지 사회적 불평등과 차이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으로 도울 뿐 아니라, 그러한 소외된 사람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제도와 법을 개정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것 또한 평화의 일꾼들이 해야하는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참으로 평화가 아쉬운 이즈음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가정의 평화를 이루며,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평화의 일꾼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우리 사회에 충만하기를 다시금 기도드리며, 다가오는 2002년 새해 인사와 함께 교황님의 강복을 전해 드립니다.


2001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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