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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최태준 필립보 신부

은총의 가정

 

화가 렘브란트는 ‘성가정’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에르미타주Hermitage 미술관(St. Petersburg)에 소장된 성화는 성가정의 의미를 묵상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성경을 읽다가 요람 속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빛과 표정은 어머니로서 그녀의 마음 상태를 헤아려 볼 수 있게 하고 어둠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요셉의 모습은 애잔함과 함께 듬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인류 구원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이 계십니다.1)

 

여러분의 가정을 여느 화가들처럼 그림으로 표현해 본다면 어떤 모습의 작품이 나올까요?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어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라 했더니 그림 속에서 부모는 찾을 수 없고 두 아이의 모습, 그것도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돋보이는 그들 뒷모습만 그려놓았습니다. 아이들은 늘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 다녀야 하고 부모는 생활비, 교육비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부부 서로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딸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슬픈 고백을 털어놓습니다.


여러분의 작품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그려져 있나요? 각각의 표정은 어떤가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자세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밝게 혹은 어둡게 그려진 부분은 어디인가요? 가족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그림인가요?


우리는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사실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라고 표현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이 가득했던 가정입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아들의 잉태를 받아들여야 하는 마리아와 파혼을 결심한 요셉은 가정의 시작인 결혼부터 갈등과 시련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요셉은 이러한 갈등과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낸 참 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편 요셉은 하느님께 대한 마리아의 순명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마리아는 신앙으로 자신을 맞아들인 요셉의 믿음을 존경하고 의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셉과 마리아의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인류를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인간으로 오시는 가정의 바탕이 되었고 하느님 섭리가 이루어지는 은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희망하고 추구해야 할 성가정은 인간적인 만족이나 행복만을 추구하는 가정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순명과 사랑으로 승화시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은총의 가정입니다. 우리 가정에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을 통해 우리 가정을 성가정으로 초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으며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주님을 찬미하는 거룩한 가정이 되도록 애를 써야 하겠습니다.

 

1) 구글 ‘Arts & Culture’ 앱을 이용하여 ‘Holy Family’를 검색하시면 루벤스, 엘 그레코, 티치아노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실 수 있고 다른 미술관의 여행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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