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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차광호 파스칼 신부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오늘 우리는 이 땅의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먼저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를 포함한 103위 순교 성인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 순교 복자 다섯 분과 119위의 순교 복자를 기억합니다. 그밖에 이름 없는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이분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 신앙을 죽음으로 증거 하였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따랐습니다. 이분들의 신앙이 지금 우리의 신앙입니다.


순교는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신앙을 세상에 증거 하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적당히 한번 해 보는 것이 아니라, 죽기를 각오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루카 10,27)을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순교자들은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신 분들입니다. 자신들의 소중한 신앙을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죽음도 그분들의 신앙을 굴복시킬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기억하고 기념하는 순교자들은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우리 역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나를 따라야 한다.”(23절)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 그리스도를 입고 사는 사람,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에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고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예고하시면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통상 처음 하는 말이나 처음 듣게 되는 말은 알아듣거나 말거나 참으로 중요하고, 그래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앞으로 당하실 일은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도 앞으로 겪게 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처음 들려주신 말씀은 신앙의 삶에 있어서 기본이 되고 원칙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기본과 원칙을 “자신을 버리는 것”과 “제 십자가를 지는 것”(23절)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하십니다. “자신을 버리는 것”은 자신보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사는 것, 곧 자신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는 것”은 삶의 멍에와 짐을 남에게 지우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곧 자신보다 이웃을 더 사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 땅의 순교자들은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여 마음과 목숨과 힘과 정신을 다하여 실천한 참다운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순교자들의 신앙의 모범을 이어받아, 주님께서 “부끄럽게 여기지 않은”(26절)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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