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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11:49

이삭마저 쓸어가려는

조회 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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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황광지 가타리나 ● 수필가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16
발행일자 2018-07-29
한 가족의 패악에 대한 폭로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파고파도 끝이 나질 않을 듯 이어지고 있다. 큰딸의 폭력, 작은딸의 폭력, 거기다 그 아들과 부모의 상상을 초월하는 패악과 부정은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게 했다. 재력과 권력을 쥔 일가족이 한 사람 돌연변이도 없이 하나같이 말이 안 되는 갑질을 부렸다.

이들을 보다가 나는 문득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떠올렸다. 제7지옥에서 피로 들끓는 뜨거움에 아우성치는 영혼들이 눈에 선히 그려졌다. 폭군들, 살육을 저지르고 약탈을 한 영혼들이 시뻘겋게 끓어오르는 강에 잠겨 몸이 삶겨지는 고통으로 목 놓아 소리치는 광경이다. 단테는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도달한 곳에 이르러, 살아서 남들 위에 군림하여 폭력을 저지른 영혼들의 몸부림을 목격했다.

분별력과 절제심이라고는 모르는 한계를 넘은 갑질의 폭로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했다. 땅콩으로 맞고, 음료를 뒤집어쓴 ‘을’들은 그전처럼 누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가 보았다. 오랫동안 많은 다른 ‘을’들의 분노가 쌓여 용암처럼 끓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이 무서워 침묵하던 그들이었는데, 벤데타 가면을 쓰고 정의를 향한 용기로 터져 나왔다. 폭력 말고도 권력으로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는 제보가 줄줄이 이어졌다. 

그들은 대단한 부자인데도 자신들의 돈을 쓰지 않기 위한 궁리에는 비상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돈을 굳히기 위해 ‘을’을 이용했다. ‘을’에게 몹쓸 일을 시켰다. 그러다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 ‘을’에게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침을 뱉었다. 여간해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악을 썼다.

뉴스를 듣고 있어도 나는 믿기지 않았다. 이게 사람들이 할 짓인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악귀처럼 덤비는 것 같았다. 하늘이 무섭기도 할 텐데. 구약성경 레위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 땅의 수확을 거두어들일 때, 밭 구석까지 모조리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고 남은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그것들을 가난한 이와 이방인을 위하여 남겨 두어야 한다.”(레위 23,22)

자기 땅에 자기가 농사지었다 하더라도 싹 쓸어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땅이 없는 사람에게도 거둘 것이 있도록 여지를 남기라는 말씀이다. 땅을 가진 사람은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삭이라도 거두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평화로운 세상이다.

이 갑질 가족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이삭 한 줌 남기지 않고 거두어 가려는 집요함을 느끼게 한다. 여러 개의 굵직한 기업체를 나눠 가지고, 직원들 위에 군림하며 폭력과 부정을 서슴지 않고 해댄다. 이들은 어디로 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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