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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진동성당(홈피용).jpg

 

방주에 든다. 곧 출항하려는 배를 잡고 생명의 보금자리로 든다. 하느님께서 선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마련하신 방주에 초대받은 마음으로 진동성당을 찾는다. 방주의 모형으로 설계된 건축물이 돋보이는 마산의 끝자락 진동성당이다. 


편안하고 아늑하고 가족 같은
조정제 오딜론 주임 신부는 이 공동체가 지닌 편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말한다. 아늑함이 묻어나는 이곳에서 신자들이 ‘감사함’을 항상 가지고 지내기를 바란다. 이 성당에 젊은 신자들이 귀한 것은 아쉽지만, 안정되고 잘 짜인 신자들의 신심생활 움직임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단다. 욕심을 내면 끝이 없지만, 마음을 비우면 성전에도 뜰에도 평화가 가득하여 이웃 동네로도 넘실댄다.


방주에 탄 선량한 노아의 가족처럼 진동 자매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김정선 엘리사벳, 이명숙 루치아, 최도선 노엘라, 이봉남 마리아, 권영순 율리아나 이렇게 전·현직 간부들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치켜세우기에 시끌벅적하다. 누가 잘했다, 욕봤다, 고생했다 하고 이어가다가 전임 사제들에게로 바통이 넘어간다. 현재 구역분과장을 맡은 권 율리아나만 빼면 모두 진동성당 역사를 처음부터 거의 함께한 사람들이라 한 가지 칭찬이 나오면 줄줄이 맞장구친다. 어느 사제 한 분도 빼놓을 수 없다는 듯, 거쳐 간 한 분 한 분 손을 꼽아 가며 모두 소환하고 진심으로 그리워한다. 


그러다 이 루치아가 공소시절 처음 레지오를 시작할 때 꼬미시움에서 나온 간부가 했던 말을 떠올려 꺼냈다. 그분은 열 명 정도가 모여 창단하려는 단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성전 건립의 주춧돌이 되어 달라”고 했다. 그 울림이 매우 컸다. 김 엘리사벳과 레지오를 하면서 의기투합했고, 그때부터 몇몇이서 2,3천 원씩 적금을 들며 의지를 불태웠던 옛 이야기를 듣고 모두들 숙연해 한다. 그러고는 서로서로 잊지 못할 성전 건립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염원했던 성전 건립 2005년 
공소생활을 접고 1993년 8월 17일 본당 승격을 이루었지만, 가건물에서 전례를 거행해야 하는 신세는 한동안 이어졌다. 염원하는 성전 건립을 향해 실뿌리 같은 희망을 모아 뿌리를 깊게 내리는 노력을 했다. 그 일에 힘들게 동참했던 자매들은 생생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건축기금을 모으려고 전국의 34개 본당을 돌았다. 식비지출을 한 푼이라도 줄이느라 밥과 시락국을 마련하여 돌아다녔던 시간이었다. 온 신자들이 매달려 1단, 5단 묵주를 만들어 팔았다. 다른 본당의 행사에 김밥을 주문받아 팔았고, 쑥 캐는 계절에는 쑥떡 팔기에도 나섰다. 콩이 나면 콩을 팔았고, 채소가 자라면 채소를 팔았다. 신자들은 건축기금 신립 외에도 기금을 모으는 방안에 따라 무슨 일에든 나섰다. 


2005년 5월 26일 성전 봉헌식이 거행되어 땀 흘린 신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안명옥 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수도자, 수많은 신자들의 축하와 기도로 뜨거웠다. 지상 2층 건물인 진동성당은 독특한 배 모양으로 지어 어촌지역인 이곳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구원의 방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성전에서 비로소 어엿한 본당 신자가 된 충만한 기쁨을 누렸다. 최 노엘라는 “성전 건립이 끝이 아니라, 제단에 기도를 쌓아야 한다.”는 한 사제의 가르침이 늘 마음에 남아 기도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전으로 오르는 계단을 디디면서 ‘미사 100배 즐기기’ ‘성가와 기도는 기쁜 마음으로 하기’ ‘성전 안에서 침묵하기’ 등등을 새기고 기도를 쌓으며 신심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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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0주년을 향한
진동성당 사목위원들은 솔선수범하며 민주적으로 일한다. 이태 뒤에 맞이할 본당설립 30주년을 두고 회장 방인용 요한과 부회장 이봉남 마리아는 이번에 기꺼이 연임을 받아들였다. 본당30년사 자료를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30주년에 대한 행사도 성전을 건립했던 때의 열정을 되살려 차근차근 계획하고 있다. 이 마리아는 공소 때 영세를 받았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주님 은총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복지분과장에다 구역분과장을 거쳤고 부회장을 연임하게 되었으니 지칠 법도 한데 신부님이 “어서 오이소!” 하며 반기는 바람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단다. 본당의 출발에 함께했던 설렘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성전 건립 때의 벅찬 기쁨도 여전하다. 사목위원들은 신자들과 힘을 한데 모아 진동성당이 새롭게 발전하는 기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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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엘리사벳의 부군 변재호 야고보는 삼진공소 때부터 회장을 맡았다가 본당 승격 후 초대 사목회장이 되어, 본당초기의 어려운 여건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는 살던 주택을 팔아 아파트로 옮기면서 금목서를 비롯한 정원수들을 성당 주변에 심어놓았다. 세상을 떠났지만 정원수들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어, 신자들은 나무들을 보며 앞선 선배의 공을 기린다. 


성전 건축이 다 된 후에 전입하여 호강을 누린다는 권 율리아나는 진동성당은 더 바랄 게 없이 좋단다. 그러나 “고성성심의 집 수녀님이 여기로 미사 하러 오시면, 우리 성당에도 수녀님이 계시면 더 따뜻하고 좋겠다.”는 부러움을 말한다. 하지만 진동성당에는 수도자가 없는 대신 따뜻한 성모님 동산이 있다. 신자들이 정성을 쏟아 조성한 손길이 환히 보인다. 참 예쁘고 정다움이 깃들어 있어 누구라도 다가서면 마음이 열리는 성모님 공간이다. 

 

211212 진동성당 성모동산(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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