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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13:36

복伏날 이야기

조회 수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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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이월춘 프란치스코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17
발행일자 2018-08-05
사람 인人 변에 개 견犬을 쓰는 한자 복伏.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더우면 반드시 개고기를 먹도록 하라는 명령일까, 아니면 너무 더워 사람이 개처럼 헐떡이게 된다는 것일까? 하긴 요즘은 사람이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개 같은 ㆀ이 되기 싫으면 조심하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7월 17일은 초복初伏이고, 27일은 중복中伏, 8월 16일은 말복末伏이다. 그러니까 한 달에 걸쳐 삼복三伏이 있는 셈인데 다시 말해 여름 중에서도 한 달은 매우 덥다는 뜻이다.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삼복三伏은 무더움을 상징하는 날이다. 오행五行상 여름은 화火에 속하고 가을은 금金에 속하는데,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라는 뜻으로 복종할 복伏을 써서 삼복이라 했다고 한다. 복날이 되면 으레 삼계탕이나 보신탕같이 몸을 보保하는 음식을 먹는다. 한의학 고전에서도 여름을 일 년 중 몸을 다스리는 데 제일 힘든 시기로 꼽고 있듯, 체력소모가 가장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삼복과는 무관하게 일 년 내내 몸에 좋다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찾아 먹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새삼스럽게 보신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보신 산업이 새로운 돈벌이로 각광 받은 지가 오래되었다. 옛날에는 복날이 되면 음식과 술을 준비해 산이나 계곡을 찾아 하루를 즐기며 더위를 잊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팥죽이나 수박, 참외 등 제철 과일을 먹기도 했다. 또 삼계탕은 기본이지만 보신탕이나 오리탕, 장어구이, 흑염소 요리, 잉어 삼색찜, 메기 조림, 참붕어 요리, 다슬기 조림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양 음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믿었는데, 이는 더위로 몸이 뜨거워진 상태로 차가운 물에 갑자기 들어갔을 때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또 ‘복날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라는 말도 있다. 복날의 무더운 날씨가 벼를 자라게 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논에서 자라는 벼는 삼복의 더위를 꼭 필요로 한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가 정치다워지고, 문화가 문화다워지고, 세상이 세상다워지고, 모든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있다. ‘여름철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가을 감기에 걸린다.’라는 말이다. 여름철에 적당히 땀을 흘리는 것 자체가 자연스런 건강법이란 이야기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못한다. 아니 안 먹는다고 해야 옳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께서 독실한 불교 신자셨는데 한사코 개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셔서 지금껏 먹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여름철이면 곤란한 경우를 자주 당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한 그릇 하자.’라는 것이니(이때 ‘한 그릇’은 보신탕이다.), 얼마나 곤혹스럽겠는가. 그러나 나는 흔쾌히 따라가기로 한다. 삼계탕을 따로 시켜 같이 간 사람이 약간 어색하겠지만 먹는 음식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덥다고 에어컨에 의존하여 여름을 보낸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올해 삼복의 흔들다리도 더위에 맞서면서 낭창낭창 건너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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