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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
상호내재

작년 사제 피정 때, 신부님들 앞에서 미사 강론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들 앞이라 몹시 떨렸기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제가 ‘상호내재’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받아들이시고, 우리도 예수님을 우리 안으로 모셔서 상호내재하듯이, 그렇게 교구 사제들도 서로를 내어주고 받아들여 상호내재하는 우정으로 살면 좋겠다. 그렇게 기도하자.’라는 말씀을 드렸을 겁니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드리는 마음이야 진심이었지만 실상 사제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형제 같은 동료 신부님들과도 더 잘 지내지 못하고 오히려 소원해지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 반성하게 됩니다.

교구 미디어국으로부터 ‘부활 5주일 교구보 강론 당번’ 통지를 받고 그날 복음을 찾아보니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말씀이 보입니다. 동시에 작년의 사제 피정과 ‘상호내재’라는 단어가 번쩍 떠오릅니다. 사랑과 우정으로 사귀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격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인격을 받아들여 믿음으로 서로 안에 존재하게 됩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이루는 내적 교류와 일치는 누구나 갈망하는 로망입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마음을 잘 맞추고 타인을 잘 수용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하고 스스로 만족합니다. 상대방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고 나도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인간 행복의 근원적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면 어떤 양태로든 상호교환과 상호내재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경험으로 교류하면 벗으로 상호내재 되겠지만 나쁜 경험으로 교류하면 원수로 상호내재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내재화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상적이고 순진한 소리일까요? 그래도 기도해 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내재해서 우리 인격이 그리스도를 조금이라도 더 닮는다면 그만큼 더 성숙한 모습으로 기쁘게 살게 되고, 그만큼 더 많은 복음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상, 인간적 계산으로 좋은 일을 잘 한다 하더라도, 제 속의 위선과 가식에 걸려 주님 보시기 좋은 결실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저의 위선과 가식이 그리스도라는 거름망에 걸러져 나올 때는 저 자신도 편하고 주님 보시기에도 좋은 결실이 나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우리 안에 주님이 계시지 않으면 실제로 신앙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내 안에 살아계신 분께서 나를 움직여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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