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20.12.24 16:49

나를 자유롭게 하는 ‘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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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음악치료라는 게 뭔가요? 
사랑과 함께 치료합니다. 제 아들이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강제로 침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아들을 통해, 말 이전에 침묵이 먼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볼리비아를 갔을 때 탄광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심적인 고통 때문에 말을 못 했습니다. 음악치료는, 목소리를 통해서, 내 안에 억눌려 있던 고통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표현해 냄으로 자유롭게 만듭니다. 아이들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을 찾아내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한 겁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영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밖으로 터져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냥 소리로 터져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목소리’라는 단체를 설립한 마리안 세바스티안 여사가, 올 1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TBS 시민의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영화 시스터 액트(1992).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는 법정 증언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받도록 수녀원에서 지내게 됩니다. 아침에 깨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아주 얌전해 보이는 수련수녀 메리 로버트가 자명종을 주기 위해 찾아옵니다. 


지금은 네 시 반이면 깨지만, 처음엔 참 힘들었어요. 저는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늦되는 것 같아요. /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원래부터 수녀가 되고 싶었나요? / 늘 내 소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봉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때로는, 내 안에 남다른 재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교만하게 들리죠? / 전혀요. 그 마음 이해해요. / 함께 있게 되어서 기뻐요. … 개성을 감추려니 힘든 걸 아세요? / 알다마다요.^^


들로리스가 다음날부터 성가대 연습을 시켜주게 됩니다.

 


로버트 자매, 앞으로 나와 보세요. 입은 벌리는데 소리는 안 들리는군요. 큰소리로 불러 봐요. / (모깃소리로) 아… / 이렇게 해봐요. 눈을 감고, 식당이라고 상상해 봐요. 접시 떨어지는 소리, 사람들 왁자지껄한 소리 등등, 수녀님 목소리는 그 소리보다 더 커야 돼요. 식당 구석에 앉은 내게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노래를 해봐요.

 

201227 4면 이미지(액트)-(홈피용).jpg


그렇게, 메리 로버트 수녀는 본인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랄만한 큰소리를 냅니다. 상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수녀는 이래야 된다는 생각, 자신 안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느끼지만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수도 공동체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감추어야 한다는 생각, 그것들이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었고, 노래를 해도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음껏 내뱉는 목소리를 통해, 두려움과 수줍음에 움츠려든 눈이 밝게 빛나며 활짝 열렸고, 몸도 펴졌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고 표현력이 좋은지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자신의 진면모를 찾아내고, 터져 나오게 했습니다.  


인간이 참된 자유를 누리기를 원하시는 하느님 뜻은 이웃을 통해 전달이 됩니다. 하느님의 초대에 나 ‘스스로’ 응답할 때, 나는 자유를 찾습니다. 초대와 응답, 세상살이의 비결입니다.  


저는 국악을 제 의지로 시작하지 않았구요, 부모님에 의해 시작을 했어요. 부모님이 시켜서 한 국악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저의 꿈이 정해져 버렸고, 어느 순간부터, 국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천재 국악 소녀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로 계속 길을 걸었어요. 쪼금 행복하지 않게. 그렇다면 왜 나는 이 큰 고민을 아무한테도 15,6년 동안 얘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어렸을 때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1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부모님이 다 해주셨거든요. 스케줄 잡고 섭외 문의, 매니저, 운전, 현장에서 할 일들, 악역까지 다 맡아 주시면서 저를 곱게 키우시려고 수많은 가지들을 다 쳐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가는 일이 있을까봐 사사로운 인연들도 다 끊으셨어요. 그런 걸 보다 보니 전 당연히, ‘국악’이라는 정해진 꿈이 나에게 흥미를 주는가, 적성에 맞는가를 생각할 때가 아니구나, 나는 그저 부모님이 닦아놓으신 길을, 말 잘 듣고 착하게 걸어가는 것이 내 정해진 운명이구나,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했던 것 같애요. 그래서 그 틀에 갇히다 보니까, 제가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원래도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었는데, 정말 병적으로 소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매일매일 일기를 써요. 근데 일기장이 재작년꺼부터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유일하게 내 솔직한 감정을 담아낸 것인데, 그것도 누가 볼까봐, 그냥 버린 것도 아니고, 찢어서, 검은 봉지에 묶어서, 태워서 버렸어요. 제가 그 정도로 소심하게 그 틀에 갇혀서, 정말 피곤하고 불행하게 살았던 것 같애요. SNS에서 보니 군산에 예쁜 기찻길이 있길래 여행을 갔어요. 그날따라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 기찻길을 한 3,40분 혼자 걸었어요. 걷다 보니 옆에 정자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시는데, 혼자 여행왔냐 물으시며, 뭐 힘든 일 있나 보네, 이러시는 거예요. 그리고 저에게 이 말씀을 해주셨어요.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힘들겠지만 인정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흐르는 대로, 그 흐름을 타고 가라고. 근데 사실 이런 말이, SNS에서 정말 진부하게 볼 수 있는 말이거든요. 근데 그 말에 위로를 받고, 느끼게 되었어요. 이 틀을 거역하지 말자, 거역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 이 틀을 넓힐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살자고 생각했어요. 일상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제가 한 것은, 국악원을 나왔어요. 국악에서는 특히나 선생님의 계열이 있어서 스승의 기교를 그대로 구현해야 잘한다고 평가를 받거든요. 근데 저는, 제가 가진 목소리의 장점으로 국악을 표현해서, 저만의 방법으로 전통을 지켜가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선택한 이, 국악의 길”이었어요. 그렇게 국악원을 나와 서양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피아노도 하고, 기타도 하고, 작곡도 하고, 미디도 하고 있고, 힙합 콘서트도 가고, 다른 가수들 콘서트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전에는 국악 소녀가 힙합 콘서트 가서 ‘스~웩’, ‘턴~업’, 그러면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어, 내 이미지에 금가는 행동이다, 스스로 너무 지나치게 틀에 가두었던 것 같애요. (다른 것들을 하면서) 그로 인해서 변화가 된 게, 큰 음악 안에서 국악을 바라봤을 때, 우리 국악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국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내가 정말 멋있는 음악 하는 사람이구나, 자부심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애요. -170118. 말하는 대로, 17회

  

201227 5면 이미지(송소희)-(홈피용).jpg


운명이자 굴레였던 국악. 국악 소녀라는 틀을 ‘인정’하고, ‘더 큰 틀’ 속에서 특별한 국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혼을 담아 부르던 노래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송소희가 송소희다울 때, 제일 이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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