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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예 수 부 활 대 축 일 담 화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posted Mar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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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요한 20,18)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곳곳에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는 이 아름다운 생명의 계절에 우리 신앙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가득 받으시고 기쁜 부활 축일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난 40일 동안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고행과 보속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간의 운명에 대해 깊이 묵상하면서 그분의 부활을 기다려왔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체험

요한복음 20장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부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인간과 그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부활하신 분의 만남 이야기입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께서 묻혀 계시던 무덤에 갔습니다. 왜 그녀는 이른 새벽부터 무덤에 갔던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마리아가 스승 예수님을 사랑하고 존경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하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도 잊어버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직 하나 뿐인 소중한 존재로 체험하도록 신비로운 힘을 발휘합니다. 아울러 마리아는 스승 예수님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남자들은 집으로 갔으나 더 강한 사랑이, 약한 여성들을 그곳에 머물게 했다”고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처음으로 목격한 증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

그럼에도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던 예수님을 마리아 막달레나가 알아보지 못한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의 이름을 불러 주시는 순간 마리아는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과 상실감으로 좌절과 절망에 빠져있던 마리아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파스카의 신비로 마리아를 위로하는 순간 스승을 알아보는 눈이 열립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호칭행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름을 불러주시는 것은, 이제 마리아가 슬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당신 부활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초대해 주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름 부름과 응답의 결과

주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참된 목자이시고 스승이신 부활하신 분께서 걸어가신 길을 기꺼이 따라갑니다. 제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다가오시는 부활하신 분과의 만남을 통해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삶을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해석합니다. 삶의 방식과 태도를 주저 없이 새롭게 바꾸어 버립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자신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초대해 주신 스승의 목소리를 자주 떠올리고, 그분의 부르심을 기억하며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응답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렇게 해서 제자들은“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필리 2,9)을 부르며, 바로 그 이름의 권능으로써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들에게는 해방을, 소경들에게는 눈뜰 것을 선포하며, 억눌린 이들을 풀어 보내는 일에 헌신합니다.

 

부활의 삶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온 삶의 구조가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체험한 사람입니다. 그는 보편타당하고 변함없는 것을 손수 건설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매우 힘든 것일 뿐 아니라, 거의 가망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을 판단하거나 심판하지 않고, 세상을 더 이상 친구와 원수, 내 맘에 드는 사람과 들지 않는 사람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아주 구체적으로 그 사랑을 실현하는 길은 오직 이웃을 사랑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 자체가 사랑에 몸 바치도록 되어 있고, 또 이 사랑이 신앙 자체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터득합니다. 이러한 사랑이야말로 하느님 존재에 대한 증거이자 믿음입니다. 이처럼 이웃 사랑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철저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위대한 신학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평가하는 잣대가 있다면, 그것은 살아가면서 체험하는 죽음의 예행연습 자체일 것입니다. 죽음의 예행연습은 누군가가 나의 생명을 갉아먹도록 내어주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방어에 급급하지 않는 마음, 사심 없는 마음, 싸움과 투쟁을 포기하는 마음이며, 무엇보다도 남보다 잘났다고 뽐내지 않으려는 마음,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메마르고 고통에 찬 외마디 말씀을 배우려는 마음입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분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복음서의 전언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어둠의 시간을 암시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부활하신 분을 만나 변화되기에 앞서 겪어야할 죽음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죽음의 시간은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 마주하게 될 온갖 어려움, 한계, 고난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체험하게 될 좌절과 슬픔의 시간입니다.

 

언젠가 부활하신 분께서 마침내 나의 이름을 불러 주실 때, 십자가를 지고 따르던 우리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온갖 절망과 좌절 중에도 부활하신 분께서는 나를 버리신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 함께 계셨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가 부활하신 분께서 나에게 참된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마리아는 슬픔을 딛고 일어나 제자들에게“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하고 용감하게 언합니다. 우리 역시 슬픔과 고통 중에 살아가는 이웃들과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이웃들에게“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하고 부활의 신비를 알리는 증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 그다음에는 야고보에게 ……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요한 11,38-44)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들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고 하신 요한 복음사가와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며 부활의 삶을 살 것을 다짐 하시는 모든 이들에게 부활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축복과 은총을 기원 드립니다.

 

 

 

 

 

 

amo.png                                           

2013년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 구 장 안 명 옥 주 교

 

2013년 발송용 부활담화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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