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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박윤식 에밀리오 ● 수필가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84
발행일자 2017-12-17
어느 열성적인 수녀님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레 나온 말이다. “수녀님은 참 질투가 많으십니다.” 그 말에 수녀님께서는 좀 서운타하는 표정이셨다. 그땐 내심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좀 과한 것 같다고 양쪽 다 같은 마음이었나 싶었다. 그러나 내 속내는 진심으로 그 수녀님께서 매사 열정적으로 사랑이 넘치신 분이시라 드리는 극찬이었기에 그리 짧은 한순간 새긴 것이었건만, 그 수녀님은 오해 때문인지 서운함을 다소 오래가지셨나 싶다.

암튼 대화를 하다 보면 단어 선정에 다소 혼돈을 줄 경우가 가끔은 있곤 한다. 사실 대부분은 질투[嫉妬, jealous]와 시기[猜忌, envy]를 다소 헷갈리게 구사하는 게 다반사일 게다. 사회적으로 보편적 가치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 같기에. 그렇지만 우리 신앙인에게는 분명히 차이를 새겨야 할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에서 모세에게 십계명에서의 우상숭배에 관한 내용을 주시면서,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 대 사 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탈출 20,5)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거듭 또 덧붙이셨다. “주 너희 하느님은 태워 버리는 불이시며 질투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신명 4,24) 이렇게 하느님께서도 당신 자신마저 질투의 화신이라 하셨는데, 감히 그 말에서 부정적인 뜻을 지닐 수 있으랴!

따라서 대부분 ‘질투와 시기’를 같이 혼용하는 것 같아 정확한 구분은 좀 그렇지만, 본인과 상대와의 관계에서 각자의 감정 기준 면에서 구분해 보자. 첫째, 상대는 그대로 두고 본인만 잘 되게 하는 건 질투일 거고, 상대를 못되게 해 본인이 잘 되게 하는 건 시기이다. 둘째, 본인 또는 상대의 ‘사랑’이 내포된 것은 질투요, 양쪽 공히 상대에게 사랑이 전혀 없는 것은 시기이다. 셋째, 이 두 감정의 결과로 좋아지면 질투이고, 폭력 등과 같이 나빠지는 것은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 수 있다고 여기는 불안감 등은 질투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시기이다.

결론적으로 사랑과 연결되어 좋게 이어지면 질투요, 사랑의 반대인 폭력, 파괴, 증오에 관련되는 건 시기이다. 따라서 하느님에게는 질투뿐이지 시기는 결단코 없다. 그분께서는 오직 사랑이시기에. 이처럼 사랑이 지나친 게 질투이고, 질투가 도를 넘은 게 시기이다. 질투는 죄가 아니지만, 시기는 완전한 죄이다. 그러기에 사랑이신 그분께서도 자신을 손수 ‘질투하는 나’라고 하셨으리라. 이렇게 질투는 시기와는 정 반대이다. 따라서 하느님 이상으로 우리도 질투심을 갖자. 나보다 더 남을 사랑하실 것 같은 하느님에게도. 매사에 열정적이신 그 수녀님께서 이 글을 꼭 읽으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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