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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02:32

언젠가는

조회 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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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허상영 안드레아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12
발행일자 2018-07-01
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시내버스를 탔다.
하교 시간이라 버스 안은 학생들이 대다수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하나 같이 머리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보고 있다.
하지만 핸드폰 속에서는 생활 속의 아름다운 인성은 가르쳐 주지 않는가 보다.
할머니 한 분이 발아래 보따리 두 개를 두고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힘겨워하셔도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
버스가 몇 정류장을 더 지나고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할머니는 옆의 학생에게 한 번 더 확인하고 양손에 보따리를 들고 힘겹게 문 앞으로 나가신다. 
버스 뒤쪽에 있던 나는 얼른 할머니 곁으로 가서 짐을 받아들고 “힘드시니 제 몸을 꼭 잡으세요.” 하고 함께 버스에서 내려섰다. (나는 한 정류장을 더 가야 하는데…)
내일이 손자 생일이라 아들 집을 찾아오셨다며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가 적힌 종이쪽지를 내밀며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묻는다. 
마침 가까운 곳이라 모셔다드린다며 앞장서자 할머니는 보따리 한 귀퉁이를 잡고 따라오신다. 
아파트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하면서 젊은 여자가 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더니 할머니께 연락도 없이 웬일이냐 하면서 어정쩡한 표정을 짓는다. 
TV 연속극에서나 가끔 보아왔던 고약한 표정(?)을 오늘 여기서 내가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할머니께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며 돌아서는데 할머니께서 이것 꼭 받아 가라며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어주신다. 
사양하는 나에게 젊은 여자는 그냥 받아 가라며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가며 문을 닫아버린다. 왠지 씁쓸하고 착잡한 마음에 돌아서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돈 1,000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친구가 ‘착한 일 했다고 하느님께서 복 주셨구만’ 하고 웃는다. (이 친구는 고교 시절 등교 시간에 생활지도 하시던 교련 선생님이 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묵주반지를 보고 반지를 끼는 것은 교칙 위반이라며 내 한쪽 귀를 잡아당기자 옆에서 ‘얘, 예수쟁이에요.’ 하다가 꿀밤을 맞은 친구다.) 
그리고는 돈을 집어 일하시는 아주머니 손에 쥐어주며 ‘하느님이 주시는 복’이랍니다. 하며 허허 크게 웃는다.
아주머니가 받아들고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웃고 있다.
미웁지 않는 웃음과 표정으로 아직도 서양 귀신 운운하며 생떼를 쓰는 이 친구를, 언젠가는 주님의 집에 데려가 주님 앞에 무릎 꿇고 정말 주님이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기도하는 날이 찾아오도록 해야겠다고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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