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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김서현 아녜스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83
발행일자 2017-12-10
1970년대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하루 두 번 운행하는 버스 안에는 읍내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안타깝게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참변을 당했다. 그런데 두 살 박이 한 남자아이만 한 군데도 다치지 않고 살아 있었다. 당일 저녁 뉴스를 통해 알려준 사고 소식에 의하면 아이는 엄마 품에 꼭 안겨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러 이 사고는 다시 신문을 통해 보도되었다. 어느 검사의 선행을 담은 인터뷰였다. 그날 저녁 뉴스를 보던 검사는 졸지에 가족을 잃은 이 아이를 생각했다. 아이가 할아버지 손에서 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며칠 후 아이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보냈다. 보낸 사람은 당연히 익명이었다.

생필품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뀌면 옷도 사 보냈다. 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었을 땐 책가방과 학용품, 책 등을 보냈다. 어린이날, 명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용돈과 함께 선물도 잊지 않았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변치 않고 보내는 그에게 아내가 의심을 했다. “밖에서 낳은 아이냐?” 매번 다그쳐 묻는 아내의 말에 “아니다!”라고 답변을 해도 아내의 의심은 좀체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산골에서 할아버지는, 선물을 꼬박꼬박 보내주는 익명의 사람이 궁금했다. 전해주는 집배원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것이다. 주소라고는 <서울 광화문 우체국 사서함>이었다.

할아버지는 계속 포기하지 않았고, 어느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기자에게 부탁을 했다. 아이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고 소포는 여전히 배달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 의문의 후원자는 결국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했다.
기자가 물었다. “보내면서 힘든 일은 없었나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의 의심보다 매년 옷을 보낼 때가 힘들었어요.”
아이들은 매일 쑥쑥 자라는데 키가 어느 정도인지, 체격은 어떤지, 그 아이를 한 번도 못 본 상태에서 어림잡아 보내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보내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반, 신문에서 인터뷰한 이 내용을 읽고서 나는 감동받아 눈가를 적신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나의 묵상 거리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였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그 사람의 선행은 그것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나를 자각하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선행을 한 그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 이 글을 쓰면서 나 또한 삶을 되돌아보며 묻는다. ‘살아오면서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 적이 있는가! 그로 인해 한없이 행복한 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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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 체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저 자 조회 수 발행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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