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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16:49

사람 사이로 나는 길

조회 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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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체 가톨릭문인회
저 자 김시탁 스테파노 ● 시인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26
발행일자 2018-10-07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모르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참 난처하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잘 아는 사람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다가간 후에도 다시 가지 않으면 금방 잊게 된다. 
길이란 자주 오고 가야 익숙해지고 정이 드는 법인데 그렇지 못하면 잡초가 무성하고 가시넝쿨이 우거져 길을 잃는다. 
길은 수시로 빗질해서 깨끗하게 관리하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기에도 좋다. 
내가 그에게 가는 길 그가 내게로 오는 길 기쁘고 정겹지 않은가.
오는 사람이 닦으며, 오고 가는 사람이 닦으며 가면 서로 만나는 자리에서 길은 단정하고 반듯하게 완성된다. 그 길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니 외롭지 않다. 그러나 길을 모르고 가려고도 하지 않으면 고립된다. 고립은 길이 아닌 막장이다. 막장엔 빛이 들지도 않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생명력이 존재하지 못한다. 죽음의 근처에서 절망을 안고 뒹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좋은 길 밝은 길을 찾아서 가야 한다. 햇살이 내리고 바람이 드나들며 물길이 이어지는 길 그 길로 나서야 한다. 
웅크린 채 서성대고 머뭇대고 망설이지 말고 길을 찾아 서로 자주 왕래하자. 
등을 돌리지 말고 어둠 속에 숨지 말고 마음을 열고 다리를 놓자. 
작은 샛길이라도 좋으니 만들어 자주 다니다 보면 반질반질 윤기가 날 것이다. 
그 길에 소통이라는 이정표를 하나 세우고 모퉁이에 그리움이란 지도를 그려놔도 괜찮겠다. 그 길 가파른 곳에 샘을 하나 파서 벤치를 놓아줘도 좋겠다. 
경쾌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 실로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그 길로 어찌 사람만 다니겠는가. 날다람쥐가 꿀밤을 굴리며 가기도 하고 세필 같은 낙관을 찍으며 새들도 날개를 접고 내려앉지 않을까. 밤이면 맨발로 다니는 바람을 비춰주며 뒤태가 고운 달빛도 내려와 엉덩이를 퍼질러 앉고 쉴 수도 있겠다. 새벽녘 어둠에 쥐 난 다리를 절룩이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가고 나면 그 길을 다시 빗질하자. 안부가 그리운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도록 말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은 여유와 낭만을 데리고 걷기도 좋고 추억을 태워 바람이 페달을 밟기도 좋다. 
숙성된 기억을 저장시켰다가 훗날 끄집어내어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놀기도 좋다. 
제대로 사람답게 사는 길은 비로소 나를 구부려 너에게 가 닿는 따뜻한 항구 같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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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 체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저 자 조회 수 발행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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