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2012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아기로 태어나시는 하느님"

posted Dec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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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 탄 담 화 문

 

 

 

 

 

 

 

 

 

 

 

 

 

 

 

 

 

 

 

 

 

 

 

 

 

 

천주교 마산교구

아기로 태어나시는 하느님

 

모든 백성들에게 기쁨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교구의 모든 형제자매,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에게 풍요로운 은총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는 대림절을 지내면서 예수 아기의 탄생을 고대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태어나시는 구세주의 탄생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우리를 사랑하고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분께서 태어나십니다.

 

하느님의 약속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것도 아기가 되셨습니다. 이로써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되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약속을 지키시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포기하십니다. 심지어 하느님으로서의 신원과 품위마저도 포기하십니다. 모든 거리감을 버리시고, 그 결과 어느 누구도 하느님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게 하십니다. 아울러 구유에서 태어난 아기를 자신의 삶 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수 없게 하십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시는 하느님에게서 우리는 성탄 축제가 지닌 신비의 숨은 뜻을 발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강압적인 힘을 이용하여 우리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자유 안에서 우리와 새롭고 영원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들이 당신 사랑의 초대에 응답하시기를 기다리십니다. 하느님께서 특히 인간의 응답을 기다리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십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순간 우리에게로 가까이 다가오시어 우리 가운데 거처를 잡으십니다.

 

숨어계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에 따라 지음 받은 우리가 당신께서 선물로 주시는 자유와 사랑을 누리도록 숨어계십니다. 참으로 어려운 곳에 숨어계십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아기 안에 숨어계십니다. 하느님의 신원과 품위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도 파격적인 모습을 취하십니다. 그래서 아무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헤로데는 그 아기가 하느님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께서 숨어 계신 곳에서 하느님을 찾지 못했습니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본질에는 관심조차도 두지 않은 결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유지하고 지탱시켜 준다는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숨어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느님께서 숨으시는 이유는 우리가 그분을 닮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서 진리와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숨으시기만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에게 ‘나를 찾아라’하십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그분을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도도 일러주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찾을 수 있도록 그분께서 우리를 찾아 나서십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멀고도 먼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사람이 되고 아기가 되셨습니다. 그 아기 안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

성탄 축일은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하느님에게는 사람이 되실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당신의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보여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모두를 아시고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십니다. 그 하느님께서 아기 안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도를 알려주십니다.

그분의 사랑을 감지하는 사람은 천사들이 알려주는 기쁜 소식에 무릎을 꿇습니다.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가자고 서로 다짐하였습니다. 목자들은 들판에 머물며 깨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사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역시 베들레헴으로 가자는 초대를 받아들입니다. 이 초대는 천사들이 알리는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서라는 초대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다른 편으로 건너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분을 바라보지 않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생각과 계획은 언제나 하느님과 등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하느님과 척을 지는 반대편에 서서 방향을 전환하려 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숨어계십니다. 그분을 찾으려면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고통의 길과 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 날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하기 위해서 그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념하는 성탄 축제가 숨어계신 하느님을 찾고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과의 만남

우리와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진리를 향해,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태어나시는 하느님을 향해 걸음을 재촉해야 합니다. 아기는 모든 이를 위해 태어나십니다. 그래서 그 당시 목자들에게 일어난 일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에게도 일어납니다. 우리도 목자들처럼 베들레헴으로 가서 진리이신 말씀을 만나야 합니다. 영적인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복음의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빛을 만나야 합니다. 희망과 기쁨으로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를 만나야 합니다. 특히 우리의 탐욕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는 생명을 만나야 합니다. 소중하게 태어나지만 결국은 버림 받는 아기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 아기들을 받아들이고 보호해야 할 공간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의 존엄한 생명을 자기의 것이라 주장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아기들을 만나야 합니다.

인사와 감사

기쁨에 가득 찬 성탄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한없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이 풍성히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다가오는 새해에는 강생하신 우리 주님, 곧 인류 구원을 위해 세상에 오신 주님을 더욱 충실히 따르기 위해 함께 기도와 정성을 모아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교구는 2010년부터 시작한 “순교 영성으로 세상을 복음화 시키자”는 사목지침을 마감합니다. 지난 3년 동안 기도와 헌신으로 본당과 교구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시금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는”(시편 96,11) 성탄을 경축 드립니다. 사랑이시기 때문에 사랑의 모습으로만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 속에 다가오는 새해 그리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결코 만나지 못할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시기를 빕니다. 새해에는 많은 결실을 기대하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 품안에 안으시고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2012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2012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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