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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교구장 부활 대축일 담화문 “십자가 - 부활의 전제”

posted Apr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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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예 수  부 활  대 축 일  담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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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십자가 - 부활의 전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그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이렇게 외치는 기쁜 소식 위에 부활 신앙이 세워집니다. 곳곳에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는 이 계절에 우리 신앙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십니다. 여러분 모두 부활 대축일을 기쁘게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의 관심사
부활은 십자가를 전제합니다. 십자가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돌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그림자는 예수님의 구원 활동 전반에 걸쳐 드리워져 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는 복음서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복음서들은 예수님께서 병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십자가를 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길이 하느님의 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선택한 결과 십자가를 지신다는 것을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등을 피하지 않으십니다. 이러한 갈등은 예수님의 궁극적인 관심사인 구원 활동의 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웃으로부터 경멸받고, 주변부 인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을 부르시고 함께 친교를 나눔으로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구원 활동의 진수가 인간 사이의 벽을 허무는 연대성임을 선언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기쁜 소식은 고정 관념, 포기할 수 없는 지위, 기득권 등 기존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납니다. 이 도전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반대의 표적이 되고 저항을 받습니다.


수난과 죽음 예고와 제자들의 반응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나서 죽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마르 10,33-34) 하고 자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제자들은 스승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박한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는 스승의 절박한 심정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속적인 관심사에 매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마르 9,34). 제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와 이웃을 위해 생명을 바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르 8,34-37)는 가르침으로 교정되어야 합니다.


목숨을 바치는 것은 섬김의 행위입니다. 십자가는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 줌으로써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구원 활동입니다. 진정으로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라면 예수님과 함께 기꺼이 십자가를 지는 여정에 동참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 - 이타적인 삶
예수님의 죽음은 아버지의 뜻을 앞세우고 그 뜻에 따르는 결과입니다.
예수님의 관심사는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도래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인간 마음의 변화, 즉 회심을 요구하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온갖 부조리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전제합니다. 결국, 이러한 회심과 변화를 요구하는 예수님은 거부당하고, 이 거부는 죽음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투신입니다. 온갖 아픔과 질병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언제나 진리를 선포하는 일에 헌신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세속적인 성공과 거리가 먼 사람들과 쓸모없는 인생이라 손가락질당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투신하고 함께 연대하고 믿음과 삶의 길에 동행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목숨을 얻기 위해 목숨을 버리고, 높은 자가 되기 위해 낮은 자리에로 내려가고, 섬기기 위해 섬김을 실천하는 것이 십자가의 영성입니다.


마지막 만찬 식사 중에 몸을 내어주고 피를 쏟기 위해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이유가 바로 십자가의 영성에 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무덤이 예수님께서 영원히 머물 거처는 아닙니다. 죽음이 예수님의 마지막 발언은 아닙니다. 인간의 논리에 따르면 십자가는 실패요, 부끄러움이요, 끝장이며 좌절이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하느님의 아들에게 맡겨진 사명과 구원활동이“다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제자가 가야할 길 - 십자가와 부활의 길
제자들은 스승 예수님과 각별한 관계를 맺으며 살도록 불림 받았고, 그분의 구원활동에 동참하였으며, 제자들은 백배의 상을 받고, 스승의 승리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습니다(마르 10,28-31). 


하지만 스승의 십자가는 제자들에게 하나의 위기와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제자들에게 십자가는 걸림돌입니다(마르 14,27). 스승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고 십자가를 지라고 요구하십니다. 이 요구는 하느님의 길과 인간의 길 사이의 충돌로 드러나기도 합니다(마르 8,33). 하지만 예수님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로 이어집니다. 이 부활이 제자들의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게 합니다. 목숨을 바치는 것은 새로운 목숨을 얻음으로써 그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제자들이 꾸었던 허망한 꿈은 수난, 죽음, 실패, 좌절, 고통을 통해 정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가야할 길은 십자가의 길 이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부활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십자가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주님 부활의 은총을 한껏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평화, 진리,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선물로 받으시고 부활을 증언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함으로써 언제나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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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구 장    안    명    옥   주 교



2014년 발송용 부활담화문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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