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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09:32

성당 가는 길

조회 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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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유시연 레아 ● 소설가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24-25
발행일자 2018-09-23
남편 아오스딩을 따라 그의 고향 시골로 귀향할 때 서울의 지인들은 나를 염려하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시골로 온다는 게 올해 89세인 노인과 함께 살려는 이유가 가장 앞섰기 때문이다. 시모님 먼저 보내고 홀로 8년을 살아온 노인의 처지보다 나는 강과 대숲과 감나무에 매혹되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부 이북 지역에서 성장한 나에게 대숲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장면이나 붉은 감이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풍경은 남태평양 섬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종려나무만큼이나 신비스럽고 귀한 정경이었다. 시골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오스딩과 함께 성가대에 가입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 사람들은 나를 보고 호젓한 시골에서 글이 저절로 써지는 줄 알지만 의외로 내 생활은 산만하고 번잡하게 흘러갔다. 아오스딩이 종손에다 육남매의 맏이였기에 명절이나 제사 때 손님을 치르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친척 외에도 아오스딩과 내 지인들은 시골살이가 궁금하여 한 번씩 다녀갔으며 첫해에 이어 사 년 차인 올해까지 많은 손님을 맞으며 보냈는데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겨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도시의 문명과 바람이 그리웠다. 소설은 안 써지고 잡다한 집 안팎의 일에 치여 지내며 차츰 우울한 심경이 커져 갔다. 반면에 아오스딩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가 뛰어놀던 들판과 숲이며 멱을 감던 강은 추억을 환기했고 새록새록 돋아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잠겨 있기도 했다. 내 유일한 위로가 신의 제단에서 찬미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 일은 내 정서와 잘 맞았고 성가대에서 합창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는 회색빛 배경에 가느다란 빛줄기가 한 가닥 비춰지는 것 같았다.      

집에서 성당까지 가는 데는 28km, 승용차로 삼십여 분이 걸리는 거리다.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외길을 달리면서 많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붉은 배롱꽃이 피어 흔들리는 여름날이면 성당 가는 길이 낙원으로 초대받아 가는 느낌이었다. 현실에서 내면에 균열이 생길 때 성가는 나를 위로해주는 신의 선물이었다. 나는 차츰 성가를 부르는 일에서 위무를 받았다. 성가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는 밤길에는 고라니나 멧돼지 가족이 도로를 가로질러 가거나 오소리나 청설모, 꿩 가족이 길을 막아설 때가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오가는 그 길은 또 다른 내 인생의 한 장면이었다. 그 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신부님을 찾아 며칠씩 밤길을 걸어 성당을 갔던 선조들을 생각했고, 시골 공소에 신부님이 오시는 날이면 한밤중에 길을 떠나 산을 넘어갔다던 어느 연로한 시골 신자 이야기를 떠올렸다. 성가를 부르면서 하느님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목소리 잘 나오는 젊은 시절에 성가를 불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호흡도 짧아진 지금 성가를 부르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수녀님에게 이런 내 마음을 고백했더니 삼십 대에는 절대 바치지 못했을 거라고, 명예와 부와 잡다한 것들을 추구하느라 온전하게 바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좀 더 젊어서 그것을 깨달았다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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