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10 교구장 예수 성탄 대축일 메시지 “희망으로 구원되는 우리”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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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구원되는 우리”
(로마 8,24)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순교 영성으로 이 세상을 복음화 시키자는 마산교구의 사목지표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올해에도 우리 신앙 공동체는 어김없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우리 가운데에 거처를 잡으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지닌 의미를 헤아려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의미 속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있고, 질곡 같은 세상 안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 부서지는 세상
이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먼저 살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체할 수 없는 무기력 속에서 힘겹게 살아갑니다. 절망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인품과 교양의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갖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잠시라도 틈을 내어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겨를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합니다.
경제적 효율과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취급합니다. 인간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노동과 인간의 가치는 경제성이 없으면 용도 폐기되는 물건처럼 취급됩니다. 한 마디로 부서지고 깨어진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의 삶의 터전이 이토록 부서지고 망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부서지고 깨어진 세계는 '하느님 없이' 살아 온 결과라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 세상에서 아무런 희망도 가지지 못한 채 하느님 없이 살았다."(에페 2,12)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부서진 세계, 깨어진 세계를 자초한 것은 우리의 자업자득입니다. 인간이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인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좌절과 절망을 넘어설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희망과 구원
좌절과 절망의 극복은 희망에서 찾아야 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희망으로 구원받는다는 선언이 필요합니다. 희망이란 인간 삶의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인간은 희망 없이 한시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인간은 희망 때문에 부단하게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가꾸려고 노력합니다. 희망은 '나는 당신 안에서 희망 한다'는 명제로 드러나며, 여기서 '당신'은 희망의 절대적 원천인 하느님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희망은 구원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볼 때 어떠한 절망과 좌절에도 흔들리지 않는 참된 희망은 오로지 하느님, 우리를 마지막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뿐입니다. 진정한 사랑과 희망에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가 생명, 그 영원 생명이 무엇인지를 감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뜻도 풀이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풀이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은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그리스도를 앎 - 이웃과 나누는 삶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삶과 죽음, 즉 모든 이를 위하는 그분의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부단하게 나 이외에 이웃을 위해 살아가라고 요청합니다. 그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의 것을 이웃과 나누고, 내가 지금 누리는 행복마저도 어쩌면 이웃의 희생의 대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웃을 위해 나를 양보하고 희생하여 이웃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탐욕으로 어지러워진 사랑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가난하게 태어나시고, 자기의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부유하고 자유롭게 사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고 죽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나만을 위한 삶이 이제는 무너지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를 위한 삶으로 우리의 길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를 위해 사는 길 이외에 달리 다른 길이 있겠습니까? 아울러 하느님 없이 살아 온 우리의 삶을 이제는 '하느님과 함께'라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하느님을 믿으며 사는 우리 역시 거룩한 분의 뜻에 따라 여러 가지 곤궁과 궁핍에 처한 이웃을 도와서 살리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거룩하신 분의 뜻은 결국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듣고 읽는 복음의 말씀도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려주어라, 묶인 것을 풀어주어 가게 해 주어라, 해방시켜 주어라, 자유롭게 해 주어라는 말씀으로 요약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고 하십니다. 인간은 조건 없는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에게는 "죽음도, 삶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저 높은 것도, 저 깊은 것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라는 확신과 신념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구원받는데 필요한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고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산다(갈라 2,20)는 신앙 고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성탄 대축일을 기념하면서, 과연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씨름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오로지 경제문제로 귀착되는 것인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잘 먹고, 잘 입고,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것일까? 등의 물음과 씨름하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이 지닌 의미를 헤아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정신은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가난한 이들과 억눌린 이들을 위한 사회 정의 차원의 투쟁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의무입니다. 이 사랑은 우리의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꿀 때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는 아기 예수님은 바로 그 살 심장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부활하셨습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고, 그 말씀에 따라 살면 그리고 우리의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꾸면 인류가 안고 있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웁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 아기께서 우리 가운데 거처를 잡으시는 이유이자 우리가 기려야 하는 성탄의 의미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복을 내리시기를 거듭 기원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모두를 당신 품 안에 안으시고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시고, 우리에게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하실 것이라 소망합니다.

2010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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