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저자 박재찬 안셀모 신부/ 분도 명상의 집

|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이미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과 아직 오시지 않은 예수님

 

대림 시기입니다. “대림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으니 어떤 분께서 “‘클 대’ ‘기다릴 림’ 성탄을 기다리는 가장 큰 기다림의 시기 아닙니까!”라고 답하셨습니다. 맞습니까? 아닙니다. 대림이란 한자 말은 ‘클 大’ ‘기다릴 림’(‘기다릴 림’ 자는 있지도 않습니다)이 아니라, 대림待臨은 ‘기다릴 대’ ‘임할 임’이라고 하여 ‘(주님의) 임하심을 기다림’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례적으로도 주님의 첫 번째 오심, 즉 성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기, 그리고 주님의 두 번째 오심, 즉 종말을 기다리는 시기로 설명을 하면 되기에 대림이라는 말은 그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자적 풀이는 대림을 뜻하는 라틴어 adventus라는 단어의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Adventus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영어로 arrival, ‘도착’을 뜻합니다. 우리가 대림절에 ‘기다림’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adventus의 본래의 의미인 ‘도착’ ‘도래’ ‘출현’의 풍부한 의미에 대해서는 놓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다림’이란 말은 왠지 ‘우리 인간 편에서 주님을 기다리고 고대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반면, ‘도착’이라는 말은 ‘하느님 편에서 우리 인간에게 이미 오셨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기로 하셨고, 이미 오셨습니다. 영원에 계신 그분께서 이미 우리 안에, 우리 삶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여전히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와 함께하심을 깨닫는 것이 바로 대림 시기의 신비를 사는 것입니다. 즉, 저 멀리 우리와는 가까이할 수 없는 그분이 우리에게 오시길 기다리는 시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와 계신 주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그분으로 살기 위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시기가 바로 대림 시기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수없이 대림 시기를 맞이하고 성탄을 보내왔습니다. 어떤 해에는 뜨거운 마음으로, 어떤 해에는 미지근한 마음으로, 그리고 성탄의 기쁨이 느껴지지 않으면 대림 시기를 잘못 보내서 그렇다고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대림 시기를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해 제가 느끼는 대림 시기와 성탄 시기에 대한 묵상이 이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저에게는 사실 대림 시기도, 성탄 시기도 따로 없습니다. 매일매일이 기다림의 날들이요, 매 순간이 주님께서 저에게 오시는 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대림 시기에는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 계시다가 12월 24일 밤이 되면 짠!!!” 하고 나타나시는 분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2000년 전에 태어나신 예수님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당신 성령을 통해 매 순간, 모든 곳에,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 안에 살아계십니다. 설령 제가 그분을 잊고 지내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오늘 주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할 때, 그 순간이 바로 저의 성탄입니다. 


요컨대, 우리가 자신 안에 태어나실 주님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고, 비워내는 오늘이 바로 대림이요, 사순인 것입니다. 오늘 이기적인 자신의 마음과 욕심을 포기하고 주님의 뜻을 찾고 선택할 때 대림은 그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온전히 죽고 다시 태어남을 체험한 이들에게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곳에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모든 것 안에서 주님의 뜻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자신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 안에 살고 계심을 믿음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적으로 주님 안에서 깊이 나아간 이들에게는 오늘이 대림이요, 오늘이 성탄이요, 오늘이 성금요일이요, 오늘이 바로 주님 안에서 충만한 은총의 시간인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오늘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소소한 일상이 바로 하느님 안에서의 기쁨을 발견하고 누리며 감사하는 천국에서의 삶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201213 현대영성(홈피용).jpg


  1. 사도행전 읽기 19

    Date2021.01.22 Category신약성경 Views189 file
    Read More
  2. 사도행전 읽기 18

    Date2021.01.15 Category신약성경 Views209 file
    Read More
  3. 우리가 기도와 고행, 선행을 많이 해야만 은총을 받을까요?

    Date2021.01.08 Category현대 영성 Views352 file
    Read More
  4.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황님의 사회교리

    Date2020.12.31 Category세계교회 Views318 file
    Read More
  5. 초심初心으로!

    Date2020.12.31 Category한 말씀 Views228 file
    Read More
  6. 나를 자유롭게 하는 ‘나의’ 목소리

    Date2020.12.24 Category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Views357 file
    Read More
  7. 사도행전 읽기 17

    Date2020.12.24 Category신약성경 Views217 file
    Read More
  8. 이미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과 아직 오시지 않은 예수님

    Date2020.12.11 Category현대 영성 Views42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3 Next
/ 3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