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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11:46

2% 부족한 인간

조회 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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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김미숙 까리타스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23
발행일자 2018-09-16
그날 직장연수에 강사로 출연한 사람은 의사였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형병원의 심장전문의. 이미 그 분야에서는 명성이 상당했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저런 사람이 여기 와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부인이 아팠고 남편인 자신이 잘 나가는 의사였지만 손 쓸 방법이 없었다는 것. 오히려 자신이 의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절망에 빠졌다는 것. 의사였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절망감은 남들보다 컸으리라. 

그때 그는 처음으로 어딘가 빌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고, 산이나 이름난 곳을 찾아다니며 영험하다는 바위나 나무 신당 등을 돌며 간절히 빌었지만, 결국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진지하게 강의를 하는 의사를 보면서 나는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병이 나면 가장 먼저 의사를 찾는다. 주치의는 환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 모두 언젠가 한 번은 의사의 손에 생명을 맡겨야 하므로 의사는 언제나 경외의 대상이다. 그런데 의사가 아프면 어찌 될까 하는 문제는 그날 처음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그 절망감은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클 것이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아플 때,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고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때라면 그가 할 수 있는 다음 일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는 기적을 체험했다. 아내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과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을 넘어선 것이다. 이별한 아내를 위해 기도하며 남은 가족과 새롭게 행복을 찾아가는 힘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종교의 힘이었다. 신앙의 세계를 만나면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고 남은 가족들이 믿음과 봉사를 통해 일상의 평화를 다시 찾아가는 놀라운 체험을 한 것이다. 아내를 잃으며 망가져 버린 그의 영혼을 치유한 것은 신앙이었다고 한 그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살아있는 한 꼭 해야 할 일은, 영세는 받았지만 종교를 등지고 사는 자녀들에게 다시 종교를 갖게 하는 일. 그리고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하고 있다. 삶이 힘들 때 사람들은 서로 위로는 할 수 있지만 근원적인 마음의 치유를 받기는 어렵다. 그건 아마도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끼리 서로 채워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더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자기 마음의 평화를 바란다. 인간은 늘 2% 부족하다. 덜 채워진 마음 때문에 항상 갈증을 느낀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앙은 인간의 부족한 그 부분을 메워 준다. 그런데 그 2%는 절대적이다. 채워지지 않으면 전부가 빈 것이고 채워지면 100%가 차게 되는 신기한 영역이다. 신이 그 2%를 비워둔 것은 인간에게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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