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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2017년 예수 부활 대축일 교구장 담화문


우리 모두 간절히 기도합시다.



사랑하는 우리 교구 형제 자매 여러분
사방에 꽃이 피는 새 봄과 함께 부활대축일을 맞이합니다.
한 분 한 분의 마음속에도, 각 가정의 식탁에도
우리 예수님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주님 수난의 뜻을 새기고 동참해보려 시작된 이번 사순절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시리고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매화는 엄동에 피어 추위에 떨고, 어미는 어려서 되어 설움에 우네.”
 소설 ‘일지매’의 서곡처럼 지체 높은 판서의 씨를 가진 계집종이 엄동새벽에 쫓겨나고 태어난 아기는 청계천 차가운 물속에 버려졌던 이 기막힌 사연이 마치 오늘날 가난하고 지치고 병들고 거리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비참한 마음과 하나도 다름없이 느껴지니 이를 어찌 해야 합니까. 더욱이나 그 차가운 물속에 떠내려가다 건져진 태아의 운명보다 더 기막히게 영 잠겨 숨 막혀 죽어버린 세월호의 어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처지가 어찌 저것과 다르다 하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우리는 부끄럽게도 또 한분의 대통령을 보냈습니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대통령이었다 하더라도 이 비정상적인 나라를 자랑스럽다 할 수 없기에 우리 모두 부끄러울 뿐입니다.


통일을 대박이라 여기는 분들께 아주 조심스럽게 누구를 위한 대박인지 물어봅니다. 통일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 동포들은 우리 남한 기업의 매우 값싼 노동자신세가 될 뿐 얼싸안을 수 있는 한 나라 백성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통일은 오히려 촛불과 태극기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곳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극기와 촛불이 서로 악의에 찬 거친 주장을 잠시라도 멈추고 우리가 왜 촛불을 밝히고 우리가 왜 태극기를 치켜들고 있는지, 뭐가 그리 미워서 남북 군사 대치보다 더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지 그 근원으로 돌아가봐야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를 보고 양쪽 다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말없이 지켜보는 많은 국민과 함께 정말 조심스럽게 묻고 싶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나이 드신 그 많은 분들이 거리에 나와 저렇게 외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건 아마도 젊은 세대가 어르신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께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만큼 먹고 살게 한 우리의 노력을, 젊은이들이 한 마디로 ‘해먹은 사람들’로만 치부해 버린다는 괘씸한 마음을 갖고 계신겁니다.
그렇다고 어르신들께서 젊은이들을 대결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르신답지 않은 태도일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당신들이 가르치고 키워내야 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자식들이지 남이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바르게 가르치고 보여줄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우리들의 왜곡된 삶의 태도이겠지요.


촛불을 든 분들, 아니 그 집회를 주도하는 분들께도 정의와 진실을 향한 ‘방법의 진정성’을 한번은 되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분노는 결코 정의를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분노는 결집시키는 힘은 있을망정 결국 다시 분노로 이어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한국의 찢어진 현실보다 더 험악했던 저 이스라엘의 막바지 시기에도 예수님은 다른 방법을 택하지 않으셨으니, 당신을 박해하는 사람에게까지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며 아버지의 뜻인 죽음을 받아들이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신앙인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어느 한 쪽에 합세해서 끝까지 투쟁하며 각자의 주장으로 끝장을 봐야하겠습니까. 아니면 빌라도처럼 나하고 관계없는 일이라고 불똥튀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먼 발치에 서서 관망하고 있어야 합니까. 이 모두 신앙인으로서 바른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여기에 비로소 예수님을 따르는 믿음의 인간이 가져야 하는 참된 자세가 조심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렇습니다. 답이 없는 이 현실, 십자가외에는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골목앞에서 이제 우리는 신앙인답게 그 답을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묻고 청해야합니다.
예수님처럼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합시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립시다.
우리의 이 현실을 우리 손으로는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솔직히 아룁시다. 그러면 반드시 하느님의 영이시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 답을 주실 것입니다. 이 답이야말로 우리의 편협하고 온전치 못한 바람들을 모두 십자가에 못박아버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새 삶에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하느님의 바람(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 믿고 또 믿을 뿐입니다.  
이제 그렇게 간절한 기도 안에서 얻게 된 믿음의 내용정도만큼 각자 정직하게 실천하는 길, 그 길 외에 우리에게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죽음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시고, 오직 사랑으로 죽음을 쳐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고, 그 믿음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잘 지켜 이 세상 주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예수님이 되어,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사랑의 인간으로 살아갑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 눈동자처럼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2017년 예수부활대축일에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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