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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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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교구장 부활 대축일 담화문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1코린 15,3)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오늘 우리는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축복이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들에게 가득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 시기 동안 인류의 구원을 위해 고난을 받으시고 죽음의 세력과 싸우신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준비해 왔습니다. 흙으로 돌아갈 운명을 묵상하고 죽어서 영원을 사는 삶을 갈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수난, 십자가 그리고 죽음
우리가 기념하고 경축하는 부활은 수난과 십자가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수난과 십자가를 배제한 그리스도는 더 이상 그리스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난의 처음부터 하느님에 대한 소송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분의 사형을 언도했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십자가형에 처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언도하여 사형에 처했던 그리스도를 무죄 석방시켜 다시금 살려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으나 이제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셨으니 이제는 우리가 하느님을 보호하고 지켜야 합니다.

죽음과 무관하신 분이 죽음을 맞이하셨고, 죽으실 필요가 없으신 분이 죽으셨습니다. 그분은 존재의 원리상 죽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은 <생명의 영도자>(사도 3,15)이시므로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분의 부활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원천이신 그분이 우리와 같은 죽음을 죽으신 것입니다.
왜 죽을 필요가 없는 존재가 죽음을 수락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물음에 대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1코린 15,3)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셨습니다>(2코린 5, 21)는 말씀도 듣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지으신 일이 없지만, 우리로 하여금 죄의 권세로부터 벗어나 올바르게 살게 하시려고, 우리 죄를 당신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1베드 2, 22.24. 참조)는 말씀도 듣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그분은 죄가 되셨습니다. 그 결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죄인이라는 견디기 힘든 감정에 사로잡히셨고, 모든 이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았습니다. 예수님 안에는 죄에 대한 감정과 절대적 무죄의 확신이 공존하였고, 그것이 그분의 생명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의 죽음이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이나 상처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의 죄와 그 결과인 죽음으로 인해 죽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분 안에는 생명으로 돌아가려는 근원적인 갈망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그분의 본성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그리스도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습니다. 죽음도 그리스도의 생명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명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을 이기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결과입니다.
부활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로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부활을 통해 죽음은 생명으로 건너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죽지 않고서는 생명으로 건너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썩어야 하고, 그래야만 썩어 죽은 밀알은 다시 생명을 얻어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죽어야 할 한 알의 밀알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부활은 무엇인가’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궁금합니다. 부활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나며 어떤 몸으로 살아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1코린 15,35). <어리석은 질문입니다>(1코린 15,36)라고 사도 바오로는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어떤 대답도 그것은 한계를 지닌 인간의 대답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부활은 신비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부활이라는 신비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있듯이, 부활의 어리석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활을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활은 단순히 죽음으로부터의 복귀가 아닙니다. 부활은 죽음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생명입니다. 이 생명으로 죽음을 뚫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죽음을 죽게 하고, 죽음이 더 이상 그 세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죽음을 무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시어 다시는 돌아가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죽음은 더 이상 그분위에 군림하지 못하리라는 것>(로마 6,9)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쳐부수고, 죽음을 죽이고, 죽음의 독침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생명으로 건너가셨습니다. 이로써 예수님께는 더 이상 죽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죽음의 힘이 미치지 아니하는 생명 이것이 바로 부활이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입니다.
부활의 삶
부활의 의미를 헤아리면 이제 그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을 증거해야 합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 사도행전은 우리가 눈여겨 주목해야할 대목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자살한 유다를 대신할 사람을 뽑으려고 모여든 자리에서 베드로가 말한 사도직 직분에 관한 설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사도 1,21-22). 부활의 증인, 바로 이것이 부활의 삶을 사는 핵심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여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한다 하더라도 부활을 증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부활의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도직의 핵심은 부활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부활의 신비는 우리 믿음의 중심이고 핵심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믿음은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복음서는 부활을 중심에 두고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부활의 관점에서 복음서를 읽어야 합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부활의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복음서의 핵심은 부활이기 때문에 복음서를 제대로 읽고 묵상하면 우리 역시 부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새로운 생명에 대한 이해지평을 넓히게 될 것입니다.
왜 부활이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그렇게 중요한 핵심이 되는 것일까요?
부활은 하느님의 자기계시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부활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십니다. 부활은 우리가 하느님의 존재에 관해 갖고 있는 가장 분명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부활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길입니다.
부활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을 초월합니다.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이 끝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부활은 죽음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극복되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부활을 믿지 않으면 하느님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간다는 것을 믿으며 부활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서로 사랑하여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 부활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 모두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부활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축복을 가득 받으시고, 그 때문에 언제나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07년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 구 장 안 명 옥 주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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