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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강희근 요셉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85
발행일자 2017-12-24
‘순교자의 딸 유섬이’ 공연이 대미를 장식했다. 주님이 이루어 주신 것이다. 공연장마다 감격과 감동의 물결을 이루게 하셨다. 처음 이 시극으로서의 원작을 집필할 때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전주 초남이 마을에서 태어난 순교자 유항검의 딸이 9살 아이로 오랏줄에 묶여 거제부 관비로 왔을 때 기막히고 참담한 상황을 어찌 필설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는 필자는 옷깃을 여미며 그 상황을 견뎌낸 유섬이를 위해 기도하며 구상했다. 
섬이는 어떤 각오를 했던 것일까? 그냥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섬이의 현실은 천주학쟁이의 태도를 안으로 숨기며 속으로 기도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때 요한복음 15장의 <나는 참포도나무다>를 떠올리며 섬이의 각오는 바로 그 나무의 가지로 충실히 사는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섬이는 바깥은 피바람 여전히 불고, 기도하는 마음은 더욱 열렬해지고 나이는 먹어가고, 어느덧 처녀가 되고 혼담은 끊이지 않고 올케언니 이순이 누갈다의 동정녀의 길이 현실 문제로 다가온 것이었을 터이다. 

그녀는 양모의 도움으로 흙 돌집에 들어가 사는데 이 삶이 박해의 피바람을 피하면서 혼담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기도하며 주님의 포도나무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길이 되었다. 필자는 시극의 지향을 여기다 두었고 세미 뮤지컬의 각색 대본을 쓰는 극작가에게도 그 지향으로 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음악 감독의 작곡도 참포도나무의 둥지에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리하여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라는 말씀대로 이뤄지길 갈망했다. 

또 연출가의 기량이 십분 발휘되고 배우들의 기량들이 유섬이의 삶으로 집중되어 순교의 아픔이 주님의 영광 안으로 살아나게 하는 기적 아닌 기적을 기대했다. 그렇다. 유섬이의 삶이 그 거룩한 지향이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씀에 온전히 포개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서울 마포 아트센터에서의 첫 공연부터 진주, 거제, 창원, 마산으로 이어지는 공연에서 그 많은 신자들이 하나같이 떨리는 가슴으로 유섬이를 받아들였다. 아니 신자 아닌 관객들까지도 ‘아, 천주교, 순교자, 순교자의 딸’하면서 가슴을 쓰다듬었다. 아, 연출가여, 뮤지컬 각색 작가여, 음악 감독이여, 류시현 주인공이여, 유봄빛이여, 양모여, 강 도령이여, 그리고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진이여. 그대들이야말로 포도나무의 가지들이다. 

필자는 지금 행복하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 71세 유처녀가 천국 가는 길로 뒤돌아서며 “천주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천주님께로 가겠습니다.” 하며 발걸음을 서서히 떼놓을 때 천사의 합창인 듯 “예수 마리아, 예수 마리아” 노래하는 장면이 이어 이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유섬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 눈물에 평협의 다니엘 회장님과 임원진의 노심초사하는 모습 어리어 비친다.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말이 또 한 번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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